그들만의 축제가 아닌 우리의 축제를 만들자
그들만의 축제가 아닌 우리의 축제를 만들자
  • 승인 2004.05.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3일, 14일 이틀간 우리 대학에서는 ‘발광’을 주제로 내건 ‘해맞이 한마당’ 행사가 있었다. 여기서 한마당이라 함은 대학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여 한바탕 신명나는 놀이마당을 펼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축제기간이 되면 대학 교정이 마치 휴일인 듯 조용해진다. 적지않은 학생들이 축제를 휴일로 생각하고 교정을 떠 나거나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축제 본연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축제(祝祭)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전통적으로 우리에게는 ‘대동’(大同)이라는 말이 있어 왔다. 이것은 크게 하나가 되는 것, 일체가 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하여 국가는 물론이고 마을 단위로 축제가 행해졌다. 그들은 공동의 신, 공동의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면서 한바탕 놀이마당을 펼쳤다. 그리하여 서로가 하나됨을 느낄 수 있었다. 축제는 한 집단의 창조력을 발현시키는 장이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세계의 모든 문화와 예술이 축제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포항공대가 설립된 지 벌써 17년이 지났다. 이제 자기의 개성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성년이 다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포항공대만의 독특한 대학문화가 형성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화가 없다면 전통도 없다. 공부만 열심히 하는 것이 포항공대의 자랑이라면 그것은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사회적 책임은 연대의식에서 나온다. 나 홀로가 아니라 같이 더불어 사는 지혜를 체득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적 출세와 성공은 한 국가 또는 사회의 발전과 합치될 때에만 그 빛을 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축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가질 필요가 있다. 포항공대의 축제가 일부 학부 학생들만의 축제가 되어서는 안된다. 학부 학생과 대학원생들은 물론, 교수와 직원이 함께 어우러지는 한마당이 되어야 한다. 포항공대가 다른 대학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학생과 교수 모두가 한 울타리 내에 살면서 같이 생활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직원들도 지곡단지 내에 거주하고 있다. 따라서 포항공대의 축제를 ‘가족축제’로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학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한편, 포항공대의 축제를 지역사회와 하나가 되는 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가끔 포항 시민들은 포항공대가 포항에 기여하는 바가 무엇이냐고 물어 온다. 이 물음에 대해 우리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세계적인 대학을 지향하면서도 동시에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연대는 학문적 차원에서 보다는 정서적·문화적인 것일 수 있다. 포항공대의 축제에 지역민이 흔쾌히 참여할 수 있는 환경과 계기를 만드는 것이 그 출발일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해맞이 한마당’에서는 몇가지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예컨대 교수와 직원·학생들이 함께 벌이는 ‘대결 윷놀이’이라든가, 낮에도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부스’의 설치가 그것이다. 포항문화원이 후원하는 ‘포항시 집체성년례’ 행사도 눈길을 끌만 했다. 이 행사에는 외국인 학생들도 참여함으로써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신소재 주점’에서는 교수들에게 무료 쿠폰을 나누어 주기도 했다.

축제의 성공은 상당부분 기획에 달려 있다고 본다. 포항공대 구성원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이 스스럼없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축제준비위원회’에 교수와 직원, 그리고 지역민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축제에 임박하여 준비위원회를 구성할 것이 아니라 총학생회나 동아리연합회 내에 축제를 위한 상설기구를 두는 방안도 고려할만 하다.

포항공대만의 독특한 문화는 일년에 한 번 열리는 축제를 통하여 유감없이 표출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포항공대인의 일체감을 제고시키고 재충전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지역민과 함께하는 대학이라는 인식의 폭을 넓혀나가야 한다. 내년의 축제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