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좌교수 제도와 석학 영입
석좌교수 제도와 석학 영입
  • 승인 2004.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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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대학에서는 21세기를 선도할 우수교수의 충원을 위해 석좌교수, 석학교수, 겸임교수, 초빙교수 등 다양한 교수제도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특히 석좌교수 또는 석학교수는 해당 분야의 우수교원 또는 노벨상 수상자급 세계적 석학을 유치하는 방편으로 전략적인 차원에서 활용되고 있다.

석좌교수(chair professor 또는 distinguished professor)는 해당 학문 분야에서 탁월한 학문적 업적을 이룩한 사람에게 더 명예로운 교수직으로서 덧붙이는 직함이다. 선진국에서는 일찍이 세계적 저명교수를 석좌교수로 추대하여 그 대학의 권위와 학문적 발전에 이바지해 오고 있다. 외국의 경우 대개 석좌교수에는 대학에 돈을 기부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그 분야에서 아주 뛰어났던 사람의 이름을 붙인다. 예로 케임브리지대학교 ‘루카시안’ 석좌교수였던 아이작 뉴튼, ‘문명의 충돌’로 유명한 하버드대 ‘알버트 웨드헤드’ 석좌교수인 새뮤엘 헌팅턴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의미의 석좌교수로 알려진 사람들은 과학철학의 석학이자 유네스코 과기윤리위원인 송상용 한양대 석좌교수, 초대 문화부 장관이자 문화계의 태두인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 ‘온생명과 녹색문명’ 의 장회익 녹색대학 석좌교수 등이 있다. 한편 석좌교수제도는 도올특강으로 ‘유명한’ 도올 김용옥 중앙대 석좌교수, 탈북한 전 북한노동당비서 황장엽 전주대 석좌교수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특히 포스코와 삼성 등 국내 대기업의 경우에도 석좌교수 제도에 관심을 가지고 국내 유수대학의 ‘POSCO 석좌교수’와 성균관대학교의 ‘삼성 석좌교수’를 통해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다.

최근 박관용 국회의장의 동아대 석좌교수 임명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 간의 논란에서 보듯이, 석좌교수제도는 자칫 인기주의에 영합하여 대학의 학문정신과 맞지 않게 운영되거나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간혹 홍보 목적으로 정계 거물, 사회 저명인사, 퇴직 관리들을 영입하는 방편으로 운영되기도 하나, 이들은 학문적 업적과 학술연구에 초점을 맞춘 석좌교수의 본래 취지에서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본교의 경우 석좌교수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탁월한 연구업적을 쌓은 저명한 학자 또는 기술자를 대상으로 하며 지정된 기금을 바탕으로 교육 및 연구활동에 관련된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대개 석좌교수는 그 재원에 따라 대학의 석좌기금과 정부기관, 단체, 또는 개인의 출연에 의한 출연석좌교수로 나뉘며, 출연석좌교수의 경우에는 출연자의 명의를 붙이기도 한다. 현재 우리대학은 출연석좌기금으로 홍덕, 세아, 권경환, 남고 등 모두 4가지가 있다.

지난 달 본교 교수들의 연구 활성화를 위해 우수한 연구성과를 쌓은 40대 전후의 소장급 교수 3명을 포함한 5명의 교수가 석좌교수로 새로 임명되었다. 외국의 경우에는 석좌교수로 임명되는 것은 학자에게 가장 큰 영예 중 하나이며 그 대학의 뿌리깊은 전통으로 간주되고 있다. 본교의 경우 석좌교수제도는 아직 시행단계로 좀 더 깊게 뿌리내리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석좌교수제도 정착의 선결조건은 석좌교수직 자체가 본인뿐 아니라 대학구성원 모두에게 가장 명예스러운 자리로 인식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석좌교수의 선정에 있어 기준의 명확한 제시와 공정성의 확보가 필요하다. 본교의 경우 석좌교수는 해당학과 주임교수 또는 학부장을 포함한 다양한 추천 경로를 거친 후 관련 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총장이 임명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석좌교수를 선정하는 최고의 기준은 학문적 탁월성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번에 선정된 본교 석좌교수의 경우 그 선정과정이나 학문적 수월성에 대해 아직 학내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인지되어 있지 않다. 대학은 이미 선정된 석좌교수의 업적을 학내 외에 충분히 알리는 한편, 앞으로 석좌교수제도의 본격적인 도입에 앞서 학내 구성원들의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여야 한다. 또한 이번에 선정된 석좌교수들은 그 자리뿐 아니라 더 나아가 대학을 대표하는 석좌교수로서 막중한 사명감을 가지고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석좌교수 임명과 비슷한 시기에 스탠퍼드 대학 석좌교수이자 199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러플린이 포항공대의 석학교수로 부임했다. 여러 대학이 젊고 연구력이 있는 학자보다는 세계적 석학 영입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러플린 교수의 경우에는 세계적인 석학임에도 아직 젊고 활동적이며 왕성한 연구력을 보이고 있어 본교 교수와 학생들에게 큰 자극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 ‘세계 최고 수준의 석학 영입’의 지속적 추진을 뒷받침할 기금 확보는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금번 석좌교수 선임과 세계적 석학의 영입은 앞으로 우리대학이 우수교원 확보와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중요한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새로 선임된 석좌교수들에게 축하를 보내며 이를 계기로 본교만의 새롭고 자랑스러운 석좌교수제도의 전통이 형성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