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의 학부교육을 생각할 때 핵심되는 개념은 역시 소수정예라고 하겠다. 소수정예교육은 우리 대학의 철학이요 최대의 특징이다. 우리는 대내외적으로 그렇게 알려왔으며 특히 일선 고교나 학부모 대상으로 우리 대학을 소개할 때 으레히 소수정예교육을 강조해 왔다. 그런데 소수정예교육이란 과연 무엇이며 우리 대학에서 실제로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 것일까? 숫자적으로는 학생/교수비율이 전국에서 제일 낮지만 그것을 어떻게 살려서 교육하고 있으며 얼마나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 불분명하다.
우리는 여기서 우리 대학 학부교육의 핵심인 소수정예교육에 대하여 원점에서 생각해 보고 다음과 같은 세가지 문제점과 그 해결방향을 제시하겠다.
첫째 문제는 소수정예교육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대학 교수의 대부분, 아니 거의 모두가 학부, 대학원교육을 규모가 큰 대학에서 받았기 때문에 작은 대학의 교육, 특히 소수정예교육에 대한 경험이 없고 따라서 개념이 없다.
소수정예교육이란 소수의 자질 좋은 학생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능력을 발굴하고 그것들을 십분 개발해 주는 교육이다. 즉, 전원교육이며 맞춤교육이다. 학생 한사람 한사람에게 신경 쓰고 학생마다 눈높이 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큰 대학에서 부득이 하고 있는 방목교육과 엄연히 다른 것이다.
문제는 대학에서 어떻게 소수정예교육을 효과적으로 하느냐 하는 아이디어와 방법이 있어야 한다. 아이디어가 없으면 다른 비슷한 대학을 참조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인기가 있고 정평이 난 소수정예 학부교육인 Liberal Art College들, 그리고 연구중심대학인 Caltech 등이 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우리 고유의 소수정예교육 방법을 개발해야 되겠지만 적어도 출발점에서는 이러한 사례를 심도있게 연구하여 배워야 할 것이다.
둘째는 우리 교수와 학생의 태도 문제이다. 아무리 좋은 방법이나 제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교육의 당사자인 교수와 학생이 그것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좋은 예가 지도교수제도이다. 이 제도는 학교 초창기 때부터 도입되었고 누구나 좋은 제도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원래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원인은 명백하다. 교수도 학생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교수 중에는 지도교수제를 앞세워 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분도 계신다. 또한 학생 중에도 자기 지도교수를 자주 찾아가는 학생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다.
따라서 교수와 학생이 소수정예교육에 적극 참여하기 위한 제도나 동기부여 정책이 필요하다. 교수의 승진 또는 연봉제 등의 교원 관련 평가제도에서 교육에 비중을 많이 두는 것이다. 모든 교수에게 일정비율 이상의 노력을 학부교육에 할당하도록 요구할 수 있으나, 보다 좋은 방법은 교수마다 교육, 연구, 봉사의 평가 비중을 스스로 정하게 하는 것이다. 결국 학교 입장에서 볼 때 학교 전체적으로 교육, 연구, 봉사의 비중이 균형을 이루면 되는 것이다.
한편 학생의 수동적인 태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성교육의 제도화 및 학점화, 기타 학생들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 그러나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교수, 학생 모두 우리 대학의 철학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마음가짐과 의지이다.
세 번째는 여건개선이다. 큰 대학의 환경과 자원을 학생 수에 비례해서 줄인다고 해서 작은 대학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대학의 운동장은 큰 대학의 운동장 크기의 10분의 1이면 된다고는 아무도 생각지 않는다. 작은 대학도 대학으로서 있어야 하는 것은 모두 있어야 한다. 강당도 있어야 하고 체육관도 있어야 한다. 같은 논리로 작은 대학에서도 대학에 있어야 할 부서는 모두 있어야 한다. 소수정예교육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더 많은 지원인력이 필요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 중에서도 현재 우리 대학에서 제일 시급한 것은 교양을 담당하는 인문사회분야 교수의 증원이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 교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우리 대학이 이공계 대학이다 보니 우리 학생의 교양 교육은 오히려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다. 더구나 우리 대학의 목표가 “지도자적 인재” 양성에 있으니 다양한 생각에 접하고 넓은 안목을 키우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 인문사회학부의 다양한 분야별로 교수진 확보는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대학의 모델인 Caltech은 학부생은 우리보다 적지만 인문사회학부 교수가 80명이나 된다. 양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명성 높은 교수들이 많다고 한다. 진정한 소수정예교육은 충분한 인적, 물질적 자원이 있을 때 가능함을 명심해야 한다.
모처럼 활발해진 학부교육개선 분위기를 정말 실속이 있고 뜻있는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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