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기피 극복되는 새 학기를 기대하며
이공계 기피 극복되는 새 학기를 기대하며
  • 승인 2004.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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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를 맞이하여 포항공대를 선택한 신입생들의 입학을 축하한다.

요즈음은 이공계 기피니, 이공계 위기니 해서 이공계 진학을 선택하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하게 되었지만 지난 6,70년대를 돌아보면 이공계가 가장 인기가 있는 분야였다. 이 당시 일선 학교에서는 국가경쟁력을 크게 키울 수 있는 기술개발에 매진하게 우수 학생들이 이공계를 많이 지원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였었다. 이공계열 내에서도 화학공학, 기계공학 등 최고인기를 구가하는 분야가 수시로 뒤바뀌기도 했었는데, 그만큼 사회는 필요에 따라서 많은 변천을 해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은 공대 다니는 학생들이 매우 위축되어 있고, 많은 학생들이 고시공부를 하거나 경영학을 복수 전공하고 있다고 한다. 이유인 즉 졸업 후 장래가 불투명하고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공부는 다른 과 학생에 비하여 엄청 많이 하는데 졸업 후 대우는 오히려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낮다는 것이다.
“너무 단기적인 관점에서만 보지 말고 장기적 안목으로 봐라. 우리 미래의 경쟁력은 너희들 어깨에 달려 있다. 자부심과 긍지를 가져라”는 조언이 실제 학생들에게서 외면당하는 것은 국가 장래를 위하여 매우 걱정스러운 현상임에 틀림없다. 우수한 학생들이 이공계에 몰리고, 그들이 긍지를 갖고 열심히 연구해야 우리의 미래가 보이게 된다고 모두들 동의를 하면서도 말이다. 국가 경쟁력이란 제품의 경쟁력이고 제품의 경쟁력은 기술개발 없이는 불가능하다. 특히 부의 축적이 덜된 우리의 현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선진국에서는 이공계 기피현상이 국민 소득 2만불을 넘어서 시작이 되었다고 하는데 우리는 조금 빨리 맞이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현실을 좀 더 냉철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Globalization에 의해서 형성된 국경이 없는 막대하게 커진 자유경쟁 시장 환경은 이제 어느 나라에 있는 기업이고 간에 자기 분야에서 1등을 하는 기업은 엄청난 부를 창출하고 2등이면 겨우 살아가고 3등이면 유지 불가능하다고 하지 않는가? 이제 우리 기업도 세계 1등이 되어야 살아남게 될 것이다, 따라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이공학도를 요구하고 있다. 그 분야에서 성공하면 어느 누구도 누리지 못하는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자명하다. 작년에 모 전자업체의 등기 이사들은 연봉이 50억을 넘었다는 보도나 미국의 신흥 부호들의 대다수가 이공계 출신이라는 사실을 상기하기 바란다. 또한 포항공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지 얼마 되지 않은 여러분의 선배 중에도 억대 연봉을 받는 이들을 흔히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음에 주목하기 바란다.

우수한 이공계 학생으로 인증받은 우리 포항공대 학생들은 이 요구에 부응할 수 있게 학업에 전념하여 주어진 좋은 수확을 얻도록 긍지를 가지고 매진하여야 할 것이다. 여러분의 장래는 물론 국가의 장래도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 물론 경쟁에 노출되어 있고 따라서 직업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불안을 이야기하기도 하나 이 문제는 여러분의 우수한 능력에 노력이 겸비되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할 일이 많다고 생각된다. 국가나 기업의 기술혁신 시스템의 차이가 바로 경쟁력의 차이를 결정하는 시대에 돌입하였다. 이러한 시대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우리 보다 앞선 선진국들도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기술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술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하지 않고서는 결코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가 없다. 인구 5백만명에 불과한 유럽의 조그마한 핀란드가 선진국 반열에 오른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현재 핀란드의 1인당 연구개발비는 7백7달러로 우리의 2배에 이르고, 노동인구 1천명당 연구개발 인력도 16.4명으로 우리의 3배에 가깝다고 한다. 경제활동 인구의 76%가 이공계출신이란 점도 눈여겨 볼 사항이다. 기술적 우수성이 국가의 장래에 그렇게 중요하다면 거기에 상응하는 정책을 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의 현실은 법조인, 공인회계사, 변리사, 의사 등 일정 자격이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 정부가 선발 과정을 통해 그 수를 제한하여 엄청난 특혜를 주어 왔다. 자격시험 하나로 평생을 의지하며 살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은 특히 부모들은 경쟁에 의한 도전의 삶보다는 이런 안정된 생활을 원하며 이런 생활 풍토는 국가 발전에 지대한 방해 요소가 되리라 본다. 이러한 특혜를 인정하는 역 차별이 오늘날 이공계 기피현상의 주범은 아닐지? 필요한 것은 요즈음 회자되는 이공계 특혜나 우대 경책이 아니라 중요성에 따라서 거기에 상응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며 일부 특혜 정책을 수정하여 참다운 경쟁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다행이 요즈음 이공계 기피현상의 심화로 사회 전체에서 조정 단계에 돌입한 듯한 느낌이다. 사회는 그 모순점을 교정하며 진화하는 것이니 아마 앞으로 멀지 않은 장래에 이런 모순점은 순화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기술력 향상만이 살길이라는 엄연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기피하는 가장 나쁜 시기에 이공계의 길을 택한 여러분은 오히려 앞으로 더욱 밝은 미래가 있으리라 확신하며 지금 이공계 길을 선택한 소신과 혜안에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