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최선다하는 대학의 책무 되새기자
교육에 최선다하는 대학의 책무 되새기자
  • 승인 2004.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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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학위수여식의 주인공인 졸업생은 학사가 262명, 석사가 291명, 박사가 150명이다. 그 밖에 정보통신대학원 졸업생이 20명, 철강대학원 졸업생이 33명이 된다. 진심으로 이들의 영광을 축하하고 싶다. 금년도 졸업생의 숫자는 최근 몇 년간의 숫자와 비교해보아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즉, 이들 숫자가 우리 대학이 배출하는 정상적인 평균치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참고로 우리 대학이 개교시 모델로 삼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를 살펴보면, 2003년 6월 졸업생은 학사 242명, 석사 111명, 박사 137명이다. 학사와 박사의 경우 두 대학이 비슷한 숫자이나 석사는 우리 대학이 훨씬 많음을 알 수가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대학제도상의 특이한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우리 대학 교육의 효율성 측면에서 이 숫자와 비율이 적정한 것인지를 앞으로 우리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숫자상의 비교와 함께 정말 비교분석해야 하는 것은 졸업생들의 질에 관한 것이다. 물론 현재 졸업생의 질 또는 수준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측정하는 방법은 없다. 따라서 대학 교육의 질은 결국 그 대학의 졸업생들이 졸업해서 사회에 진출하여 어떻게 했느냐, 어떻게 하고 있느냐에 따라 평가된다. 다시 말해 우리 대학 교육의 질은 졸업생이 사회에 나가서 2, 30년 후에야 평가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 대학의 교육의 질은 신입생들의 입학점수로 평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교수들의 연구업적이나 논문의 수로 판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역사가 오래된 선진국의 유명 대학은 그들의 졸업생들이 사회에 나가고 그들이 남기고 보여준 사회 공헌도에 의하여 이미 공증을 받았고, 이에 의한 그들 대학 교육의 질이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대학은 아직 역사가 짧아 제대로 평가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금년도 졸업생이 14회이니 학사졸업생은 졸업 후 이제 10년 조금 넘은 상태이고, 박사 졸업생은 사회에 나간 지 아직 10년이 안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 대학 교육의 진정한 질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태이며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더 흘러야 할 것이다. 이를 기다리는 우리의 기대는 크지만 동시에 두렵기도 하다.

역사를 되돌아 볼 때 대부분의 중요한 발견이나 발명이 박사학위 후 10년 내에 이루어 졌고 이의 가치나 유용성이 입증되는 데에도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졸업생들의 평가는 졸업 후 2, 30년 후에야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하지만 실제로는 졸업 후 10년 내에 그 평가를 위한 기본 자료는 이미 나와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졸업 후 첫 10년 내에 대세가 결정된다는 이야기는 따져보면 우리 졸업생들의 도전과 노력이 졸업하자마자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오늘 졸업을 맞이하는 졸업생은 그들의 사명과 위업을 위한 노력을 이제 막 시작하려고 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그들의 몫이다. 그들은 지금까지의 훈련과 교육을 토대로 그들의 꿈을 펼쳐 나갈 것이다. 우리는 졸업생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성공하기를 바란다. 권리와 의무를 함께 향유하는 좋은 뜻의 엘리티즘을 발휘하여 국가와 민족, 더 나아가 세계 인류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와 동시에 오늘의 졸업식이 교육을 제대로 펼치고 있는가 하는 우리 대학 본연의 책무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이공계 지도자가 될 인재를 제대로 키우고 있는가? 창의성이 풍부하면서도 전공지식이 단단한 졸업생, 엄격한 윤리와 철저한 도덕성으로 무장한 졸업생, 국가와 인류를 생각하는 봉사정신이 확고한 졸업생, 평생 스스로 배워 나갈 수 있는 전공과 교양의 기초 지식을 갖춘 졸업생. 이런 졸업생을 배출하기 위해 우리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사이버시대에 있어서의 교실교육의 역할은 무엇인가? 디지털시대의 대학 교육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등등을 대학 차원에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도약의 기회가 항상 있는 동시에 낙오의 위험도 항상 같이 있다. 우리 대학 교육의 내용, 방법, 제도를 다시 점검해 보고 시대의 요구에 맞추어 또 새로운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여 교육의 질을 높여 나가야 한다는 것을 포항공대인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