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개혁과 평화, 성장과 안정을
새해에는 개혁과 평화, 성장과 안정을
  • 승인 2004.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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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힘들었던 한 해가 지나갔다. 우리는 한 해를 보내면서 보통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을 쓴다. 지난 2003년은 여기에 더하여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해’였던 것 같다.

북핵문제로 인한 북ㆍ미간 갈등과 대립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1994년의 북ㆍ미 제네바 합의는 휴지조각이 되고 북한과 미국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신경전을 벌였다.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 등은 북한폭격, 전쟁불사를 주장하기도 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우울한 한 해였다. 10. 29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일부 부동산 가격은 폭등세를 보였고, 신용불량자는 다달이 늘어만 갔다. 세계 경제의 불황이 크게 영향을 미쳤겠지만, 기업의 설비투자는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경제성장률은 2%대로 주저앉기까지 했다. 이에 따라 소비심리는 계속 위축되어 갔고 실업문제는 가중되었다.

그 동안의 억울함에 대한 항의였는지 참여정부에 대한 ‘과도한 기대’ 때문이었는지 사회적 갈등이 폭발하였다. 두산중공업 문제, 화물연대 파업, 나이스(NEIS) 문제, 철도파업 등이 줄을 이었다. 원전센터 건립을 둘러싼 부안사태, 북한산 관통도로 건설을 둘러싼 대립 등이 계속되었다. 일부 관련단체들은 집단 이기주의를 고집하는가 하면, 일부 기업인들은 여전히 구태에 젖어 있었다. 정치권은 사회적 갈등의 조정이라는 본령을 외면하였으며, 정부는 갈등과 대립을 조정하여 화해와 통합을 이루어 내는 전략과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했다.

정치 영역은 실로 최악이었다.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정치개혁 열망은 후안무치한 다수의 정치인들에 의해 내팽개쳐졌다. 천문학적인 불법자금을 받아 써 놓고도 진솔한 반성과 사죄는커녕 정쟁으로 날을 지새우고 있다. 정치개혁을 하라니까 ‘정치개악’ 을 밀어 붙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가 부정적인 측면만을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결코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두드러진 성과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으로는 ‘변화와 개혁’의 요구와 의지가 분출되고 결집되고 있었을 것이다. 현재의 진통, 그 많은 부분은 권위주의의 해체에 따른 과도기적 현상이자 변화와 개혁으로 가는 통과의례의 과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새해에는 정치ㆍ경제ㆍ사회 각 부문과 한반도 문제가 훨씬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이 ‘낡은 정치’를 고수하려 하여도 국민적 저항에 의해 많은 부분 분쇄되고 ‘새로운 정치’가 싹을 틔울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국경제가 올해 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와 소비심리도 회복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부동산 가격은 안정되고 실업은 감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적 갈등 역시 그 횟수는 줄고 기간은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의 ‘힘든’ 경험은 각 집단에게 ‘값비싼‘ 교훈을 주었다. 정부 역시 사회적 갈등의 조정을 위한 전략과 시스템을 수립ㆍ정비하고 있을 것이다.

한반도를 전쟁위기까지 몰고 갔던 북핵문제는 지난 10월의 6자회담을 고비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북한은 체제 보장을 조약이 아닌 6자회담 참가 5개국의 서면 보장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는 등으로 입장을 변화시켰다. 부시행정부의 네오콘들도 국내외의 거센 저항으로 일방통행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진실로 어려웠던 한해가 지나가고 갑신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에는 정치개혁, 경제성장, 사회안정, 그리고 한반도 평화가 성큼 다가오기를 기원한다. 아울러 우리 포항공대에도 기쁘고 복된 일들이 넘쳐나는 한해가 되기를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