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200호 발간에 부쳐
지령 200호 발간에 부쳐
  • 승인 2003.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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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대신문 지령 200호 발행이 막상 눈앞의 일로 다가와 있고 보니 오히려 더 현실의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1988년 10월 26일에 창간하여 지난 10월 26일로 창간 15주년을 맞이하였으니 창간부터 200호 발행까지 꼬박 15년 1개월의 시간이 흐른 셈이다.

디지털 시대에 불가피하게 맞이할 수밖에 없는 정보화의 홍수 속에서, 타블로이드판 16쪽 짜리의 초라한 외형으로, 있는지조차도 잊고 있는 독자들이 태반이라고 여겨질 정도의 급변하는 언론 환경에서 3주만에야 겨우 얼굴을 들이미는 포항공대신문이 어찌 보면 200호를 맞이했다는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다매체시대의 위기라는 현실적 상황이기에 포항공대신문은 더욱 존재가치를 소중히 여겨야 하고, 그만큼 독자들과 더불어 축하의 이야기를 나누고, 기쁨을 누리고 싶다.

포항공대신문은 지금 창간 15년 동안의 과거 어느때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중차대한 기로에 서있다 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혹평한다면 기다리는 독자가 아주 적은 발행과 읽히지 않는 지면 등으로 독자의 이탈은 우려할 지경에 이르러 독자없는 매체로 전락한 것이 국내 대학신문의 현재 모습이며 포항공대신문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한마디로 학내에서의 존재가치가 점차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즉, 지식과 정보가 활자화된 종이에 의해서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형적 관계에 의해 공유, 전파되던 아날로그 시대에서 무형의 무한대적 사이버공간을 통한 전파가 급속도로 이루어지는 디지털 시대에 그 역할과 기능이 현저히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독자들이 대학신문에 의해 충족되고 있던 정보나 뉴스, 학내 여론 동향 등이 다른 매체나 수단에 의해 가능해짐으로써 대학신문의 역할과 기능이 점차 약화되었다. 3주만에 발행되는 포항공대신문을 보면서 무언가를 얻게 되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이는 사실상 손에 꼽기도 힘들 정도인 것이다.

포항공대신문의 존재의의는 이러한 기능적, 수단적 측면보다는 비판적이며 생산적인 여론 형성에 의한 구성원들의 공론의 장을 형성하는 데에서 본질적인 정체성을 구현하여야 한다. 또한 이것이 포항공대신문을 존재케 하는 주된 이유이자 포항공대와 더불어 영속케 할 수밖에 없는 근거가 된다고 본다.

포항공대신문 창간호부터 오늘의 200호까지의 한 호, 한 호는 그 자체로 포항공대의 살아있는 역사이다. 특히 우리대학의 현상황을 곰곰이 짚어볼 때 포항공대신문에 요구되는 역할은 결코 가벼이 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 9월 1년여의 난항 끝에 제4대 박찬모 총장이 취임하면서 안정을 되찾고 가일층 노력이 더해지고는 있다. 최근 몇 달만 돌아보아도 중앙일보 대학평가 2년 연속 1위, 생명공학연구센터 개관, 청암 학술정보관 개관 등의 빛나는 역사가 씌여졌었다. 그러나 우리대학을 둘러싼 제반여건은 그리 녹록치가 않다. 이공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급속도로 나빠지며 위기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인데다가 대학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며 우리대학의 비교우위는 하나둘 지워지고 있다. 포스코의 적극적인 재정적 지원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재정에 대한 불만은 해소되지 않고 있고, 대규모 국책사업이나 연구프로젝트 실적도 예전에 비해서는 점차 둔화되는 추세이다.

이를 해소하고 극복하면서 발전을 지속시킬수 있게 하는 것은 결국 구성원들의 현실인식이다. 구성원들이 비전을 가지지 못한 채 분열된 상황에서는 어떠한 진단과 처방도 근본적인 치유책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시행착오가 있으면 냉정히 이를 시인하고, 오류에 대해서는 겸허히 반성하고, 보다 나은 대안에 대해서는 과감히 수용할 수 있는 문화가 학내에 정착될 때 대학 발전은 훨씬 더 수월해질 수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첨단의 디지털 시대라고 하여서 포항공대신문의 새로운 길은 다른데 있지 않다. 구성원간의 의사 소통을 원활히 하도록 공론의 장을 펼치는 언론 본연의 책무에 충실할 때 대학신문의 일대 위기라는 작금의 현실적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고 제대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구체적인 해법은 간단치가 않을 것이다. 신문사 조직의 전문성 결여와 학생기자의 태부족, 기술적 진보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시대적 제작시스템, 독자들의 외면 등 현재 처한 제반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힘에 벅찰 것이다. 그렇지만 포항공대의 빛나는 역사만큼 포항공대신문도 이를 충분히 해결해나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언로가 막힌 사회는 죽은 사회이다. 이 200호 발행으로 시대의 변화, 대학의 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간파하고 포항공대가 나아가야 할 바, 이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바를 누구보다도 정확히 제시해야 하는 대학 유일의 공식언론으로서의 책무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