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대 총장 취임에 즈음하여
제4대 총장 취임에 즈음하여
  • 승인 2003.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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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동안의 총장 대행체제가 끝나고 9월1일 박찬모 교수가 제4대 포항공대 총장에 취임하여 앞으로 4년 동안 우리대학을 이끌게 된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맞이하는 총장 취임에 즈음하여 당연히 축복과 기대감이 온 캠퍼스를 가득 채워야 하건만 많은 구성원들의 가슴 속에 착잡함과 우려가 자리잡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총장 선임이 지연되면서, 그리고 새로운 총장이 선임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이사회와 교수들간의 갈등은 아직도 진행형인 상태이다. 합법적인 선임 절차에 의거 훌륭한 총장을 선임하였다는 이사회의 입장에 대해 교수들은 동의하지 않고 있다.

지난 달 교수 평의회에서 실시한 설문에서는 교수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총장 선임 절차는 부적절하였으며, 선임된 총장의 업무 수행 능력도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장선임자의 사퇴보다는 협력하여 대학발전을 위하여 일하자는 의견이 더 많이 나온 것은 현 상황에서 이사회와 교수들이 대치할 경우 우리 대학의 명예와 발전에 득보다는 실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교수들의 염려를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출발하는 새 총장과 새 보직자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재의 불안정한 상황을 하루 빨리 마무리하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이 길어져서 우리의 역량이 본연의 임무인 교육과 연구에 집중되지 않고 비생산적인 갈등에 소모된다면 대학 발전에 커다란 타격을 줄 것이다. 또한 이사회와 협의하여 지금까지 일어난 제반 문제의 가장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 총장 선임 규정을 대학 구성원들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하루 속히 개정하여야 한다. 개교 이래 어느 때보다 대학에 심각한 타격을 준 이번 일련의 사태가 앞으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개교 17년을 맞는 포항공대는 외부로부터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으나 우리의 경쟁 우위는 점점 잠식되어 가고 있다. 개교 초창기에 경험한 빠른 발전에 익숙해 있는 대학 구성원들 대다수가 가지고 있는 현재에 대한 상황 인식은 최근 몇 년 간 우리대학은 답보 상태에 빠져 있으며, 우리대학이 명실 상부한 세계적인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개교 당시의 대역사(大役事)에 못하지 않는 제 2의 도약이 지금 이 시점에서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리하여 이번 4대 총장은 이러한 재도약을 이끌 수 있는 분이 선임되기를 기대하였고, 그것이 대다수의 구성원들이 훌륭한 외부 총장을 모시기를 그토록 열망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 기대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이루어지지 못했고 우리는 실망과 마음의 상처를 안고서 결국은 다시 내부에서 선임한 총장을 맞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우리의 발길이 멈추어서는 안되며 포항공대는 건학 이념과 개교시의 비전대로 세계적인 연구 중심대학이 되는 그 날까지계속해서, 그리고 누구보다도 빠르게 발전해야 한다. 이제 그 발전을 선도해야 할 1차적 임무는 새 총장에게 지워졌다. 비록 구성원들이 바라던 외부 총장이 아니라도, 또한 그간의 선임 과정이야 어떻든 간에 박찬모 신임 총장은 포항공대 제4대 총장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맡은 이상 이 역사적인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해야 한다. 또한 신임 총장을 비롯한 대학운영에 일정한 책무를 진 이들은 상당수의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앞날에 대한 회의와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는 추가적인 책무도 함께 주어졌음을 상기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가끔씩 일어나는 포항공대의 주인이 누구인가의 논의는 무의미하다. 국민 기업인 포스코가 원대한 이상을 가지고 설립한 포항공대는, 포스코도, 재단도, 대학구성원도 아닌 국민이 주인인 대학이다. 설립 초기 어느 누구랄 것 없이 다함께 매진했던 초심을 떠올리며, 지금 이 시점에서 서로를 타박하며 잘잘못을 가리는데 치중하기 보다 대승적 차원에서 한층 더 저마다 본연의 직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