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mal or Eccentric?
Normal or Eccentric?
  • 승인 2001.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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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새해를 맞이하여 900명에 가까운 새식구들이 일생의 가장 화려한 시기를 보내기 위해 엄숙한 예식을 치루었다.

이제 새로운 4년을 맞이하기 위해 주위의 모든 것과 헤어지고 이곳에 나타난 우리의 젊은이들을 정직하게 그리고 쓸모있게 키우는 것이 우리 포항공대 구성원들에게 주어진 의무이다.

이러한 시대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먼저 새내기들의 성장 과정과 그간의 교육과정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며 이의 첫 단계로 지난 10여 년간 그들을 만들어 온 교육과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에서 한 학생이 세칭 일류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단 한차례의 일탈이 허용되지 않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부모와 사회의 계획과 틀에 따라 갖가지 공부와 헤아릴 수 없는 과외수업을 거쳐야 하며 그야말로 주어진 일을 충실히 수행하는 모범생으로 계속 성장해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생각은 무시되며 학교와 사회의 규칙에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행동은 용납되지 않으며 단 한번이라도 주어진 틀을 벗어나고자 했던 학생은 살벌한 입시 경쟁을 견디기가 어려우며 결과적으로 우리학교에 입학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사회적 틀과 규범을 충실히 그리고 저항없이 따라온 학생중의 선택된 일부만이 오늘 우리 대학 입학의 영예를 누리는 것이다.

이 학생들의 대부분은 앞으로 4년 동안 주어진 교과서를 공부하고 수업에 충실하며 이제까지 살아온 것과 같은 모범생의 생활을 유지하여 학문적으로 우수하고 일견 장래가 촉망되어 보이는 학생으로 성장하여 졸업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늦게나마 삶의 의미를 심각하게 고민하거나 주어진 교육의 틀을 거부하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하는 적지 않은 수의 학생들은 생전 처음 열등생의 멍에를 뒤집어 쓴 채로 방황하게 된다.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우리 학교에서 조차도 단 한 차례의 방황은 가혹한 탈락자의 불명예를 쓰기에 충분한 이유이며 이 때문에 지난 10여 년간 학문의 길을 중도에서 포기한 학생들이 적지 않게 나타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단순히 착실하고 모범적인 학생을 기계적으로 만들어 내는 일, 즉 모든 학생을 똑같이 normal하게 만드는 작업은 중지하여야 한다. 이 학생들이 이제까지와 같이 주어진 일을 묵묵히 따르고 학교와 사회의 단단한 규제에 순응하는 단순한 모범생으로 키우는 것이 진정으로 바람직한 일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들의 방황을 이해하고 그들의 eccentricity를 막지 말아야 할 것이며 사고의 전환에 따른 노력을 적극 권장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의 천편 일률적인 모범생의 양산을 중지하고 수십년간 비정상적으로 계속되어온 불합리한 교육 방식을 우리 스스로 깨뜨려 이들의 방황과 eccentricity가 새로운 과학의 세계를 펼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