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역할 재정립해야할 때
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역할 재정립해야할 때
  • 승인 2003.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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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대는 과학과 기술 분야의 소수정예교육을 목표로 하는 연구중심대학으로 출범하였다. 개교한 지 17년째를 맞이하는 지금, 이제 21세기를 맞아 대학구성원 모두는 이 목표가 무엇을 의미하며 과연 지금까지 이 목표에 부합하기 위해 어떻게 해 왔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초우량 기업인 포스코의 지원과 설립자의 비전이 오늘의 포항공대를 있게 하였으나 소수의 사람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한다고 해서 소수 정예의 교육이 되고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대학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님을 되새겨야 한다.

연구중심대학의 역할이 무엇이고, 더 나아가 우리대학의 역할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구성원마다 많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MIT 모델이나 Caltech 모델 등이 우리 학교가 추구해야 할 방향으로 제시되기도 하고 고유의 포스텍 모델을 창조해야 한다고 언급되기도 한다. 개교 이래 이제까지의 시간이 포스텍 모델이나 포스텍의 특징을 확실하게 정의하기에 충분히 긴 시간은 아니다. 이것은 어쩌면 좀 더 긴 세월 연륜이 쌓여 정착될 일일 것이다.

대학은 한마디로 인재를 양성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곳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우리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중요하며 이에 밑바탕이 되는 과학기술 인재의 양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 우리는 총칼로 싸우는 시대가 아니라 기술 경쟁력으로 싸우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연구중심대학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이공계 기피 현상은 참으로 우려할 만한 것이며 과학기술 분야에서 깊이 있는 지식을 창출하는 대학원생들에게는 병역 특혜를 주어서라도 연구실에서 나라에 봉사하게 하여야 한다.

이러한 대학 외적인 부분과 함께 학내적으로도 관심을 기울여, 우리대학이 지금 어떠한 위치에 서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에 대해 진지한 고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고 저마다의 역할에 충실하며 대학이 가야 할 길을 제대로 가고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지금의 상황은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대학간 치열한 경쟁과 다른 대학의 분발로 우리대학이 내세우는 탁월한 경쟁력은 점차 떨어지고, 이공계 위기에서 비롯한 대학원생의 전반적 수준 하락 등은 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위상 정립에 부정적 측면으로 작용한다.

우리 모두는 대학의 효율적인 운영체제의 확립에 노력해야 한다. 인사제도, 평가제도, 지원제도, 의사결정 과정, 학과의 운영 등 학교의 운영과 관련된 모든 체제가 합리적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이에는 개인이나 소수집단의 이기주의, 무사안일을 경계하고 이들의 목소리에 추호도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과거의 교훈이다. 학교의 제일 중요한 부분은 교육과 연구이다. 이를 책임지고 있는 교수들은 각자가 세계적인 수준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고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이 된다는 것은 허망한 꿈에 지나지 않는다.

학생들은 우리대학의 건학이념과 사명감을 자각하고 자기 계발에 하루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소수정예주의 교육은 평범한 사람을 양성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일당백의 비범한 사람을 배출하여 사회에 공헌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과학계에 돌파구를 여는 사람,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 기업가 정신이 투철하여 국가경제 발전 및 사회 인프라 구축에 공헌하는 사람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하는 교육이다. 포항공대 학생들은 교수들과 혼연일체가 되어 이러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학생들을 미래를 내다보고 뿌리는 씨앗에 비유한다면 학교는 이들이 싹트고 자라는 터전이 되는 토양이라 볼 수 있다. 우리 모두는 비범한 사람이 양성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포항공대에 주어진 임무는 소수정예의 연구중심대학이었고 우리 학교를 아끼며 기대를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포항공대의 목표 달성과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기대와 사명감을 생각할 때 현재의 포항공대의 모습은 많은 아쉬움을 갖게 한다. 목표를 향해 매진해야 할 지도력과 추진력을 발휘할 기관의 장이 없이 상당 기간 표류하고 있는 현실은 많은 구성원들을 실망감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포항공대가 연구중심대학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매진할 수 있도록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역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