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포스코회장 체제 출범과 포항공대
새 포스코회장 체제 출범과 포항공대
  • 승인 2003.04.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 우리대학의 현주소를 진단할 때나, 외부 언론에서 우리대학을 다룰 때 ‘제 2의 도약’이라는 말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 지가 수년도 더 된 듯 하다. 지난 87년 처음으로 신입생을 맞이한 이후로 어느덧 올해로 열일곱 번 째 새식구를 받아들인 것이니, 사람으로 치자면 우리대학이 소년기에서 청년기로 접어드는 시기이니 제 2의, 새로운 도약을 논한다는 것이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수 년 동안에 같은 말이 계속 되풀이된다고 느낄 정도로 도약의 전제가 될 토대 마련이나 구성원들의 공감대 형성은 오히려 뒷걸음질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물론 여기에는 지난 17년 가까운 기간 중 일부 구성원들의 최고 수준의 발전을 거듭하던 때와 비교하여 평가절하 하는 조급증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반론에 일면 수긍이 가기는 하나, 그만큼 총장선임 지연에 대한 당혹감을 넘어 학교와 재단, 그리고 포스코와의 관계 설정이라는 기본적 전망에 우려의 시각이 짙어지는 것이 더 큰 이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새 포스코 회장으로 이구택 회장이 취임한 지 어제로 한 달이 되었다.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한 주축으로서 포스코 회장의 교체는 산업계에도 직간접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었다. 우리대학도 그 이유는 다르겠으나 초미의 관심사이기는 매 한가지였다. 총장 선임에 있어 포스코 회장의 의지가 상당하게 작용하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거니와, 포스코 회장이 재단 이사장을 겸하는 관례처럼 이어져 오던 지난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이는 곧 재단 이사장의 교체를 의미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울러 분위기 탓일까, 침체된 제반 환경을 어찌되었든 일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새 총장 선임에 대한 반가운 소식은 접할 수 없으며, 어떤 연유에서인지 이사장 교체 또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이구택 회장이 포스코에서 30년 넘게 재직하며 포스코의 오늘을 있게 한 장본인으로서 한국의 철강산업을 이끌어오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은 것처럼 포항공대의 발전을 누구보다도 염원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기에 포스코 회장으로서 감당할 수밖에 없는 대학의 주요 현안에 대한 지난 한달 여의 소극적 자세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지는 것은 속단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본질에 있어 어김없는 상호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대학 발전을 추구하는 데에 같은 뜻을 같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판단하는데는 가시적인 조치들이 주요 근거가 될 것이기에 대학을 방문하여 여러 구성원들과 의견을 나눈다거나, 총장 선임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 표명 등이 조속히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마침 대학과 재단의 유기적인 관계 설정의 중책이기도 한 부이사장직에 전 장근수 부이사장의 뒤를 이어 대학 설립시 대학건설본부장으로서 동분서주 뛰며 헌신했던 이대공 포철교육재단 이사장이 맡게 되었기에 많은 구성원들의 우려를 일소할 수 있으리라 본다.

지금 우리가 제 2의 도약을 준비하고 기대하고 있다면, 이는 이미 앞서 도약을 이루어내었다는 의미일 것이고, 여기에는 다른 사립대학이 고민하는 과제인 법인과 대학의 관계와 역할 설정을 훌륭히 해 온 것에 힘입은 바가 크다. 기금의 확보와 대학운영체계의 확립, 인프라 등 모든 면에서 국내 다른 대학의 모범이 되고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여 국내 정상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자립잡은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총장선임 지연 이후로 초래된 대학과 법인 사이의 갈등의 배경은 불가피하고 필연적인 것이었다기 보다는 그 과정에서 오해와 불신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이구택 회장의 취임으로 포스코의 변화와 새로운 성장을 충분히 이룩할 것이라 기대하듯, 포항공대가 다시 그러나 다른 모습으로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으로 도약하는 한 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