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16주년에 생각하는 우리 대학의 과제
개교 16주년에 생각하는 우리 대학의 과제
  • 승인 2002.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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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최초로 연구중심대학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개교한 우리대학이 어제로 어언 16주년을 맞이하였다.

우리대학이 개교할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 대학은 주로 교육에 역점을 두었고, 연구는 전문 연구소에서 하는 것이라는 저변의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국내여건상 전문 연구인력이 가장 많이 있는 곳이 대학이고, 우수한 연구인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학생들을 잘 훈련하고 양성하면서 동시에 훌륭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곳이 대학이다. 그리고 창의적인 연구는 특정 제도나 틀에 얽매여 있기 보다는 자유분방한 사고가 이루어질 수 있는 대학에서 그 가능성이 더 크다. 또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과감한 지원이 있으면 훌륭한 연구의 성과를 이룰 수 있음을 연구 선진국의 예에 비춰보아도 알 수 있다. 따라서 대학이 첨단 연구의 중심이 되고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을 선도해야 한다는 포부를 가지고 포항공대는 연구소 같은 대학으로 문을 열었다.

그 동안 사명감을 가진 교수들과 학생들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 괄목할만한 성과를 얻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연구의 선두 주자로 자리 매김을 하였다. 지난 16년을 되돌아보면 첨단 연구시설에 대한 엄청난 투자가 있었고, 이에 따른 연구환경의 발전은 대단하였다고 자부할 수 있다. 개교 이래 재단의 지원 하에 지속적으로 최신 연구장비를 도입하였고, 노후화 된 연구장비의 교체가 이루어져 왔다. 특히 방사광가속기가 완공되고 빔라인을 포함한 부대 연구시설이 갖추어짐에 따라 세계 도처에서 가속기 이용자가 포항으로 찾아오게 되어 한국에서는 과학기술의 메카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이제부터 우리 포항공대는 세계를 향해 도약을 할 때라 생각한다. 세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세계 최고의 연구결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연구시설이나 연구 인프라의 확충에 계속적인 투자가 있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연구하는 사람이다. 아무리 시설이 첨단을 달린다 하더라도 이를 활용하는 연구 인력이 창의적이지 못하면 세계를 선도할 연구결과가 나올 수는 없을 것이다. 포항은 서울이나 대전과는 달리 대학과 연구소가 밀집되어 있지 않으므로 절대적으로 전문 연구인력의 수가 적다. 따라서 연구인들 간의 협력을 모색하려 해도 포항에서는 그 대상자를 찾기가 힘들고, 할 수 없이 타 지방에 있는 연구자와 공동연구를 하게 되면 연구 수행의 능률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대학의 자체 전문 연구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과별로 교수의 수를 지속적으로 늘려가야 하고 박사급 연구원들이 포항을 찾아올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여 다른 지역이나 타 대학보다 경쟁력이 있도록 해야 한다. 박사학위를 받은 고급 연구인력이 포항이라는 지역적 한계 때문에 서울이나 다른 대도시의 연구실로 가는 것을 자주 보는데 연구원 숙소를 꾸준히 확보해야 하며,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주거비용을 저렴하게 해서 연구원들이 가족들과 함께 지내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해서 연구원들을 지원함으로써 충분하게 여유 있는 생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연구실 담당 교수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고 연구원 본인의 연구 성과가 괄목할 만한 경우에는 심사를 통해 학과 교수나 정규 연구교수직으로 임용하는 것도 좋으리라고 본다.

현재 우리대학에 있는 연구원들 대부분은 안정된 직장을 얻기 전에 잠시 머무르는 곳으로 생각을 하고 이곳에 있는 동안에도 연구에 전념하기 보다는 취직을 위해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본인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재원의 확보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학생들의 교육에 있어서도 남다른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것 같다. 우리대학이 타 대학과 차별화 할 수 있는 것은 소수 정예를 추구하고 있어 적은 숫자의 학생들을 교수가 근거리에서 교육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토론식 수업 등의 특징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 연구실에서는 학부 학생들의 경우, 학점을 충분히 인정하는 등 기존의 연구 참여제도를 실질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학부 1학년부터라도 연구실에서 직접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강의실에서 일방적인 강의로 인한 수동적인 지식 습득 보다는 연구에 직접 참여하여 얻어지는 지식이 살아있는 지식이 되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학과의 울타리를 낮추어 자신이 흥미 있는 과목을 마음껏 수강하게 하고 연구실도 학과에 제한되지 않고 자유롭게 선택하여 연구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일찍부터 학제간 연구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면 기발한 착상과 아울러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해 나갈 수도 있고 시대를 앞서가는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

이제 열 여섯 살로 청소년이 된 포항공대가 서른 살 장년이 될 때에는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으로서 우리나라의 과학 기술 뿐만 아니라 세계의 과학기술을 선도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