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의 새로운 도약을 위하여
포항공대의 새로운 도약을 위하여
  • 승인 2002.11.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86년 12월 3일 우리대학이 개교한 이래로 벌써 16년을 맞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우리대학은 설립이사장의 철학과 굳센 의지, 이와 호흡이 잘 맞았던 초대 총장의 지도력과 추진력에 의해 그리고 또한 세계적인 기업 포스코의 헌신적인 도움에 의해 성공적인 출발을 할 수 있었다. 당시 국가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우수한 인재를 필요로 했던 우리나라의 발전 단계와 잘 부합된 면도 있었다.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했던 우리대학의 개교는 교육계에 신선한 충격이었고, 많은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또한 비정상적으로 편향된 서울 중심적인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구도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

포항공대가 우리나라의 교육사에 한 획을 긋는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을 아무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여기에는 교수들과 직원들, 그리고 학교에 몸 담았던 학생들 모두의 노력이 크게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또한 우리는 항상 그 운영체계와 인프라 면에서 타 대학의 모범이 되었고 선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 특히 기금의 확보와 대학 운영체계의 확립, 포항공대라는 조직의 지배 구조 등은 타의 모범이 되고 선망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에는 신뢰를 바탕으로 총장에게 위임된 대학의 자율 경영이 그 근간을 이루어 왔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고 후원해 준 설립이사장과 이를 뒷받침한 재단의 비전에 의한 것이라고 우리들은 믿고 있다.

대학도 한 국가와 또한 한 지역의 환경과 연관된 조직일진대 그 수준을 훨씬 뛰어 넘는 단계의 발전을 항상 지속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기는 하다. 그간 타 대학들의 비약적인 발전에 의해 우리의 비교 우위가 상당 부분 잠식되어 가고 있고 점점 증폭되어 가는 지역적인 불리함, 이공계 기피 현상 등의 상황 변화에 많은 구성원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에 더하여 지난번 총장의 임기 만료와 함께 순차적으로 진행되었어야 할 차기 총장의 선임과 부임이 지연되고 이와 함께 재단과 학교간에 대학의 운영 체제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표출되면서 결국에는 총장대행의 해임으로까지 발전된 갈등은 우리대학의 지속적인 발전과 도약을 꿈꾸는 많은 구성원들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러한 사태의 발전에 대해 합리적인 해결책의 모색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크든 작든 모든 조직은 그 구성원 사이에 이견과 갈등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는 조직은 일부 후퇴가 있더라도 결국은 발전해 나가며 그렇지 못한 조직은 단지 시간 문제일 뿐 퇴보하고 결국에는 붕괴하고 마는 것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조직 일부의 단편적인 준동에 의해 나타나는 나뭇가지 끝 잎사귀의 흔들림에 신경을 쓰기 보다는 교육과 연구에 힘쓰는 말 없는 다수에 의해 유지되는 굵은 줄기와 뿌리를 보고 이제까지 개교 이래 유지되어 왔던 선의의 운영체계가 변하지 않기를 많은 조직원들은 바라고 있다. 이 시점에서 그간 유지해온 운영체계를 바꾸어야 할 이유를 어떠한 설명으로도 많은 구성원들이 납득을 하지 못하는 상황임을 재단 측에서는 인식해야 한다.

질서의 변화가 가속되는 21세기 초반의 이 시점에서 요구되는 새로운 리더십은 권위주의적인 것도 아니고, 명령적인 것도 아니며 또한 카리스마적인 것도 아니다. 이제는 자발적 동의에 기초한, 그리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바탕에서 통합을 이끌어 내는, 협력과 설득을 통한 지도력이 필요한 때이다.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차세대의 지도자를 양성하는 대학의 특성상 이러한 지도력의 필요성은 다른 어떤 조직보다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과도기적인 시점에서 나타난 현재의 갈등
은 개교 이래 유지되어 온 전통에 반하는 실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누구의 책임인가를 논하는 게 실로 부질없는 것일지는 모르나 이로 인한 대학 전반에 미친 부정적 요소들을 해소하기 위한 자세와 노력은 재단과 대학구성원 모두에게 촉구되어야 한다.

총장 자리가 공석인 채, 임시방편의 총장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지도 어느덧 1백 여일이 다되어 간다. 구성원들은 하루 빨리 훌륭한 총장이 선임되어 취임하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새 총장의 부임과 함께 그간에 표출되었던 많은 문제점들이 원만히 해결이 되어 포항공대가 다시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