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평가와 포항공대의 좌표
대학평가와 포항공대의 좌표
  • 승인 2002.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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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에서 실시한 2002년 전국 대학평가에서 우리 대학이 5년 만에 카이스트를 제치고 정상으로 복귀하였다. 1996년과 97년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던 우리대학은 98년 이래로 지난 4년 간 카이스트에 정상의 자리를 내줬었다. 3-7위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서강대가 차지하였다. 우리대학의 1위 복귀는 교수 연구부문, 교육여건 재정부문 그리고 개선도 부문 등에서 1위를 한 덕분으로 보도되었다. 연구비 수주액과 연구논문 발표 수의 괄목할 만한 증가도 있었지만 가장 의미있는 것은 논문의 질을 나타내는 SCI 피인용 수에서 타 대학의 추종을 불허하는 좋은 성적으로 1위를 했다는 것이다. 교육여건 재정 부문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학술정보관과 생명공학연구센터 건립에 따른 투자 증가에 힘입어 큰 개선이 있었다.

우리나라 언론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9년 전 중앙일보가 대학 평가를 시작한 이후 초기에는 그 기준의 합리성과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많았으나 회를 거듭할수록 신뢰성과 전통을 갖춘 국내 유일의 대학평가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런 종류의 평가에서 한두 단계의 변화는 큰 의미가 없으며, 우리대학이 줄곧 1,2위를 해온 터이니 금년에 우리가 특별히 나아진 것은 없다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들에게나 대학선택을 고민하는 수험생들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적지 않음을 생각할 때, 금년의 성과는 대학 구성원 모두가 기뻐해야 할 경사임에 틀림없다. 그 동안 대학의 발전에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인 교수, 직원, 학생들과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포스코와 재단에 큰 박수를 보낸다.

최근 모 경제신문의 기획기사와 관련하여 우리대학의 국내에서의 위상에 대한 논란이 구성원들 사이에 있어 왔다. 특히 상당히 유명한 본교 졸업생이 언급한 ‘국내 3위론’이 그 신문에 보도되면서 이에 대한 열띤 공방이 학내 사이버 스페이스를 채워 왔었다. 이러한 논의를 보면서 안타까웠던 것은 대부분의 논의가 객관적 사실과 정확한 지표에 근거하기보다는 막연하고 단편적인 개인적 느낌에 의존하여 상당히 감정적으로 흘렀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자기 발전에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과대평가에 의한 자만심도 문제이지만 근거없는 패배주의에 의한 자기비하는 더더욱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런 의미에서 금번의 평가에서 제시된 객관적 지표들은 종합평가결과와 상관없이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시의적절하게 제공했다 하겠다.

대학의 질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요소인 교수연구, 학생수준, 시설 및 복지, 사회적인 평판 등을 총괄하여 볼 때, 우리 대학은 국내의 경쟁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 카이스트, 서울대와 세칭 ‘Big 3’라고 하는 최우수 대학 집단을 이루면서 비슷한 수준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평가에서 고려되지 않은 학부 입학생들의 질로 보아도 지난 몇 년간의 입시에서 세 대학은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을 나누어 가짐으로서 이제 최우수 이공계 수험생들은 막연한 기준에 의한 통념적인 대학 순위와 자기 성적을 맞춰 대학을 가는 것이 아니라, 세 대학 중 본인의 취향에 맞는 대학을 선택해 진학하는 대단히 바람직한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이들 세 대학은 저마다 장단점이 있어서 획일화된 지표에 의해 이들 사이에 등수를 매기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기는 하나 큰 의미는 없다 하겠다.

우리대학이 위의 두 대학과 다른 가장 큰 차이는 짧은 역사이다. 역사가 짧다는 것이 단점이 되기도 하지만 또한 아직 우리가 가진 역량이 충분히 발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제 개교 17년째인 우리 대학이 우리의 역량을 집중하여 지금까지의 발전 속도를 유지한다면 우리의 비전인 10년 이내에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이 되는 것도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단지 지금까지 오늘의 포항공대를 이룩한 요소들, 즉 우리 구성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포스코, 재단의 적극적인 지원이 끊임없이 계속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포항공대는 국내 1위가 되기 위하여 세워진 대학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칭찬은 큰 것이건 작은 것이건 기분 좋은 일이다. 이번의 경사가 우리가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데 자신감과 의욕을 고취시키는 좋은 자극제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