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자
과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자
  • 승인 2002.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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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총장의 선임이 지연되면서 우리 대학은 개교 이후 두 번째로 총장 대행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대행 시기는 권한과 의무가 제한적인 과도적인 기간이기 때문에 대학 행정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취약성을 드러내는 시기이다. 정부에서도 국무총리 서리 제도가 정착을 하지 못하면서 국무총리가 물러난 뒤 여태껏 제대로 된 신임 총리를 맞이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정의 운영이 여러 측면에서 삐거덕거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정권 말기의 레임덕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는 국정과 마찬가지로 우리 대학도 과도 대행 체제라는 유사한 어려운 시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김호길 총장 시기 이후 우리 대학은 초창기의 역동성을 많이 상실하고 대내외적으로 많은 도전에 봉착해 있다. 즉 초창기에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자고 주먹을 불끈 쥐었던 교수, 학생, 직원 등 학교 구성원들 사이의 단합된 각오의 모습이 이제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것을 도처에서 목격하고 있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초창기 우리 대학이 빠른 시일 내에 급속도로 부상하게 만들었던 여러 강점들이 다른 대학들이 급속도로 추격해오면서 점점 그 효력을 상실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BK21을 비롯해서 여러 방면에서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고 있고, 연구 설비와 연구인력 인건비 보조 측면에서도 우리 대학을 압박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카이스트도 과학기술부와의 친밀한 밀월 관계를 유지하며 제 2의 도약 시기를 준비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 대학은 그동안 다른 대학에 비해 우위에 있던 우수한 연구 시설과 파격적인 지원 등의 이점이 갈수록 빛을 바래고 있고, 국토의 동남부에 위치하고 있다는 태생적인 지리적 한계가 우리의 위치를 더욱 어렵고 왜소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우리가 눈앞에서 목격하고 피부로 느끼고 있는 이런 이유 때문에 대학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새로운 능력 있는 총장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심정이다. 총장 선임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권이 법인으로 넘어가 있는 지금, 법인이 다른 어느 때보다도 총장 선임에 많은 고심을 하고 있을 것으로 우리는 믿고 있다. 법인의 선택에 대한 대학 구성원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고조되고 있는 이 때에 법인은 포항공대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최적의 총장을 선임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총장 선임이 지연될수록 대내외적으로 수많은 의혹이 난무하고 대행 시기의 연장으로 학교가 여러 가지로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는 것을 이해해 총장 선임을 조속히 완료해야 하겠지만, 총장 선임을 졸속으로 처리하여 대학 발전에 커다란 누를 끼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학 보직자들은 대행 시기라는 것을 감안해 새로운 정책을 추진시키는 것은 불가항력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제해야 한다. 아울러 교수, 직원, 학생 등 대학 구성원들도 대행 시기라는 것을 고려해 학교 측에 대해 지나친 요구를 하는 것을 스스로 자제하고 새로운 능력있는 총장을 선임할 수 있도록 법인에 보다 많은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며 힘을 합쳐 이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만 하는 때이며, 이 어려운 시기를 함께 성공적으로 극복해나갈 때만이 우리 모두는 새로운 총장을 당당하게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대학의 제 2의 도약과 웅비를 위해서는 새로 선임되는 총장의 지도 능력과 자질뿐만이 아니라 대학 구성원 모두의 수준 높은 자질도 절실히 요구된다. 이 과도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가 하는 것이야말로 다음 총장 시기에 대학이 진정으로 발전할 수 있는가를 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