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안전대책 수립 시급하다
교내안전대책 수립 시급하다
  • 승인 2002.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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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 간 우리학교 재학생 몇 명이 각종 사고로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하였다. 인간의 목숨이 우리의 뜻과는 무관함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기나긴 입시지옥을 이제 막 통과하고 새로운 인생 설계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세상을 떠나는 것은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며 국가와 우리대학에는 커다란 손실임에 틀림없다. 특히 박사학위 취득을 앞두고 마지막 실험에 열중하다 불의의 사고로 우리곁을 떠난 어느 대학원생의 죽음은 피할수도 있었다는 아쉬움 때문에 많은 사람을 안타깝게 하였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아쉬움과 슬픔에서 벗어나 이러한 원시적인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대부분의 연구 활동이 실험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우리대학에서 실험 활동 자체의 특수성으로 인해 독극물, 독가스 등을 빈번히 사용하고 있으나 이에 필요한 안전장치와 숙련도의 미흡으로 인해 실제로 크고 작은 사고들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일반 기업체나 정부 출연 연구소의 경우 유해물질의 반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안전장치의 설치를 의무화 하고 있어 사고의 발생 가능성은 대학에 비해 훨씬 낮으나 과도한 설비 부담과 규제로 연구 활동을 현저히 억제하는 부작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대학의 경우, 실험실의 안전교육 및 유지에 대한 대학 차원의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며 각 연구실 별로 교수 개인의 판단에 의해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전부이다. 따라서 많은 예산과 시간이 필요한 근본적인 안전 장치의 설치는 논외로 하더라도 가장 기본적인 보호장비마저 갖추고 있지 못한 실험실이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에서 개교 이래 실험 중에 발생한 사고가 이렇게 적었으며 실험실 안전에 대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더욱이 사고 발생시 모든 법적 책임을 해당 실험실의 책임자인 교수 개인이 떠맡게 되어 있는 상황에서 학교 당국의 무신경도 이해하기 어렵다.
다양한 종류의 연구 활동이 밤낮으로 이루어지는 실험실의 안전을 유지, 관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재정적으로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현재 국가의 연구 관리 체계에서 안전 장비에 연구비를 투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임을 감안하면 안전관리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짧게는 우리대학의 미래를 짊어지고 길게는 우리나라 과학 기술을 책임질 우리의 대학원생들을 현재와 같이 무방비로 위험에 노출시킬 수는 없다. 실험실 현장에서 일하는 교수와 대학원생의 철저한 안전의식 확립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안전 장비의 확보와 철저하고 규칙적인 안전교육 체계 확립을 위한 대학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