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국의 비전과 포항공대
2020 한국의 비전과 포항공대
  • 승인 2002.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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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일간지에서 ‘2020 미래로 가자, 국민 소득 3만불 시대로’ 라는 구호로 연중기획 대 토론회를 시작한 적이 있다. 지금부터 18년 뒤인 2020년, 한국이 일등 선진국이 되어 있으려면 오늘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미래의 시점에서 도출해 내려 한다고 표방하고 있다.

20세기 후반, 한국은 세계를 놀라게 한 고도압축 성장과 민주주의를 성취했으나 이제 사회 각 부분에 만연한 비효율성과 교육 체제의 흔들림으로 사회 전체가 ‘위기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현실 인식에서 이 기획은 출발하고 있다. 그래서 이 신문은 진취적 비전을 가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동참하기를 권하고 있고, 미래의 한국을 짊어질 젊은 두뇌들이 머리를 맞대고 토해낸 격론과 거기서 도출된 미래에 대한 준비의 방안을 계속 전달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이는 물론 상업주의와도 전혀 무관할 수 없는 한 일간지의 기획이라 볼 수 있으나 일등 국가를 꿈꾸는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한 주제라 할 수 있다. 앞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표출될 것으로 기대되며 또 한편으론 우리가 몸 담고 있는 포항공대의 2020 비전은 무엇이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묻게 된다.

21세기의 대변혁은 벌써부터 시작되었고 어찌보면 2020년은 그리 먼 이야기도 아니다. 60년대의 상위 20대 기업과 90년대의 20대 기업을 비교해 보면 우리가 얼마나 격동의 시대를 살아 왔는지 알 수 있다. 승자와 패자가 바뀌는 극한 경쟁시대에 더욱 빠르게 변할 앞으로의 상황을 생각할 때 2020년에는 얼마나 큰 변화가 있을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한치의 시행착오도 허용하지 않는 정보기술과 과학혁명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소수정예주의, 연구중심대학, 과학과 미래를 표방하며 16년 전에 문을 연 포항공대는 국가가 처한 현실과 소명에 비추어 볼 때 시의적절하게 태어났다고 볼 수 있다. 소수 정예주의는 단지 학교의 규모가 작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재정적인 투자를 많이 했다고 해서 쉽게 우수한 대학이 되는 것도 아니다. 포항공대는 평범한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 아니라 일당 백의 비범한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며, 21세기의 혁명은 바로 인재 혁명과도 같은 의미라 할 때 그 역할의 막중함을 알 수 있다. 과거에는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사람이 군인이었다면 이제는 과학기술자가 그 역할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안팎으로 대단히 어려운 처지에 있다. 좀 더 안정되고 편한 곳에 가치관을 두고 있는 일반 학부모들의 인식, 이에 맞는 대학에 가기 위해 파김치가 되도록 틀에 박힌 공부를 하는 청소년들, 생산과는 거리가 있는 고시 합격자나 의사가 대접받고 날로 사기가 떨어져 가는 과학기술자들을 볼 때 그 누가 3만불 시대의 기술입국이 가능하리라 생각할 수 있겠는가?

멕시코는 공장 가까이 철광석이 나고 기름이 나도 포스코보다 질 좋고 싼 제품을 만들지 못한다. 로마 제국은 천년의 세월에 걸쳐 존재하였으며 인류 역사상 가장 효율적이고 강력한 국가 체제를 유지하며 유럽의 강자로 군림하였다. 그 비결은 인프라스트럭쳐에 있다고 한다. 조직의 각종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조화를 이루며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체제의 운영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에는 뛰어난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한다.

실험실에서 만든 시편을 포항공대 내에서 분석하는 것을 진작에 포기한 연구팀들이 있다. 이곳에 몇달 있어 본 한 러시아 과학자는 개개인의 우수한 연구자들과 함께 좋은 연구결과를 낼 수 있는 인프라스트럭쳐가 주위에 형성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곳의 현실이 의아스럽다고 이야기한다.

2020년 대한민국의 비전, 이에 부응해서 포항공대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를 돌아 보고, 우리의 인프라스트럭쳐를 고치고 제대로 구축해 나가는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때때로 나오는 마스터플랜에서 언급되는 당연한 이야기와 구호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들을 행동에 옮기는 지도력으로 가능한 것이다. 앞으로 포항공대의 인적, 물적, 그리고 각종 인프라는 많은 문제점에 봉착할 것이며 조직내의 책임있는 부분에서는 이를 자각하고 깨어 있는 자세로 문제 해결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