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새내기들에게
용감한 새내기들에게
  • 승인 2002.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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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학년도 새내기들이 앳된 모습으로 교정을 걷고 있다. 어깨를 으쓱거리는 남학생들 사이로 다소곳한 여학생들이 끼리끼리 손잡고 겨우내 스산하던 산 31번지 산동네를 싱그러운 새봄의 향기로 채우고 있다. 우리대학이 신입생을 받기 시작한지도 벌써 16년째, 2002학년의 새내기들은 특히 용감해 보인다.
우리대학을 포함한 주요 간판급 대학의 이공계열 정시 신입생 1차 등록률은 약 82%을 밑돌고 있다. 고교 평준화 교육에 대한 그간의 우려가 고교 졸업생들의 전체적인 기초학력 저하와 이공계열 진학률 하락이라는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뒷북치기에는 언제나 앞선 많은 방송과 신문들이 입맞추어 “21세기 한국의 발전은 새로운 과학과 기술을 만들어 가는 이공계 종사자들의 역량에 달려있다” 라고 새삼 들먹이는 것으로 보아 이공계 대학의 전문인력 양성이 국가의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는 인식이 차츰 국민의 뇌리에서 지워져 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가 갈수록 이공계를 지망하는 학생의 숫자는 줄어들고, 많은 우수한 학생들은 안정된 직업, 두둑한 보수, 사회적 지위, 또는 풍요로운 생활기반 등을 어렵지 않게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법대, 상대 등의 학과나 계열을 선택하고 있다. 짧으면 4년, 길어봤자 10년의 배움으로 평생 전문직업 활동이 보장되는 길을 선택하기보다는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고 추구해야 하는 과학과 기술분야에 도전하려는 새내기들의 용기와 모험심에 갈채를 보낸다.

마음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 새내기들의 용기와 열정은 미래 한국의 과학과 기술을 이끌어 나갈 원동력이 될 것으로 믿는다. 또한 용감한 새내기들을 포항공대로 보내신 학부모와 교사들의 뒷바라지와 지도를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우리는 그간 정상에 오르기 위한 노력으로 15년을 한결같이 가슴 벅차게 달려왔다. 뜨거운 용광로의 열정으로 시작한 담금질은 어느덧 정상을 앞두고 눈부신 성과를 보이기 시작한다. 정상에 서면 시계가 바뀌어 아직껏 아무도 보지 못한 하늘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상에 서면 하늘을 지붕 삼아 숱한 밤을 새우며, 구름을 타고 별이 되기 위한 날갯짓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상에 서면 아무도 가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보고 개척할 수 있을 것이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던 새로운 일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정상에 서면 구름이 되어 이곳 저곳을 바람 타고 나르다가 뭉쳐 비가 되어 목마른 대지를 적셔주기도 하고, 계곡사이에 드리워져 정상을 엿보지 못하게 하는 그늘이 되기도 할 것이다. 2002학년 새내기들은 정상을 향한 우리의 원정에 뜨거운 가슴으로 동참하리라 믿는다.

우리의 원정에 동참하는 새내기들은 지금부터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한다.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황칠한 곳에 덧칠한 캔버스보다는 백지가 낫다. 새내기들에게 주어진 우선 과제는 입시를 준비하는 동안 몸에 배인 학습방법과 태도를 털어 버리고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는 일이다.

이전에도 매년 수없이 많은 학생들이 배웠던 내용을 반복학습과 문제풀이를 통해 배우며 길들여진 ‘보고 또 보는’ 학습방법이나 단편적인 문제의 해답을 빨리 찾아내는 시험정복기술 등을 연마하던 습관을 될수록 빨리 잊어버려야 할 것이다. 낮 시간이나 수업시간 중에는 졸거나 딴 짓하고, 저녁시간에는 학원으로 과외로 뛰며 토막난 지식을 하나씩 보태던 학습태도들을 바꿔야 한다.

자연현상과 원리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들을 주입식으로 머리에 쌓기보다는 실험을 통하여 현상을 실제로 관찰하고, 원리를 생각하고 현상을 이해하며 신기술에 응용하는 통합적인 사고능력을 길러야 한다. 어지럽게 흩어진 단편적인 상식과 지식의 토막들을 모아서 정리하고, 버릴 것은 버리고, 남는 것은 새로운 고리로 이어 모자이크 그림을 완성해 가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새로운 그림의 소재를 찾고, 구도를 정하고, 바라는 그림을 화폭에 옮기는 기술을 익히고, 의도하는 그림을 여러 각도에서 재조명해 보는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시켜야 한다.
2002학년 새내기들이 그리는 새로운 그림 전람회가 정상에서 펼쳐지는 그날이 오기를 고대하며 새내기들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