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장래를 어깨에 지고
과학기술의 장래를 어깨에 지고
  • 승인 2002.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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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가의 장래를 생각할 때 큰 우려를 낳게 했던 사실이 고등학생들의 이공계 대학 진출 기피 현상이다. 계열별 수학능력시험 응시자들에 대한 교육인적자원부의 통계를 보면, 1998년에 인문계는 48.4%, 이공계는 42.4%이고 나머지는 예체능 계열이었는데 1999년에는 인문계가 49.1%, 이공계는 39.9%가 되고 2000년에는 인문계가 52.1%, 이공계는 34.6%로 점차 격차가 벌어지다가 2001년에는 인문계가 55.1%, 이공계는 29.4%로 변하였다. 올해 2002년에는 그 차이가 엄청나게 벌어져 인문계 응시자가 416,700명으로서 56.4%를 차지하고 이공계 응시자는 198,963명으로 26.9%밖에 되지 않아 심각한 양상을 노출하고 있다.

이공계를 지원하는 학생들이 인문계 지원 학생의 반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장차 이 나라의 장래에 대해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공계를 지원하는 학생들마저 졸업 후 안정적인 직업이 보장되는 의대, 한의대, 약대쪽으로만 몰리고 있으며 순수 및 응용과학 쪽으로 관심을 가지는 인재들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음은 더욱 미래를 암담하게 만드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청소년들의 의식을 조사해 보아도 교수나 연구직 등 과학기술계를 희망하는 사람은 2.8%에 불과하고 대부분 연예인이나 컴퓨터 게이머, 변호사, 의사, 세무사, 변리사 등을 희망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없이 국가의 발전이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인정하고 있지만, 과학기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해 올바른 대우를 못해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에서도 장기적이고 많은 투자가 필요한 연구개발보다는 이미 개발된 외국 기술을 들여와 물건을 만드는 것이 훨씬 빠르고 경제적이며 부설 연구소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기업의 사정이 나빠지면 제일 먼저 손대는 곳이 그나마 있는 연구개발 인력이다. 그리고 이공계 출신들이 보수나 승진에서 인문계 출신들과 비교해 볼 때 대등하기 보다는 오히려 차등을 받고 기회가 적은 경우가 많다.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고 이끌어 갈 수 있는 엘리트 학생들이 창조적인 일에 자신의 인생을 걸지 않고 힘들게 공부하고 고생하기 보다는 안일하게 쉽게 살 수 있는 쪽으로 몰리는 현실은 분명 위기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국가의 총체적 상황이 과학기술인들을 우대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변해야 하고 과학기술인으로서의 긍지를 갖게 해야 하는데 오히려 홀대하는 상황으로 흘렀기 때문에 어쩌면 우수한 인재들이 다른 쪽으로 빠져 나가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정치인들이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이공계 학생들을 위해 내놓은 대책도 너무 소극적이고 근시안적이다.

이공계를 지원하는 학생들 중 객관적으로 기준을 만들어 일정한 기준을 넘어선 우수한 학생들에게는 대폭적인 지원을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 우수 학생들에게는 병역 혜택 뿐만 아니라 학비를 지원하고 필요하면 외국으로 연수를 보내어 국제적으로 경쟁력있는 과학기술인으로 양성해야 할 것이다. 또한 포항공대와 같이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있는 연구중심의 이공계 대학을 선정하여 국가차원에서 파격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학비나 병역문제에 신경 쓰지 않고 학문과 연구에 온 힘을 기울일 수 있도록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이 쉽게 이루어 질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어렵기 때문에 국가 장래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하게 된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포항공대인은 한국의 과학기술계를 이끌어 가고자 하는 사명감을 가지고 1% 이내의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하여 힘든 공부에 부대끼며 각고의 노력으로 형설의 공을 쌓아 사회로 진출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학부와 대학원 과정동안 강의실과 연구실에서 땀을 흘리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포항공대 학생들이 오늘 영예로운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받는다. 대부분의 졸업생들이 그들의 수고와 땀에 대해 주위로부터 올바른 평가를 받지 못한다 할지라도 또한 사회가 충분한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 할지라도 이 나라의 과학기술 역량을 세계 속에 우뚝 세우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과학기술자를 필요로 하는 각처로 나아가는 포항공대 졸업생들을 진심으로 축복하고 싶다. 성서에도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회피하는 어려운 길이지만 이 길을 천직으로 알고 묵묵히 걸어가는 포항공대 졸업생들에 의해 이 땅의 미래 생명력은 힘차게 꿈틀거릴 것으로 믿는다.

졸업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삶의 진정한 기쁨은 얼마나 편하게 살았는가 하는 데 있지 않고 얼마나 창조적으로 살았나 하는 데 달려있음을 기억해 달라는 것이다. 부자가 되고 인기를 누리며 안락한 삶을 누리는 것이 성공이 아님을 우리 졸업생들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졸업생 여러분들의 삶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리게 되고 이 나라가 세계 속에서 앞장서 나가며, 진취적이고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문명과 문화를 창출하는 엘리트가 되기를 바란다. 졸업생 여러분들의 미래에 무한한 영광과 축복이 함께 하길 기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