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학제간 연구를 활성화 하자
다학제간 연구를 활성화 하자
  • 승인 2001.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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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첫해인 2001년도가 마지막 달에 접어들면서 우리대학도 이번 12월 3일로 개교 15주년을 맞았다. 그간 비교적 짧은 기간이지만 빠른 속도로 발전해 오면서 국내 정상급 연구중심대학으로 성장해온 우리대학이 국내대학 발전 역사에 미친 영향은 실로 대단하다 하겠다. 또한 우리대학 연구진에 의해 세계적인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었을 때는 우리가 단순히 포항공대 사람들 중 하나라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뿌듯하였다. 그러나 지난날의 눈부신 성장과 여러 가지 성공담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여기서 안주할 수 없는 것은 앞으로의 세계 과학기술사에 우리 대학이 미칠 영향이 더욱 크고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도 15세가 되면 고교생이 되면서 신체적 성장보다는 정신적 성장기를 맞게 되듯이 우리대학도 이제는 외형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진정으로 연구역량을 키워가야 하는 시기가 된 것 같다.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여러 가지 전략이 있겠으나 ‘작지만 위대한 공과대학’을 표방하면서 소수정예주의를 지키고 있는 우리대학에 꼭 맞는 전략이 다학제(多學際)간 연구(multi-disciplinary researches)의 활성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대학 구성원들의 우수성 이외에도, 규모가 작기 때문에 교수들이 다른 학과 교수들을 잘 알고 학생들도 기숙사 생활을 통해 타 학과 학생들을 잘 알고 있으며 타학과 수업을 수강하는 경우가 많아 다학제간 연구를 수행하는데 필요조건을 우리대학 만큼 잘 갖춘 곳도 없다 생각된다.

더욱이 최근 들어 한창 관심을 끌고 있는 나노테크 및 바이오테크 분야의 연구들이 다학제간의 노력을 요구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우리는 아주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할 수 있겠다. 최근 극미세나노선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세계적 저명학술지인 `Science’의 표지를 장식하여 우리대학의 이름을 빛낸 김광수 교수팀의 학제간 연구 성공모델 제시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와 같은 밝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잘 갖추어진 필요조건을 충분조건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우리학교 구성원들의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로 연구과제 책임자들의 타학문 분야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노력과 타분야 연구자들과의 견해차를 이해하고 해소해 나가기 위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교육 전통에 의해 학부, 석사, 박사 과정 모두를 동일 분야에서 공부한 연구자들이 대부분인 현실을 볼 때 타분야에 대한 이해가 우리의 경쟁대상인 외국의 유수 연구자들에 비해서 약한 것이 사실이다.

둘째로는 여러 학문 분야에서 모인 공동연구자들의 노력이 잘 평가받고 보상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이학 분야 연구자들과 공학 분야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공학자들도 이학 분야 학술지에 공동저자로 실리게 되고 반대 경우도 많이 생기고 있다. 그런데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소위 Impact Factor가 분야마다 큰 차이가 있는데, 공동저술에 의한 논문의 Impact Factor에 의해 어떤 경우는 필요 이상으로 평가를 받게되고 어떤 경우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사례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평가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학교측에서 깊이 연구하여 좋은 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문제점들이 잘 해결되지 않는다면 여러 학문분야들이 파행적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로는 다학제간 연구를 수행할 차세대 주자들을 열심히 키우는 것이다. 우리의 낮은 교수 1인당 학생수 비율을 이용하여 재학생들이 토론을 통해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훈련을 충분히 받도록 해야 하겠다. 또한 이미 제도가 잘 마련된 복수전공제나 부전공제를 적극 장려하여 학제간 연구의 리더들로서의 소양을 키워 주어야 할 것이다.

다학제간 연구는 기존 학문들간의 틈새 학문을 연구하자는 것이 아니다. 또한 복잡한 응용분야 연구를 분담하여 연구하자는 선형적인 생각은 더더욱 아니다. 다학제간 연구는 여러 학문분야의 지적원리들이 상호작용에 의해 새로운 차원의 지적원리를 창출해낸다는 다분히 비선형적인 사고에 바탕을 둔다. Intel의 설립자 Gordon Moore 박사는 최근 모교에 다학제간 연구 발전을 위해 6억불(약 7,800억원)을 기증하겠다고 발표했다 한다. 화학박사이면서 1968년에 Intel을 몇몇 동료들과 세운 Moore 박사는 다학제간 연구의 가장 큰 수혜자 중의 한 명이기 때문일 것이다.

60년대 말의 반도체에 해당하는 21세기초의 핵심기술은 무엇일까? POSTECH 두뇌들의 다학제간 노력에 의해 기획되어지고 현실화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