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라기 보다 ‘배려’수준의 미미한 지역사회 관련 정책
기대라기 보다 ‘배려’수준의 미미한 지역사회 관련 정책
  • 김정묵 기자
  • 승인 2001.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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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와 지역 사회 간에 이루어지는 교류에 대해 생각해 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캠퍼스를 거닐고 있는 지역민들일 것이다.

교내시설 중 지역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은 지곡회관으로 학내 구성원 전용인 학생ㆍ교직원 식당을 제외하고는 ‘공대생보다 외부인이 더 많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다. 특히 일반인이 이용 가능한 카페테리아의 경우, 주말 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가족 단위의 지역민들로 붐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지역민들의 활발한(?) 지곡회관 이용에 대해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기숙사 복지회관인 지곡회관의 주객이 전도된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지곡회관을 관리하고 있는 복지회는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복지회의 사정상 학생ㆍ교직원 식당의 후생급식지원체제 유지를 위해 일반매장에서는 수익성을 지향할 수 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작년의 학생식당의 적자 규모는 4억 5700만원이 발생하여 이를 이익매장 수익으로 보전하였다.

체육관의 경우, 공식적으로는 회원제로 운영 되고 있어서 자동 회원인 학생과 교직원 이외에 516명(개인:153, 가족:363)의 회원이 등록되어 있으나 학생 및 교직원 직계 가족과 제철교육재단, RIST, 포항제철 임직원 및 직계 가족에 한해서 가입을 받고 있어서 지역민에 대한 직접적인 개방이라고는 볼 수 없다. 도서관 운영도 이와 비슷한 실정이다.

매주 목요일 열리는 문화프로그램은 학생 외에 지역민에게도 유료 회원제로 운영 중으로 70명(개인, 가족 합계) 정도가 등록되어 있다. 포항에서 접하기 힘든 예술 공연과 교양 강연으로 프로그램의 수준은 대체로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포항 시민 누구나 회원 신청을 할 수 있지만 70명 정도의 회원 수는 만족스럽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이 지역민에 대한 서비스의 제공은 대체적으로 소극적인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행정보다는 경영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상업적 성격의 시설을 제외하고는 지역민들을 위한 봉사, 교육 차원의 프로그램이 전무하고 문화프로그램의 예와 같이 그 수가 미미하거나 체육관과 도서관처럼 학내구성원들의 편의를 위해 지역민에 대한 개방을 거의 통제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소극적 자세의 원인은 현실적으로 지역 사회와의 관계 개선이 우리 학교에 가져다 줄 직접적 이익이 없다는데 있다. 지방에 위치한 다른 대학의 경우, 대학의 특성화나 연구유치, 학생 유치 등 대학의 사활이 걸린 문제가 지역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지역 사회에 대한 관심은 대학에 있어서도 절실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국내 제일의 이공계 연구 중심 대학을 모토로 설립되었고, 실제로 그러한 길을 걸어 온 우리 학교는 다른 대학과는 상황이 다르다.

우선, 학생 유치에 있어 전국적으로 최상위권의 소수 학생만이 입학 가능해 다른 대학에 비해 지역 출신 학생들의 비율이 그다지 크지 않아 지역에의 의존이 거의 없다. 또한 대학의 특성화나 연구 유치면에서도 우리 학교의 연구 분야가 지역적 특성에 근거한 부분이 그렇게 크다고 할 수 없고 그러한 측면도 지역과의 관계에서가 아닌 설립에서부터 밀접하게 연계되어 온 포항제철과의 직접적인 연결 속에서 이루어져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 학교에서 참가ㆍ추진하고 있는 포항테크노파크 조성 사업을 비롯한 과학기술분야에서의 산업 지원은 ‘공업도시’인 포항시의 고용 창출 및 산업 활성화에 대한 기여가 매우 클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산-학 협동을 통한 지역 사회의 경제에 대한 기여만이 전부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지역의 여러 사회적 현안문제 해결에 대한 연구라든지 문화ㆍ교양 부문의 성과의 지역 사회와의 공유 등 다른 대학의 해당 지역사회에 대한 활동을 우리 학교에 기대하는 것은 이공계 연구중심대학으로서 우리 학교가 지니는 역할과 한계를 고려할 때 실현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지역사회와의 인적ㆍ문화적 교류가 전무하고 대학의 고유 기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사회 봉사 활동에서도 일부 종교겫을 동아리 활동에 그치고 있는 현재 우리 학교의 상황은 분명 지역 사회와 ‘괴리’된 모습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과외비 얘기할 때, 세미나 참가를 위해 공항을 향할 때 포항에 위치한 ‘포항’공과대학교임을 떠올리는 학내구성원과 ‘포항공과대학교’가 지역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지역 주민. 지역 사회와의 관계에 대해 학교와 학내구성원, 지역 사회의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