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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참 많은 목표를 세우며 살아간다. 과학도로서의 목표나 자녀로서의 목표 같은 장기적이고 거창한 목표부터 이번 시험의 목표, 오늘 저녁 식사의 목표 같은 소소한 목표들까지. 살다 보면 서로 다른 목표가 충돌해 새로운 목표를 세우기도, 이유 없이 목표가 바뀌기도 한다. 목표를 이뤄내지 못해 자책하기도 하며, 또 새로운 목표를 세워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한때 이 ‘목표’ 때문에 고민이 많던 시기가 있었다. 눈앞의 소소한 목표들을 이루기 급급한 채 그래서 무엇이 되고 싶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냥 되는대로 살아가야지”라고 얼버무리던 내 모습이 초라해 보였달까. 그러던 중 친구의 소개로 여러 대학에서 다양한 전공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임에 들어가게 됐다. 두 달 동안 매주 주어지는 질문들에 답하며 각자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뤄나갈 방법을 설계해 공유하는 자리였다. 참여한 학생들은 저마다 정말 멋있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인류를 구원할 기술을 개발하겠다거나 자신이 다루는 악기의 연주자로서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처럼 확고하고 원대한 꿈을 가진 학생들을 보니 내가 더 우습게 느껴졌다. 열심히 고민해 적어간 내

지곡골목소리 | 이태훈 / 신소재 19 | 2023-03-01 21:19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람들이 부쩍 건강에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며 자신의 몸 상태를 살피게 되고, 여유가 있을 때 건강을 미리 챙겨야겠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이후의 삶은 매우 달라졌고 이는 우리들의 식생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코로나19 사태 전,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는 것을 좋아했다. 이에 무한 리필 고깃집 등의 가게가 급증했고 이를 찾는 손님도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음식을 많이 먹기보다 자신에게 필요한 적당량을 먹어 과하지 않게 식사하는 추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식당도 이런 수요에 맞춰 음식을 적당량 제공하고, 필요에 따라 음식을 추가할 수 있도록 변하고 있다.코로나19 사태뿐만 아니라 하루하루가 바쁜 현대인의 삶도 식습관 변화에 영향을 줬다. 사람들이 식사 시간보다 여가 활동이나 업무를 위한 시간을 더 가지려다 보니 소식을 하는 경향이 생겼다. 학교 동기들을 봐도 바쁘게 과제를 하거나 수업을 다니다 보면 어쩔 수 없다는 듯 간단하게 끼니를 챙기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젊은 현대인들은 밥을 푸짐하게 한 상 차

독자리뷰 | 안요섭 / 무은재 22 | 2023-03-01 21:19

지난달 6일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서북부 부근에서 2차례의 강진 이후 6,000회가 넘는 여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피해 지역에서는 4만 6천여 명이 사망하고 120만여 명이 대피했으며, 10만 5천여 개의 건물이 손상될 정도로 막심한 피해가 발생했다. 계속되는 구조대의 수색 작업과 건물 복구 작업으로 피해 현장을 수습하고 있지만,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위험에 노출된 피해·피난민들이 많아 타국의 도움과 일손이 필요한 실정이다.그동안 ‘형제의 나라’라고 불리며 튀르키예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우리나라도 많은 구호 물품을 전달했으며, 직접 도움을 주려는 국내 자원봉사자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튀르키예는 1950년 6·25전쟁 당시 우리나라를 돕기 위해 상당한 병력을 파병했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인 협력을 이어온 국가다. 우리가 지난날 튀르키예로부터 받은 많은 도움과 응원을 이제는 그들에게 주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난 것이다.참사가 일어난 직후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이하 KRDT)는 튀르키예로 파견돼 수색·구조 활동을 벌였으며, 각종 △지자체 △기업체 △공공기관 △은행 등에서 자체적으로 구호 물품과 성금을 전달하는 기부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 진

78오름돌 | 강민영 기자 | 2023-03-01 21:18

새 학년이 시작될 때면 또 한 뼘 자라있을 내 사촌 동생이 생각난다. 매년 초 할머니 댁을 찾는 사촌 동생은 수줍어하면서도 자꾸만 제 사촌 누나와 친척들 안부를 묻는 정 많은 아이다. 식사 준비로 분주해질 때마다 제가 하겠다며 조금은 산만하게 부엌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꽤나 갸륵해 어른들의 예쁨을 사곤 한다.하지만 그 착한 아이는 학교에서 ‘문제아’다. 처음 문제아가 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제 엄마가 돌아가신 지 2년째 되던 해였다. 그날 삼촌은 아이가 친구를 때렸다는 담임 선생님의 연락을 받았다. 학급 친구 하나가 돌아가신 엄마를 들먹여 동생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린 모양이었다. 그 후로도 아이의 싸움이 반복됐고, 잦아지는 사고에 동생은 선생님의 미움을 받기 시작했다.이제 중학생이 된 동생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하루는 내가 공부를 돕겠다고 수학 문제를 풀게 했더니 “다들 안 될 거라는데, 지금 내가 공부해도 어차피 못 하겠지”라며 힘 빠지는 소리를 해댔다. 그러면서도 칭찬 한 번에 목소리가 들뜨고, 괜히 시키지도 않은 문제를 하나 더 풀어보는 모습에 나는 속이 아려 한층 더 밝게 질문을 던졌다. “어느 과목이 가장 좋아?” 그러자 동생은 “

78내림돌 | 안윤겸 기자 | 2023-03-01 21:18

파리 6구에 위치한 생제르맹데프레 교회에는 프랑스의 철학자, 수학자이자 과학자였던 르네 데카르트가 잠들어있다. 파리에 머물다 그 주변을 지날 때면, 나는 빠짐없이 생제르맹데프레에 들러 부속 예배실 한편에 놓인 그 무덤 앞에 서곤 한다. 근대학문 전반에 그가 끼친 영향은 가늠할 길 없이 크지만, 그의 고전적인 합리주의는 어떤 면에서 지금 21세기 현실과 더 치열하게 맞닿아 있는 것만 같다. 데카르트는 그의 책 방법서설에서 정신과 물질을 구분하는 실체이원론을 논하는 가운데, ‘인간’과 ‘기계’를 가르는 구분법을 제시했다. 그중 첫번째가 바로 ‘언어를 주어진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하는 능력’이다. 데카르트가 스웨덴에서 폐렴으로 생을 마감하고 삼백 년 뒤, 영국의 수학자이자 컴퓨터공학의 개척자였던 앨런 튜링이 인공지능의 충분조건으로 언어 모방게임을 제안했을 때, 그는 분명 데카르트의 글을 참고했을 것이다. 이제 놀랍도록 그럴듯한 글을 써내는 인공지능 챗봇이 연일 화제가 되는 이 시점에, 여러분은 이 데카르트의 주장이 마침내 기각됐고 따라서 인간과 기계 사이의 존재론적인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아무것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그럴듯한 글을

사설 | times | 2023-03-01 21:17

만화/만평 | times | 2023-03-01 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