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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는 ‘싫다’는 말이 무서웠습니다. ‘싫어’를 들으면 내 무엇인가가 부정되는 기분이었죠. ‘싫다’는 말은 잘 하지 못했고, 누군가에게 부탁을 할 때도 소심하게 하곤 했습니다. 나이와 함께 싫다는 말을 듣는 횟수는 늘고, 그렇기에 격한 반응을 하게 되는 횟수도 줄었지만 여전히 싫다는 말을 들으면 서운합니다. 다만 요즘은 싫다는 말이 조금씩 늘어가는 스스로를 느낍니다. 특정 사람, 사물이 대상이 아닙니다. 그냥 ‘하기 싫다’고 말하곤 합니다.‘지금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뭔가 더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는 우리들끼리의 말장난은 제 최근 상태를 정확히 대변합니다. 할 일이 없는 게 아닙니다. 화가 나거나 불만인 것이 아닙니다. 그냥 하기 싫은 거죠. 과제나 일을 하지 않고 있을 때, 그 이유가 무엇이라도 있다면 다르게 표현할 수 있지만 정말 ‘그냥 하기 싫은’ 경우도 많습니다. 굳이 설명하자면 무엇을 해도 바뀌지 않을 것 같은 답답함과 게으름이 섞인 결과가 아닐까 싶지만 근거는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신문 조판 작업, 써야 하는 글, 당장 내일로 다가온 발표, 해도 줄지 않는 과제 앞에서 자주 게임으로 도피했었습니다. 혹은 상상의 세계로

78오름돌 | 편집장 김상수 | 2015-09-23 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