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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던 날, 나는 평양에 있었다(조선노동당 창건 55돌 기념행사와 남쪽 평화참관단의 평양 체류일정 등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김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소식은 평양 옥류관에서 들었다. 남쪽 평화참관단의 환송연회가 시작되기 전, 취재진 가운데 서울과 전화통화를 한 이가 전해주었다. 남쪽 사람들은 귀엣말로 전파된 이 소식을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입밖에 꺼내지 않았다. 북녘 사람들도 몇몇은 남쪽 사람들에게 들어서 알게 됐다. 결국 이 문제는 환송연회에서 대화의 화제로 떠오르지 않았다. 나중에 물었더니, 소식을 들은 북녘 사람들 가운데 김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사실 자체를 타박하는 이는 없었다. 다만 그들의 ‘어버이’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먼저 또는 함께 받지 못한 사실에 몹시 착잡해했고, 서운한 기색을 애써 감추려하지 않았을 뿐이다.김 대통령은 뒤에 영국 방송과 인터뷰 때 김 국방위원장에게 미안하다고 했지만, 노벨상과는 별 상관도 없는 나 또한 북녘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는 마찬가지였다.한반도의 평화정책 기여가 선정의 주된 이유“…그는 한국과 동아시아의 민주화·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했으며, 특히 북한과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힘을

여론 | 이제훈 / 한겨레신문 정치부 기자 | 2000-11-0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