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1건)

87학번들의 뇌리에 박힌 학교의 첫 인상은 ‘강렬함’ 그 자체였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에 가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 있던 젊은이들에게 “우리나라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을 만들겠다”, “세계 최고의 학교를 만들겠다”는 비전은 생소했지만 결코 저항할 수 없는 카리스마였다. “우리대학을 다른 대학과 비교하지 마라”, “너희 일만 열심히 해라. 나머지는 학교가 다 책임진다”, “과학도가 세상을 이끈다” 같은 말들이 늘 들렸다. 실제로 우리대학은 특별했다. 돈 걱정 같은 것은 없었다. 필요한 이들에겐 장학금도 주고 생활비도 주었다. “난 너희 학교 화장실에서 밥 먹을 수도 있겠다”던 친구의 말처럼 시설은 청결했다. 하나하나 들어서는 공학관·지곡회관·체육관·통나무집 건물들은 너무나도 멋있었고, 그대로 우리의 자부심이 되었다. 교수님들로부터 수위아저씨들까지 학생들을 위한 일이라면 뭐든지 진지한 얼굴과 열정으로 대해 주었다.그리고 20년. 용두사미가 될 거라는 초기의 우려를 멋지게 불식시키며 포항공대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최고의 이공대학이 되었다. 87년에 내가 포항공대 다닌다면 “공부 잘하게 생겼는데 너도 꽤 놀았나보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나의

특집 | 이석우 / 동창회장, 산경 87 | 2007-09-0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