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총장께 바란다_동문
신임 총장께 바란다_동문
  • 이석우 / 동창회장, 산경 87
  • 승인 2007.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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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의 과감한 모습을 기대한다
87학번들의 뇌리에 박힌 학교의 첫 인상은 ‘강렬함’ 그 자체였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에 가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 있던 젊은이들에게 “우리나라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을 만들겠다”, “세계 최고의 학교를 만들겠다”는 비전은 생소했지만 결코 저항할 수 없는 카리스마였다. “우리대학을 다른 대학과 비교하지 마라”, “너희 일만 열심히 해라. 나머지는 학교가 다 책임진다”, “과학도가 세상을 이끈다” 같은 말들이 늘 들렸다. 실제로 우리대학은 특별했다. 돈 걱정 같은 것은 없었다. 필요한 이들에겐 장학금도 주고 생활비도 주었다. “난 너희 학교 화장실에서 밥 먹을 수도 있겠다”던 친구의 말처럼 시설은 청결했다. 하나하나 들어서는 공학관·지곡회관·체육관·통나무집 건물들은 너무나도 멋있었고, 그대로 우리의 자부심이 되었다. 교수님들로부터 수위아저씨들까지 학생들을 위한 일이라면 뭐든지 진지한 얼굴과 열정으로 대해 주었다.

그리고 20년. 용두사미가 될 거라는 초기의 우려를 멋지게 불식시키며 포항공대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최고의 이공대학이 되었다. 87년에 내가 포항공대 다닌다면 “공부 잘하게 생겼는데 너도 꽤 놀았나보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나의 학력이 나를 돋보이게 한다. 그러나 지금 내가 듣고 싶은 것은 내 학벌에 대한 칭찬이 아니다. 내 마음 속의 포스텍은 회랑에서 울리는 발소리, 도서관의 책 넘어 가는 소리, 식당의 수저 소리에서마저도 지구를 집어 던질 듯한 기상이 넘치던 곳이다. 남들이 뭐라던 우리의 꿈을 위해 탱크처럼 달리던 포항공대다. 그 우르릉거림의 흥분에 벅차오르던 자부심이다. 이러한 웅장함은 학교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고 믿는다. 다만 학교를 떠나 있는 내게도 늘 큰 소리로 들려와 새벽잠을 설치게 해 달라는 것이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촌뜨기들의 눈이 높아진 것처럼 세상의 기준도 변했다. 우리는 지금도 도전자이고, 도전자는 항상 빠르고 과감해야 한다. 지금 세상에선 목적지를 지정하는 순간 뒤처진다. 목적지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여간 잘하지 않으면 안 된다. 폭발적인 창조다.
백성기 교수님의 모교 총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뜻도 크시고 입체적인 분으로 알고 있다. 우리대학은 중요한 시기에 최고의 지도자를 갖게 되었다. 포항공대가 태풍처럼 세상을 뒤흔들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