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1건)

이맘때쯤, 포항공대 캠퍼스는 초록빛 신록이 눈부시게 물들고 영산홍과 철쭉꽃이 찬란히 피어 있겠군요. 마로니에들은 일곱 잎사귀를 활짝 펼치고 머잖아 꽃피울 준비를 하고 있겠지요. 1986년 12월, 본관 옆에 내 손으로 심은 배롱나무에도 올해의 새순들이 돋아나고 있을 것 같군요. 먼 타관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듯 불현듯 포항공대를 떠올려보는 나의 뇌리에 이런저런 궁금증들이 스쳐갑니다. 그동안 모두 잘 지내셨는지요? 새 천년과 21세기의 첫 봄을 맞이한 포항공대와 모든 포항공대 가족들에게 봄볕 같은 사랑과 행복이 깃들기를 빌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으로 나는 오늘 오랜만에 청춘의 한 시절처럼 긴 편지를 쓰겠습니다. 여러분, 어느덧 이 4월도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우리의 기억에 아로새겨져서 이제는 누구도 지울 수 없는 하나의 이름이 아삼아삼 되살아오는 시간을 맞이한 것입니다. 4월 30일, 그날은 도서관 앞 무은재(無垠齋) 흉상에서 그 특유의 괄괄한 목소리가 들려올지도 모를 일이군요. 김호길(金浩吉) 박사. 내가 생애에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어언 15년 전이니, 1985년 6월의 어느 저녁이었습니다. 포항공대 건설본부장을 지낸 이대공 상무(현 포철교육재단 이사장)

보도 | 박태준 / 국무총리, 포항공대 총동창회 명예회장 | 2000-05-0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