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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돌아온 학교는 낯설었다. 개교 당시의 인테리어 트렌드를 엿볼 수 있던 학생식당은 아늑하고 세련된 푸드코트로 다시 태어났고, 묘하게 2000년대의 기운이 서려 있던 스낵바 또한 팔각형 테이블과 은은한 조명으로 멋이 났다. 스낵바 한 쪽을 차지하고 있던 84인치 UHD TV는 사라졌고, 이제는 스낵바 한 벽면이 가득 TV가 됐다. 시대가 달라졌음을 실감했다.2년 만에 돌아온 학교의 달라진 점을 꼽으라면, 시설도 시설이지만 무엇보다 등굣길에 마주치는 사람의 대부분을 모른다는 것이다. 동아리 하나만 들어가 있어도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는 것이 당연한 학교였는데, 이제는 곁을 지나쳐가는 야구점퍼가 어떤 단체를 대표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게 됐다.‘학교의 세대가 완전히 교체됐구나’ 어딜 가든, 나와 같은 경험을 공유했던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나를 외롭게 했다. 셧다운제니 뭐니, 기숙사비가 올라가니 마니, 학교를 뜨겁게 달궜던 주제들.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 것 같지 않니, 걔는 정말 왜 그러나 몰라. 내가 남에게 잘못한 일들, 누가 내게 실수한 일들, 누가 나를 욕하지 않을까 잠 못 이루던 밤들도 이제는 다 잊혀지고, 새로운 이야기와 고민이 학교를 가득 채

지곡골목소리 | 노진우 / 화공 14 | 2019-03-29 1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