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P: '포스트' 자동차 미래도시의 모빌리티
CHIP: '포스트' 자동차 미래도시의 모빌리티
  • 이재열 / 인문 대우조교수
  • 승인 2017.11.0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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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은 도시의 성장, 변화, 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도보나 우마차 이용이 일반적이었던 20세기 이전까지 도시 성장은 반경 4km 정도의 영역에 국한될 수밖에 없었으나, 20세기 초반 전차의 시대가 열리며 도시 범위는 궤도 교통망을 따라 확장했다. 그리고 자동차가 일상 교통수단이 되면서 궤도교통이 운행하지 않았던 공간에서도 도시화가 진행됐다. 고속도로가 완비된 현재 ‘자동차 시대’ 도시에서는 간선 도로망을 따라 교외화 및 광역화가 나타난다. 1기 신도시를 넘어 김포, 남양주, 동탄까지 확장하는 서울의 생활권과 자동차 전용도로를 따라 포항시 외곽에서 진행되는 도시개발 사업 구역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는 모습이다.     
한때 자동차 기반의 도시 확장은 과밀, 혼잡, 삶의 질 저하 등 도시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또 다른 문제의 원인이 됐다. 교외 지역에서 공동체적 유대감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주택 소유의 기쁨은 가계부채 부담과 주택 가격 하락에 대한 공포로 변해간다. 통근 및 통학 거리가 멀어져 대도시권의 직장인과 학생들 사이에는 육체적 피로와 시간의 빈곤이 만연하다. 그래서 교외 지역을 중심으로 ‘세컨드 카’ 수요가 증가하는데, ‘1가구 2차량’의 문화는 가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교통 혼잡과 대기오염의 원인이 됐다. 자동차는 수명의 4% 동안만 작동하고, 운행되는 시간에도 개인을 위해 1.5톤의 물체가 움직여야 하는 자가용 문화는 심각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광역도시화 문제의 대안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스마트 성장(smart growth)’ 담론이 전 지구적으로 확산하였고, 논의 일부가 국내에서도 받아들여져 정책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스마트 성장은 ‘도시 확산(urban sprawl)’과 대립하는 개념으로, 교외 신도시 개발을 억제하는 대신 기존 도시 지역에서 재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환경보전, 건강증진, 공동체 복원, ‘도심’ 경제 활성화 등의 목표를 지향하며, 토지이용의 다각화, 소형 건축물 중심의 주거환경 개선, 진정한 장소 아이덴티티의 형성, 이웃 간 교류와 협력 문화의 조성을 추진하는 것이 스마트 성장의 대표적 방안이다. 그리고 자가용 운행 억제, 대중교통 및 자전거 이용 활성화, 안락한 도보 환경 조성 등 ‘포스트 자동차(post-automotive)’ 대책을 중심으로 스마트 성장의 교통 정책이 마련된다. 하지만 스마트 성장 논의에서 과학기술의 역할과 잠재력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이런 와중에 지난 9월 MIT대학 출판부에서 출간된 ‘Faster, Smarter, Greener: The Future of the Car and Urban Mobility’의 흥미로운 논의가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저자들은 연결되고(connected), 이질적이며(heterogeneous), 지능적인(intelligent) 동시에 개인화된(personalized), 이른바 ‘CHIP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포스트 자동차 미래도시의 교통망이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들의 전망에 따르면, 출생부터 스마트 기술에 노출된 ‘디지털 원주민’과 스마트 기술로 옮겨간 ‘디지털 이주민’이 도시사회의 대다수가 됐기 때문에 교통 연결망의 지능화가 가속화될 것이며, 이런 기술을 토대로 도시민은 버스, 전철, 전차, (자율 주행) 자동차, (공유) 자전거, 도보 등 이질적인 수단을 조합해 이동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자동차 시대가 종언하면, 도시의 물리적, 사회문화적, 제도적 환경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도로 배치는 지금과 다를 것이고, 상당한 면적의 자가용 주차장을 다른 용도로 전환할 수 있게 되며, 관련된 규제와 정책에도 수정이 가해져 새로운 건축물 배치와 도시경관이 등장할 것이다. 
우리대학 주변 도수의 일부가 자율주행 자동차 전용 공간으로 바뀌는 때가 언젠가 오지 않을까? 그러면 자율주행 자동차를 엘리베이터처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CHIP 모빌리티 개념을 적용해 자율주행 인프라가 끝나는 곳에 버스나 공유 자전거 환승 시설을 마련하면, 우리는 포항 시내 곳곳을 더욱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 우리가 느끼는 지역과의 단절성도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CHIP 모빌리티 기술발전에서 우리대학이 선구적인 역할을 담당해 관련된 특허를 상당수 확보한다면, 기술사업화 라이선스 소득 증가로 연구와 기술 개발의 토대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고 스핀오프(spin-off) 창업도 활발해질 수 있다. 이런 혁신의 분위기와 문화는 관련 기업과 기관의 유치로도 이어져 우리 주변이 CHIP 모빌리티 산업 클러스터로 발전할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이런 미래도시의 모습을 기대한다면 대학, 기업, 정부, 그리고 개인은 포스트 자동차 시대가 가져올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나름대로 실천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도 있다. 500m에 불과한 통근 거리에 차를 운행하고, 크고 멋진 차로 바꾸겠다는 다짐과 이야기를 지난 1년간 반복했던 나 자신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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