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졸업했다고 다 연구소 가니?
공대 졸업했다고 다 연구소 가니?
  • 공환석 기자
  • 승인 2017.09.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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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길을 걸어간 그들의 이야기

      ▲연극연출가 배요섭(물리 90) 동문
졸업 후 이공계 진로 대신 연극연출가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재학 중 ‘삶터’라는 풍물패 활동을 하면서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물리학자가 되면 사회적 관계나 시스템과는 거리를 두는 개인적인 삶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진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연극은 아주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방식으로 우리 삶을 되돌아보고, 해부하고, 모순을 들추어내는 예술 장르라는 점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 당시 우리에겐 좀 생소했던 독일의 브레히트라는 작가이자 연출가의 작업을 책으로 접하면서 연극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됐고, 졸업 후 부산에 있는 진보적인 극단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학창시절의 다양한 경험이 연극연출가를 하는 데 어떻게 도움 됐나?
학창시절 물리학을 공부하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었다. 나는 아침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을 들으며 수학, 물리 문제 푸는 것을 즐겼다. 특히, 자연 속에 있는 아름다운 움직임의 원리를 들여다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와 더불어 내 안에 숨어있던 재능을 발견하게 된 것은 풍물패 활동을 하면서였다. 나는 4년 동안 장구와 꽹과리를 미친 듯이 연주했고, 장구의 리듬은 매번 나를 광적인 영역으로 인도하곤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적인 리듬과 호흡을 익히게 됐다. 게다가 동료들과 사물놀이 연주, 풍물공연을 하면서 공연예술이라는, 전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기도 했다. 이 두 가지 경험은 아직도 내 안에 각인돼 있어서 연극작업을 하는 데 큰 구심점이 된다. 나는 배우, 무용수들과 작업을 하면서 즉흥적인 움직임을 강조한다. 즉흥이라는 것은 생각하기 이전의 충동과 교감하는 아주 섬세하고 어려운 과정이다. 나는 즉흥 움직임의 순간의 미학적 특징에 관해 이야기할 때 자연 속에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예로 들기 좋아한다. 화천의 겨울에 내리는 눈의 경로, 나뭇가지들의 프랙털, 소용돌이치는 동네 개울의 패턴, 가을 하늘에 구름이 만들어내는 풍경에서 움직임의 원리를 발견해 내고 이를 배우, 무용수들과 이야기한다. 물론 그들은 내가 때때로 사용하는 물리학적 용어 때문에 어려워하기도 하고, 황당해하기도 하지만 전혀 새로운 관점들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움직임은 훨씬 좋아지고 작품도 더 깊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직업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것 같은데, 일하면서 어떤 보람을 느끼는가?
나는 2010년부터 강원도 화천의 작은 마을로 들어가 살고 있다. 거기서 예술이 일상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작은 폐교를 고치고 다듬어서 새로운 연극작업의 거점으로 만들어 갔다. 그리고 지역 공동체 안에서 연극이 만들어낼 수 있는 변화들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연극을 만들고 연극을 통해 자기들의 이야기를 하는 극단 ‘뜀뛰기’가 이제는 제법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또한, 매년 여름 화천의 주민들, 군인들이 함께 만드는 공동체 연극 ‘낭천별곡’도 일반인들과 함께 연극할 수 있는 좋은 예시가 되고 있다. 낭천별곡이 공연되기까지 7월 한 달 동안 지역 주민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수십 가지의 크고 작은 인형을 만든다. 그 인형들과 함께, 낭천소리회 어르신들, 뛰다가 자리한 신읍리 동네 어르신들, 청소년들, 어린이들, 소문 듣고 타지에서 찾아온 가족들, 군인들 100여 명이 함께 하는 이 공연은 축제 같다. 예술은 단지 즐거움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치유의 과정이면서 또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게 하는 구도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이런 경험을 통해서 다시 확인하게 된다.
 
진로 선택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단언컨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길 바란다. 내면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고 그 마음을 따라가기를. 좀 가난하더라도 자유로운 삶이 결국엔 후회 없을 거라 단언한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포항공대에서의 내 젊은 시절은 아련한 추억으로 가득하다. 78계단을 오르내리면 지금이라도 그 시절의 그리운 사람들을 만날 것만 같은 마음이다. 지금의 그 순간을 맘껏 즐기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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