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졸업했다고 다 연구소 가니?(3)
공대 졸업했다고 다 연구소 가니?(3)
  • 박민해 기자
  • 승인 2017.09.20 08: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특한 길을 걸어간 그들의 이야기

      ▲회화작가 이지연(물리 88) 동문
졸업 후 어떤 공부를 했으며, 현재 하는 일은 무엇인가?

1994년에 우리대학 학부를 졸업하고 삼성종합기술원에 입사해 4년 정도 일하다가, 1999년에 예술 공부하러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시카고예술대학교에서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2005년에 귀국했으며, 회화작가로서 개인전을 세 차례 열었고 상하이 국제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또한, 우리대학 총동창회에서 아트 디렉터(Art Director)로서 총동창회의 시각적인 산출물을 자문하거나 직접 디자인하기도 한다. 현재는 건강식품 회사 ㈜온플랜비를 운영하면서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졸업 후 이공계 진로 대신 회화작가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어렸을 때부터 순수예술 분야에 대한 관심이 있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물리를 전공했고 연구소에 취직해 물리에 디자인을 접목할 수 있는 가상현실팀에서 일했다. 그러나 순수예술, 특히 그림에 대한 욕구는 채워지지 않았고, 그림 공부를 실컷 하고자 유학을 갔다. 우리대학 동문과 협업할 기회가 부족했고, 미국에 한국인 동문 수가 적었기 때문에 네트워킹에 한계가 있었지만 다양한 경험을 통해 극복해나갔다.

학창시절의 다양한 경험이 회화작가를 하는 데 어떻게 도움 됐나?
물리와 공학을 공부한 경험이 있다 보니, 미술만 공부한 사람들보다 독특한 접근 방식을 잘 찾을 수 있었다. 또, 우리대학을 다니면서 학습한 논리적 문제 해결력을 회화 작업에도 적용할 수 있었다. 쏟아지는 숙제, 실험, 시험을 준비하는 우리대학의 바쁜 생활에 단련이 돼 있어서, 유학 생활 역시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대학에서 학업을 계속했더라면 어땠으리라고 생각하는가?
대학교 2학년 1학기 때부터 진로에 대해 고민을 했고, 결론적으로 ‘내가 즐겁게 잘할 수 있는 공부와 일을 하자’라고 생각해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었다. 미국에서 대학원 진학 상담을 받는데 교수님이 MIT의 미디어 랩(Media Lab) 석사 과정으로의 진학을 권하셨을 때, 물리를 좀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나의 선택에 매우 만족하면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진로 선택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나는 32살에 진로를 바꿨고, 당시 주변 사람들은 너무 늦은 것이 아니냐고 걱정을 했다. 지나고 보니, ‘진로를 바꾼 이후의 삶이 신나고 의미 있다면 그때가 가장 빠른 것이다’라는 것을 알게 됐다. 다시 말해, 진로를 찾는 데 ‘늦다’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가슴을 뛰게 하고 잠을 잊게 한다면 일단 두려워하지 말고 시도해 보길 바란다. 혹시 그 길이 아니라고 판단하더라도 언제든 다른 일을 하거나 돌아올 수 있다. 남들보다 늦는다고 실패한 삶도 아니고, 긴 인생길을 걸어가다 보면 잠시 쉬면서 한숨 돌릴 수도 있다.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사소한 일이라도 잘 해내려면 정말 큰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까지 온 여러분이라면 무엇을 선택하든 자신의 성실함과 지력으로 잘 해낼 수 있을 테니 겁내지 말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