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한웅 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인터뷰
염한웅 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인터뷰
  • 명수한 기자
  • 승인 2017.09.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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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과학정책을 맞이하는 자세를 묻다
본지는 지난 여름방학, 2015년 한국과학상과 2016년 인촌상 수상자로 한국물리학의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우리대학 염한웅(물리) 교수를 인터뷰했다. 대한민국을 이끄는 과학자이자 현 정부의 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에 임명된 그에게, 앞으로 다가올 과학계의 변화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비해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과학자로서 했던 연구 활동에 대해 소개를 부탁한다
저는 지난 96년도부터 4년간의 동경대 조교수와 10년간의 연세대 교수를 거쳐, 2010년부터 우리대학에 몸담게 됐습니다. 현재는 우리대학의 교수이자 IBS(기초과학연구원) 산하의 원자제어저차원 전자계연구단의 연구단장을 맡고 있습니다. 주요 연구 활동은 원자 단위의 1차원, 2차원 물질인 단원자선·단원자막을 제작하여 저차원에서 발현하는 새로운 물성과 기능성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 및 문재인 대통령 후보자 캠프에서 자문 위원으로서 어떤 활동을 했나?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자문 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 저의 참여를 요청했습니다. 이후 1년간 자문위원직을 수행했는데, 제가 영입된 시기는 정부 수립 3년 차였음에도 지난 3년간 기초과학 관련 자문과 정책이 없다시피 해서 실망했었습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과학기술계의 중요 사안을 정부에 전하는 핵심 기구임에도 자문이 없었다는 것은 정부가 기초연구정책의 기본 틀조차 잡지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기초과학연구 정책의 기본 틀을 잡고 기초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정책 내용을 손봤으며, 해당 조치들은 2016년부터 시행됐습니다. 이후 대선이 치뤄지기 전에, 당시 문재인 후보자 캠프에서 저를 영입했습니다. 후보자 캠프에선 새 정부의 비전과 주요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 내에서 과학정책을 담당했습니다.

앞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과학정책은 무엇이고, 이들 정책에 왜 관심을 가져야 하나?
저는 이 질문이 우문(愚問)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정부의 과학정책은 100%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연구 재원은 정부의 과학기술정책과 교육정책에 따르며 우리대학과 같은 과학기술중심대학의 경우 사활이 걸린 사안입니다. 따라서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현 문재인 정부의 과학 정책 방향은 △기초연구 중심 △중장기적 관점 중심 △연구자 중심을 기초로 합니다. 이 가운데 연구자 중심이란 교수, 연구원, 대학원생, 학부생 등이 연구를 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며, 유능한 젊은 연구자들이 이공계로 유입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책이 잘 구축되고 시행되기 위해선 더욱 많은 연구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문 위원들이 이를 정부에 잘 전달해줘야 합니다. 요즘은 SNS를 통해 학생이나 일반인들도 여론을 형성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좋은 시대입니다. 장학금이나 전문연구요원 문제 등 불만 사항이 생기면 관심을 가지는 것에 그치지 말고 본인의 목소리를 내길 바랍니다.

포항공대신문의 독자들께 전해줄 그 외의 말씀은?
학생운동 세대를 이전의 세대와 구별짓는 정체성은 일반인들이 모여서 사회를 변혁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그리고 현재의 세대인 촛불 세대는 부조리한 사회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힘과 목소리를 원동력으로 바꿔 냈습니다. 이는 국가뿐만 아니라 학교와 연구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사회는 개인의 의견을 단순히 무시하는 수준을 벗어날 만큼 충분히 성숙했기에 개인들이 여론을 형성해서 잘못된 것을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덧붙여 말하자면, 학생들이 사회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길 바랍니다. 인문사회는 과학과 별개의 것이 아니고, 오히려 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죠.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바꾼 스티브 잡스처럼, 세상을 바꾸고 큰 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이공계인도 사회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즉, 사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좋은 과학자, 공학자가 되기 힘든 것이죠. 정책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 첫 걸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