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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스틸급 신개념 초고강도 합금의 개발 및 미래
[388호] 2017년 09월 20일 (수) 김형섭 교수 / 신소재 김정기 / 신소재 통합과정 .
최근 자동차 관련 안전 및 환경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자동차 업계에서는 차체의 경량화를 통한 차량의 연비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차량의 무게를 10% 정도 감량할 경우, 약 5~6%의 연비 향상이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으나, 무게 감소에 따른 차량 구조의 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차량용 강판 대비 더 높은 강도를 가진 소재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추어 최근 POSCO에서는 월드 프리미엄 시장을 노리고 개발한 차세대 고강도 강재 ‘기가 스틸’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10cm X 15cm의 손바닥 정도 크기의 강재가 무게 1톤의 준중형차 1500대의 하중을 견딜 정도의 고강도를 가진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기존에 사용되는 자동차용 철강소재보다 2배 정도 높다. 그렇다면 초고강도 합금은 기존 소재와 어떤 차이가 있기에 이런 높은 강도를 가질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런 소재들이 앞으로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까? 본 글에서는 초고강도 합금의 개발 역사와 그 원리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초고강도 합금 개발의 역사
초고강도 합금의 개발은 사실상 인류 역사의 발전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기시대에서 청동기 시대로 넘어오면서 농경 활동의 효율성이 증가함과 동시에 본격적인 고대 국가들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청동기 시대로부터 철기 시대로 넘어오면서 국가 간의 정복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게 된다. 로마와 고대 중국, 그리고 전성기의 고구려가 그러했듯이 우수한 품질의 철강소재 및 제조 기술을 가진 국가는 반드시 그 시대에 강성한 제국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고강도 합금에 대한 개발은 고대부터 중요하였으나, 이 시기에는 정량화된 조성 혹은 계량화된 공정은 없었기에 대장장이의 경험이 더 중요한 시대였다. 현대적인 개념의 초고강도 합금 개발이 이루어진 시기는 그보다 훨씬 더 뒤의 시기인 1880년대로, 영국의 발명가 Hadfield 경이 기존의 탄소강에 망간을 첨가했을 때 높은 강도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시작됐다. 그 당시에는 어떻게 이 소재가 우수한 강도를 가졌는지 알 방법이 없었지만, 1980-90년대에 들어서 분석기술이 향상됨에 따라 이 소재가 소성변형 도중에 쌍정(Twinning-induced plasticity; TWIP) 혹은 상 변태 (Transformation-induced plasticity; TRIP)를 유발하여 강도를 증가시켰다는 것이 드러나며 차세대 철강소재 개발에 박차가 가해지게 됐다. 이에 POSCO,  Arcelormittal과 같은 세계 유수의 철강업체들은 망간강 기반의 초고강도 강재 개발에 적지 않은 자본을 투자했으며, 2000년대에 다수의 연구 성과가 축적됨에 따라 2세대 초고강도 철강소재(Advanced High Strength Steel; AHSS) 카테고리를 새로 개척하게 된다. 최근에는 강도 향상뿐 아니라 소재의 실사용에 중요한 가공성을 향상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강도에 관해서는 2세대 AHSS 보다 조금 더 다양한 범위에 사용될 수 있는 3세대 AHSS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경량소재에 잠식되고 있던 차량용 철강소재의 점유율을 다시 높이고 있다.


                             ▲<그림 1> 초고강도 합금의 이용 가능 분야
멀티강화기구: 초고강도 합금의 핵심
초고강도 합금의 개발에 있어 금속 소재 내부의 강화기구 구현은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금속 소재는 구멍 등의 외부적 결함이 없어 보이는 겉보기와 달리 내부에 많은 원자 단위 결함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의 이동이 일어나면서 변형이 일어나게 된다. 당연하게도 이들 결함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요구되며, 재료공학에서는 이 변형이 일어나기에 필요한 에너지를 단위면적 당 힘으로 정의해 응력이라고 칭한다. 하지만 변형이 일어날 때, 결함들이 어떤 걸림돌에 의해 이동에 방해를 받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결함이 이동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힘이 필요하게 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이 추가되는 힘이 재료의 응력을 향상하는 원동력이 된다. 따라서 재료에서 말하는 강화기구는 변형 도중 결함들의 이동을 방해하는 걸림돌이라 정의가 되며, 금속 소재 내부에는 <그림 2>와 같이 다양한 강화기구가 존재하게 된다. 기존의 재료들에서는 대부분 결정립 크기의 감소 혹은 전위 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강화 현상만을 이용했다. 최근에 개발된 POSCO의 ‘기가스틸’ 제품에서는 내부에 쌍정을 유발한다거나(TWIP steel), 상변태를 유발한다거나(TRIP steel), 혹은 다수의 상(Dual phase steel)을 유발하는 등 다수의 강화기구를 동시에 가지게 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위와 같이 재료의 강화기구가 동시에 작동하게 될 경우, 결함 이동 시 거쳐야 할 걸림돌이 현저히 증가하게 되므로 단일 강화기구에 비해 높은 강도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다수의 강화기구를 동시에 작동시키는 접근 방법을 멀티 강화기구라 정의하여 독일, 미국, 일본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현재 이 접근 방법은 철강소재에만 국한되지 않고 알루미늄, 타이타늄 등 차세대 구조용 소재 전반에서 적용이 되고 있다. 


▲<그림 2>금속 소재 내부의 다양한 강화기구

초고강도 합금의 미래
앞서 언급했듯이 멀티 강화기구에 기반을 둔 초고강도 합금의 개발은 단순히 철강소재에만 국한되지 않고 타 금속제품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철강소재의 경우 단가가 타 재료보다 압도적으로 낮아 개발비 대비 시장성이 높기도 하고, 일부 조성의 변화만으로도 기계적, 미세 구조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지금까지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왔다. 하지만 산업 모든 분야에 철강소재를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므로, 철강소재를 적용할 수 없는 영역을 위해 타 소재에 대한 연구도 진행될 필요가 있다. 예시로, 경량화가 극히 중시되고 있는 항공용 소재에서는 비강도가 높은 알루미늄 및 타이타늄 소재의 강도를 극대화해 사용 수명 및 안정성을 높일 수 있으며, 특히 타이타늄 소재는 우수한 생체 적합성으로 인해 바이오 소재에도 적용되고 있다. 또한, 최근 극지 및 우주 환경 등 극한 환경으로 인간 활동 영역이 증가함에 따라 극저온 혹은 고온 환경에서 높은 강도를 가지는 소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여, 상기 언급된 다수의 강화기구를 가지면서도 열적 안정성이 높은 소재가 요구되고 있다. 다수의 합금원소를 혼합한 고엔트로피합금(High Entropy Alloy; HEA)은 언급된 강화기구들 이외에도 서로 다른 원자 간의 반지름 차이에 의해 국부적인 응력장이 발생하고, Sluggish diffusion 효과에 의해 확산 계수 역시 낮아 고온 환경에서 결함의 이동이 상대적으로 더뎌진다. 그 때문에 기존의 금속 소재와 비교해 우수한 기계적 특성이 유지된다.
정리하자면, 초고강도 합금의 개발은 단순히 기계적 특성의 향상뿐 아니라 생체, 해양, 극지, 우주 등 다양한 환경에서의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각각의 환경에 맞는 맞춤형 합금설계(Taylored Alloy Design)가 필수적이고, 이에 대한 요구를 맞추기 위해서는 각 소재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갖춘 연구자가 필요하며, 재료 정보학에 기초한 인공지능 활용 연구가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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