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의 4가지 가치
시작은 환경공학자로부터였다. 공학자가 기술을 연구하여 만들면 이를 기업, 국가가 사회와 시민들을 위해 실현하는 방법과는 달리 환경공학자가 직접 사회 시스템 변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 매개로 똥을 선택하였다. 똥은 누구나 더러워한다. 그래서 멀리 버려 버리려 한다. 냄새나고 더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비용을 지불하고 누군가가 이 더러운 것을 처리해 주길 바란다. 아이러니하게도 똥은 더러움의 가치를 가진다.
똥은 에너지를 생산한다. 산소(즉, 전자수용체)로 호흡하지 않는 혐기성 미생물을 이용하여 유기물을 분해하여 메탄과 같은 바이오가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메탄은 보일러, 주방 요리, 자동차 등의 연료로 활용될 수 있다. 미생물이 생산하는 바이오가스에는 약 60~70% 정도의 메탄, 그 외 이산화탄소 등이 포함되어 있다. 메탄을 순수하게 정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메탄과 이산화탄소의 용해도 차를 이용한다. 압력을 변화시키면서 이산화탄소는 물속에 녹이고 이 조건에서 여전히 기체인 메탄을 분리할 수 있다. 기체 분리 멤브레인(특히, 물을 싫어하는 소수성 멤브레인) 기술을 이용할 수도 있다. 똥을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지 않는다면, 물을 절약할 수 있고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
똥, 오줌은 하수처리장으로 현재 보내지고 있다. 하수처리장에서 다른 오염물질과 함께 생물학적, 물리 화학적으로 처리된 후에 강과 바다로 배출된다. 하수처리장에서 최대한 처리되지만, 여전히 오염물질은 남아 강과 바다를 적지 않게 오염시키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오염물질의 탄소(C) 함량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로 존재하는 질소(N), 인(P) 성분은 적은 양으로도 수질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만약 똥, 오줌을 자연환경으로 내보지 않고 에너지원 등으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자원으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환경 가치를 가질 수 있다.
똥, 오줌을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지 않으려면 화장실 변기와 수거 시스템이 변해야 한다. 변기를 진공 시스템과 연계하는 것이다. 현재 세종시의 음식물은 이미 진공 시스템으로 수거하고 있으므로 기술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똥을 바이오 에너지로 전환하는 시설까지의 운반을 진공 시스템이 담당하는 것이 가능하다. 변기에 부착되어 사용하는 사람의 건강을 체크해 주는 건강검진이 가능한 변기는 새로운 산업과 직업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러한 변기는 병원, 건강보험 등과 연계되는 등 우리 사회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똥본위화폐에 참가하는 변기 설치를 신청하는 음식점, 카페 등에 똥 본위화폐 기반 금융 융자, 투자 등을 제공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에너지를 만들고 난 찌꺼기를 퇴비로 만들어 운영되는 도시농업(신농사직설)도 가능하다. 즉, 사회 인프라와 연관된 새로운 산업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똥 본위화폐 개념
똥을 수세식 화장실을 통해 내보지 않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위의 4가지 가치(더러움의 가치, 에너지 경제가치, 환경 가치, 사회 인프라 산업 가치)를 얻을 수 있다. 이 가치를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는 시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 이것이 사이언스월든이 만든 "똥 본위화폐(Feces Standard Money(FSM))" 개념이다. 하루 약 10회 이상의 화장실 사용에 필요한 물의 절약, 똥, 오줌 처리 하수처리비용의 절감, 만들어진 에너지의 가치를 똥 본위화폐의 형태로 돌려주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화폐의 가치로 환산하면 약 500원 정도가 된다. 하지만 500원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똥 본위화폐의 단위인 "꿀"을 이용하여, 예를 들면, 10 꿀을 지불하는 것이다. 10 꿀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 살 수 있는 물건,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가진 우리 사회 새로운 경제를 생각할 수 있고, 또 이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사업 등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사물인터넷이 장착된 변기에서 볼일을 본 사람에게 500원을 지불하지 않고 10 꿀을 지불함으로써, 10꿀로 만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두 가지 화폐가 동시에 유통되는 경제를 상상할 수 있다(Dual Currency Economy). 이는 현재의 화폐경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화폐경제가 담당하기 힘든 부분을 보완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경제 시스템을 의미한다. 똥 본위화폐는 현재 화폐경제를 보완하는 역할과 함께 견제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요와 공급, 시장경제에 기반을 둔 여러 경제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두 번째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
똥 본위화폐가 열어주는 새로운 세상
똥 본위화폐는 아직은 아이디어 단계이다. 또한, 현재 화폐 가치로 교환하는 것만을 생각한다면 하루에 배출한 똥으로 받는 돈은 얼마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10 꿀"이라는 가치로 할 수 있는 일, 살 수 있는 제품,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상상해 간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보지 못한 세상을 만들 수도 있다. 유통되는 돈, 연계되어 만들어지는 인프라는 모두 자본이 된다. 이러한 자본은 우리가 상상하고 디자인하기에 따라서는 우리 사회가 고질적으로 겪어왔던 자본의 편중, 소득 불균형을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복지가 세금의 증세 없이도 가능하다. 물론 똥 본위화폐는 또 다른 거대 자본가를 탄생시킬 수도 있고 기존 자본가들이 결국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지금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청년실업, 부의 불균형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노력과 슬기로운 정책이 있다면 희망을 품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똥 본위화폐는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얘기하지 않는다. 현재의 삶 속에서 공동체적으로 사는 아름다운 길을 제시한다. 서울, 울산과 같은 도심 속에서도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는 상상의 세상이다. 자연으로부터 가져와 소비해 버리지 않고 자연의 순환에 인간이 기여하는 에너지 순환을 꿈꾸는 것이다. 인간의 가치를 자본의 가치보다 높게, 또한 노동의 가치 이전의 가치, 즉, 인간 본연의 가치를 생각한다. 올해는 월든을 지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200주년 탄생 기념의 해이다. 소로우가 믿었던 아름다운 세상,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무너져 내린 인간에 대한 믿음을 되살려 보려 노력했었던 행동주의 심리학자 스키너 교수의 월든 2 소설에서 꿈꾼 새로운 세상을 현실 속에서 만들어 보려는 노력이 사이언스월든 프로젝트이다.
저작권자 © 포항공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