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하지 못하고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나, 폭식증일까요?
주체하지 못하고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나, 폭식증일까요?
  • 포스텍 상담센터
  • 승인 2017.05.2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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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편이에요. 가끔 스트레스를 받으면 주체를 못 하고 이것저것 사서 정신없이 먹게 되는데 그러고 나면 저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지고 우울해져요. 살찌는 것도 스트레스이고 폭식증이 아닌가 걱정돼요.
사람들은 음식과 건강한 관계가 있을 때 배가 고프다는 몸의 신호에 따라 음식을 먹고 배가 부르다는 신호에 따라 수저를 놓습니다. 맛있는 음식이 있을 때는 다른 때보다 많이 먹기도 하지만 허기를 느끼는 우리 뇌의 신호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경우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너무 배가 부르면 그만 먹게 되지요. 그런데 음식을 배가 고파서 혹은 맛있어서 먹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 심심함, 분노, 허무감, 외로움 등과 같이 감정에 이끌려서, 감정 상태를 ‘통제’하기 위해서 먹는 경우가 있고, 이를 ‘감정적 식사’라고 부릅니다.
감정적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 음식을 먹는 순간, 일시적으로는 위안과 만족을 얻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다른 방법이 없으면 계속해서 음식을 통해 감정을 해결하려는 경향, 음식에 대한 심리적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음식으로 감정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 결과 폭식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기도 합니다. 폭식하고 나면 흔히 강한 죄책감, 자괴감, 수치심이 드는데 이러한 부정적 감정을 대처하기 위해 다시 음식을 찾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폭식증이 있는 사람들의 뇌는 음식에 대한 활성화 패턴이 중독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패턴과 유사합니다. 또 중독처럼 폭식증도 내성과 금단현상이 있습니다. 뇌가 이전에 폭식하면서 느꼈던 것과 같은 정도의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폭식이 필요하고, 며칠 폭식을 하지 않으면 다시 폭식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는 거지요. 폭식증과 중독의 차이점은 약물이나 술의 경우는 완전하게 끊는 것이 좋은 변화에 해당하지만, 음식은 완전히 끊을 수 없는 대신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좋은 변화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음식과 좋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배고플 때 먹는 것, 음식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것, 맛있게 먹는 것입니다. 음식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우리의 머리가 결정하는 것입니다.
스트레스성 폭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가 왜 폭식을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합니다. 언제, 어떤 감정이 들 때 폭식 욕구가 높아지는지 촉발요인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어떤 사람은 부모님과 전화통화를 하고 나면 그날 저녁은 폭식 욕구가 높아질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밖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기숙사 방에 들어왔을 때 폭식 욕구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폭식 욕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내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폭식을 포함한 식이장애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 흔히 완벽주의적 성격이거나 타인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또는 내가 잘해야 타인이 나를 인정해주고 관심을 둘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부모님과 대화를 하고 난 후, 친구들과 만남에서 유쾌한 척하고 난 후에는 외롭고 두려운 마음, 사랑받고 싶어 하는 내 모습을 받아들이기가 더 어렵고 그래서 수용하기 어려운 감정을 억압하거나,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고, 그 감정을 잊기 위해 폭식을 하게 되는 것일 수 있습니다.
폭식 욕구가 들 때는 가능하면 다른 스트레스 해소법을 사용하면서 내가 어떤 감정이 드는지를 알아차려 보십시오. 그래도 폭식 욕구를 통제할 수 없다고 한다면 약 10분 만이라도 폭식을 지연하는 것이 좋습니다. 감정이란 변하기 때문에 기다리다 보면 잠잠해지게 되어 있습니다. 폭식하고 싶은 욕구가 들면, 폭식을 하더라도 10분만 기다렸다 하자라고 스스로 말을 하고 연습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도 폭식을 하게 되었다면 자책하기보다는 ‘괜찮아, 내가 아주 힘들구나’라고 토닥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가진 흔한 편견 중의 하나가 ‘의지력’이 없어서 폭식하게 된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폭식을 극복하는데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또한, 폭식하고 나면 흔히 살이 찌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식사를 제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억제된 충동은 반동을 형성하기 마련입니다. 폭식했더라도 그다음 식사를 정상적으로 하는 것이 좋고, 가능하다면 매일 세 끼의 식사와 간식을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 허기와 관련된 뇌의 신호체계(Hunger Signal)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생각하는 방식에 변화가 필요합니다. 내가 모 아니면 도와 같은 사고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고 융통성 있는 생각을 하는 연습을 해보면 좋습니다. 폭식을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횟수나 정도를 줄여보는 것과 같은 작은 변화와 성공에 주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끝으로, 상담센터가 여러분 곁에 있으니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