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생식물을 생체모방한 새로운 해수담수화 기술
염생식물을 생체모방한 새로운 해수담수화 기술
  • 김기웅 / 기계 박사과정
  • 승인 2017.05.2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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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부족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 생체모방
생명체의 생존에 있어서 물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따르면, 2026년도에는 전 세계 인구의 60%가 물 부족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물 부족 문제에 가장 주목받는 해결 방법은 바닷물을 담수화하여 생활용수로 활용하는 것이다. 바닷물은 지구에 존재하는 물의 약 97% 정도를 차지하며, 소금기를 제거하여 염분 농도를 3.5%에서 0.3% 이하로 낮추게 되면 담수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역삼투(Reverse Osmosis) 방식의 담수화 기술의 경우, 높은 에너지 소비, 별도의 후처리 공정, 막의 막힘 등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기존 담수화 기술들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개념의 담수화 기술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서 본 연구단에서는 오랜 세월에 걸쳐 해수에 적응하여 최적화된 기능을 가지고 있는 염생(鹽生)식물(Halophyte)*을 생체모방(Biomimetics
)**하여 새로운 담수화 기술을 도출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바닷가 ;주변에 서식하는 염생식물을 생체모방한 담수화 기술의 개발은 본 연구단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연구 주제였다.
물은 식물의 생존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소금기가 있는 지역에서는 살 수 없으므로 해안지역에 사는 염생식물은 생존을 위해서 바닷물의 염분을 효과적으로 제거해야만 한다. 대표적인 염생식물인 맹그로브(Mangrove)는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몇 가지 독특한 생존 전략을 쓰고 있다 <그림 1> 대표적으로 세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로 맹그로브는 보통의 혐염식물과는 다르게 식물의 생장에 해로운 나트륨 이온이 체내에 유입될 경우 이를 액포에 보내어 생존을 유지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맹그로브는 염선이라는 기관을 이용하여 체내에 유입된 소금기를 잎의 표면으로 배출할 수 있다. 배출된 소금물은 증발 때문에 그림과 같이 잎의 표면에 결정화되어 바람이나 비에 의해서 제거된다. 세 번째로 맹그로브는 최대 90% 정도의 소금기를 뿌리에서 걸러낼 수 있다. 본 연구단에서는 다양한 염분 제거 작용 중에서 가장 높은 효율을 보이는 뿌리에서 일어나는 물 정화 현상에 대한 연구를 통해 맹그로브의 물 정화(Purification) 현상을 이해하고 이를 생체모방한 생체모방 기술을 도출했다.

*염생식물: 소금기가 많은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
**생체모방: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공학적인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방법.

맹그로브 뿌리의 정전기적 특성
다양한 맹그로브 중에서 rhizophora stylosa라는 종을 이용하여 뿌리에서 나트륨 이온이 어디에서 어떻게 걸러지는지 실험을 진행했다. 나트륨 이온에 반응하는 형광물질을 사용하여 뿌리 내부의 나트륨 이온을 가시화하였고, 2광자 현미경을 이용하여 관련 정보를 얻었다. <그림 2>는 시간에 따른 뿌리 내 나트륨 이온의 분포를 나타낸다. 뿌리 내 나트륨 이온이 형광을 띄는 부분까지만 침투가 된 것을 의미하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뿌리 표피의 3가지 층에서 두 번째 layer를 경계로 해서 안쪽으로는 나트륨이 거의 침투하지 못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어떻게 뿌리 내에서 나트륨 이온이 그림과 같이 분포하게 되고, 특정 layer를 경계로 해서 그 안쪽으로 침투하지 못하는지 확인하고자 삼중막의 특성을 분석해보니 첫 번째 layer의 표면 제타 전위(surface ζ-potential)*** 값(pH 9에서 약 -90m
V)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상용 멤브레인(Membrane) 필터의 표면 제타 전위값(pH 9에서 약 -20mV)에 비해 더 음의 특징을 보였다. 본 연구팀은 맹그로브 뿌리에서 일어나는 물 정화 기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요소 중에서 한 가지 주요한 정전기적 특성을 확인하였고,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생체모방형 멤브레인을 제작하여 물 정화 실험을 진행했다.

***표면 제타 전위: 고체 표면의 전기 이중층(electric double layer) 내부 미끄럼 층(slipping plane)에서의 전하.

생체모방형 해수담수화 멤브레인
맹그로브 뿌리에서 일어나는 나트륨 이온 필터링(Filtering) 기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요소 중에서 생물학적 요소는 배제하고, 맹그로브 뿌리와 유사한 정전기적 특성을 갖는 멤브레인을 제작하여 별도의 후처리 과정 없이 소금기가 있는 물을 지속해서 필터링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맹그로브 뿌리의 표피와 같이 상당히 큰 음(negative)의 표면 제타 전위 값을 갖는 멤브레인을 제작하였고, 이를 이용하여 필터링 실험을 진행했다.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olyEthylene Terephthalate, PET) 기반의 멤브레인을 이용하여 층상(layer-by-layer) 적층 방식으로 맹그로브 뿌리와 유사한 표면 제타 전위를 갖는 멤브레인을 제작하고 이를 이용하여 100mM의 NaCl 수용액을 필터링한 결과, 약 96.5%의 나트륨 이온이 걸러졌다. 또한, 실험이 진행된 3일 동안 시간당 토출 유량이 7.6 L/m2로 거의 일정하게 유지 됐다.
물론 본 연구에서 멤브레인의 표면 제타 전위 값의 조절이 아직은 안정적으로 진행이 되지 않았고, 이에 따른 필터링 효율에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은 좀 더 연구를 진행하여 개선해야 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맹그로브 뿌리의 생존 전략 중 한 가지를 생체모방하여 새로운 방식의 물 정화 방법을 제시했다는 데 큰 의미를 가지며, 향후 후속 연구를 통하여 소형 해수 담수화 장치로 개발하기까지 검토될 예정이다. 

생체모방형 해수담수화 기술의 전망
맹그로브 뿌리의 나트륨 이온 필터링 기술을 생체모방하여 개발한 생체모방형 멤브레인은 향후 무전원 방식으로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담수화 기술의 핵심 요소 기술이다. 기존의 담수화 기술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실제 해수를 담수로 손쉽게 변환시킬 수 있는 경제적이고 환경친화적인 기술을 제시함으로써 인류가 극복해야 할 큰 문제 중 하나인 물 부족 문제 해결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 소개된 기술은 기존의 담수화 방법들과는 차별화된 특색 있는 전략으로 치밀한 새로운 담수화 기술을 창출하여 기술 이전 및 상업화의 가능성도 높다. 그리고 유사한 물질 전달 현상을 이용하는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어 국가산업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