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관 13동 리모델링…사생과 생활관운영팀 마찰 빚어
생활관 13동 리모델링…사생과 생활관운영팀 마찰 빚어
  • 김건창 기자
  • 승인 2017.05.03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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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공지에 사생 불만 표출, 소통 부재가 큰 원인으로 보여
우리대학은 25년 사용을 목표로 건설한 생활관을 준공 27년째인 지난 2013년부터 리모델링하고 있다. 학생들의 편의를 위한 리모델링임이 분명하지만, 오히려 리모델링으로 인해 학교와 학생은 수차례 갈등을 빚어왔다. 한 예로, 생활관운영팀은 지난해 4월 여학생 생활관 1동이 리모델링됨에 따라 생활관 14동 사생들을 이주시키고 그 자리에 여학생 생활관 1동 사생들을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일부 학생과 마찰을 일으킨 바 있었다(본지 373호 ‘생활관 리모델링, 사생 이주 관련 설명회 개최’ 참조). 올해도 이러한 문제는 이어지고 있는 듯 보인다.
늦었던 13동 리모델링 공지
지난 3월 16일, POVIS 포스텍 라운지(이하 게시판)의 한 게시글이 수많은 댓글이 달리며 뜨겁게 달아올랐다. ‘오늘 생활관운영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라며 시작된 이 글의 글쓴이 이태선(화공 석사과정) 씨는 13동 사생으로, 해당 연락이 ‘13동 리모델링 공사 계획이 5월 1일부터 8월 15일까지이며, 따라서 4월 30일까지 다른 생활관으로 이주를 부탁한다’라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태선 씨는 왜 꼭 13동 리모델링을 학기 중에 시작해야 하는지와, 왜 이번 학기 시작 전에 리모델링 공사 계획을 공지하고 학생들에게 미리 안내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 글의 댓글 중 일부는 생활관운영팀의 운영 방식과 태도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문제가 됐던 생활관 14동 이주의 경우에도 2학기 이주 관련 내용이 1학기 초에 설명회 등을 통해 사생들에게 공지가 됐다. 그보다도 짧은 한 달 반여 만에 이주하라는 이번 공지는 다시 한 번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일부 사생, “소통 부재”, “사생들 편의 고려 안 했다”
본지에서는 더욱 구체적인 사생들의 불만 사항을 알아보기 위해 위 게시글 글쓴이인 이태선 씨를 인터뷰했다.

Q: 13동 사생들에게 이주를 요청하는 공지 이전에, 생활관운영팀과 사생들 사이에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나 사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기회가 있었나?
A: 다음 리모델링 대상이 13동이 되리라는 것은 대부분의 사생이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리모델링 예정 시기가 언제인지에 대한 문의가 겨울 방학 때부터 있었으나, 생활관운영팀 담당자는 ‘추후 확정 시 공지’라고 답변했다. 따로 생활관운영팀과 사생들 사이에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 이후에 동장과 생활관운영팀이 나눈 이야기가 문서로 정리되어 13동 1층 화이트보드에 게시됐는데, 여기에도 ‘미리 사생들과 의견을 교환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정도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Q: 13동 사생들의 대체적인 반응과 입장은 어떤지?
A: 1층 화이트보드에 쓰여 있는 글들을 보면 대체로 학기 중 이사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이며, 학기가 끝난 후 이사하는 것을 건의해보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따라서 체념하고 이사를 준비하는 사생과 불만을 토로하는 사생들로 나뉘어있다. 이주로 인해 혼자 방을 쓰던 사생은 모르는 사람과 원하지 않던 동거를 하게 될 수도 있고, 함께 방을 쓰던 학생들은 서로 헤어지게 될 수도 있기에 불만이 많은 편이다. 또, 생활관운영팀이 ‘대학원생이라 학기 중에 이사하는 것이 별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대학원생은 평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우므로 주말을 틈타 이사해야 하며, 학기 중이라 수업도 있으므로 오히려 더 바쁜 편이다.

Q: 본지에서 POVIS를 통해 조사한 결과 두 자리가 모두 비어 있는 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룸메이트가 함께 이동할 수 있을지 의문인데, 이에 대해 생활관운영팀의 방침은 어떠한가?
A: 생활관운영팀에서는 두 자리가 비어 있는 방을 물색하여 룸메이트가 가능한 한 함께 이동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준다고는 했지만, 이는 단순히 비어 있는 방이 생기는지를 지속적으로 알려주겠다는 정도이다. 그런 방이 생기지 않으면 결국 룸메이트 두 명이 함께 이주하지 못하므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후 인터뷰한 현(現) 생활관 13동 동장 성웅(화공 통합) 씨는, 앞서 이태선 씨의 인터뷰 내용처럼 사생들의 불만이 많음을 다시 한번 확인해줬다. 그와 더불어, “생활관운영팀에서 리모델링 기간을 바꾸기로 한 게 행정적 측면도 있지만, 빨리 리모델링된 생활관을 제공하면 사생들에게도 유익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라며 “담당 직원이 이번 일에서 잘못한 점을 인정했고, 아쉽지만 현재는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어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대신 사생들의 이주를 최대한 도와주기로 했다”라고 생활관운영팀의 입장을 다시 한번 전달해주기도 했다.

생활관운영팀, “불가피했다.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논란이 불거진 지 4일 후, 이수우 생활관운영팀장이 직접 해당 게시글에 답글을 달아 이번 사건을 해명했다. 이수우 팀장은 업무 효율성을 위해 일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불편함을 배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했고, 이주 시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임을 밝혔다. 따라서 본지에서는 더 자세한 생각을 듣기 위해 생활관운영팀 이수우 팀장을 인터뷰했다.

Q: 학생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학기 중에 이주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굳이 학기 중에 리모델링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A: 관련 예산이 매년 2월에 확정된다. 보통 전해 11월쯤 되면 예산 전체에서 리모델링 신청을 하는데, 생활관 전체 중에서 3개 동을 리모델링하기로 신청했고 그래서 올해는 생활관 9동, 여학생 생활관 2동, 생활관 13동을 리모델링하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러 주변 환경에 의해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말이 나왔고, 한 곳의 리모델링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생활관 9동은 학부생 생활관 중 마지막 리모델링 대상이고, 여자 사생들은 작년에 14동에서 사실상 임시 숙소 생활을 했으니 결국 13동이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다. 그러던 중에 예산이 확보되는 쪽으로 결정됐고, 생활관운영팀 입장에서는 2학기에 하는 것보다 1학기에 빨리 마무리 해서 학생들이 좋은 시설에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대학원생은 방학의 개념이 없고, 학교 전체적으로도 13동 공사를 2학기에 하는 것보다 1학기에 당겨서 하면 감리용역비를 1개월 정도 절감할 수 있어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리모델링 공사 예산을 감축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이번처럼 결론 내렸다. 다만 학생들에게는 미리 공지해야 했는데 우리가 잘못했다. 따라서 공식적으로 사과를 표명했고, 이해해주면 감사하겠다.

Q: 작년 14동 이주 때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올해는 그런 자리가 없었다고 들었는데, 학생들이 그 부분에서 불만을 크게 가지는 게 아닌가?
A: 작년에는 14동 사생들이 14동 리모델링 때문에 이주하게 된 것이 아니라 여학생 생활관 1동의 리모델링으로 14동을 여학생들의 임시 숙소로 이용하기 위해 이주하게 된 것이므로 양해를 구하기 위해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번 같은 경우는 매년 리모델링을 해오는 상황에 있고, 단지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기에 별도 설명회를 하지 못한 것이다. 2월에 예산이 확정되더라도 학생들을 모아놓고 설명하기 어려운데, 2월이면 벌써 이주가 다 되고 난 다음이다. 학생들에게 미리 이주를 공지할 수 있는 것이 2월인데 학기중에 이주 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예산이 확정되면 공사를 언제 할 것인지 시설운영팀이나 계약 부서와 협의를 거쳐야 하므로, 확정되지 않은 것을 가지고 바로 얘기하기도 힘들다. 또, 예를 들어 3개 동의 리모델링을 계획했는데 한 동을 못하게 되면 전체적으로 리모델링 계획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지만, 학생들이 빨리 좋은 생활관에서 생활할 수 있게 하고, 그와 더불어 예산 절감을 위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음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차후에도 재발 우려, 대책 마련 필요
생활관운영팀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학생들에게 공지가 늦은 것도, 소통이 부재했던 것도 예산 확보와 관련한 불가피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생활관운영팀도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불필요한 불편을 겪게 되는 것이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리모델링이 마무리되는 2021년까지 계속해서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 문제이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앞으로는 학생들과 학교가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이 없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