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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 협동을 추구하는 소수 정예의 대학 전통을 계승하자
[385호] 2017년 05월 03일 (수) . .
우리대학은 개교 초기부터 산학 협동과 소수 정예의 연구 중심대학을 대학의 이념으로 표방하여 왔다. 이런 정신은 1987년 4월에 확정된 포스텍 건학 이념에 분명히 나타나 있다. “포항공과대학은 우리나라와 인류사회 발전에 절실히 필요한 과학과 기술의 심오한 이론과 광범위한 응용방법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소수의 영재를 모아 질 높은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지식과 지성을 겸비한 국제적 수준의 고급인재를 양성함과 아울러, 산·학·연 협동의 구체적인 실현을 통하여 연구한 결과를 산업체에 전파함으로써 사회와 인류에 봉사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이미 1985년 8월 중순 박태준 설립이사장은 해외 과학자 유치를 위한 인사말에서 “새로 설립될 포항공과대학은 저명교수 초빙, 국제적 수준의 교육시설 구비, 산·학·연 협동체제 구축 및 정예소수인재 선발로 면학과 연구를 위한 제 여건을 완비하여 첨단 및 과학기술의 기초·응용분야를 교수 연구하고 장차는 대학원 중심의 연구위주 대학으로 발전시켜나갈 것입니다”라고 천명한 바 있었다.
소수 정예의 작은 대학 전통은 故 박태준 설립이사장이 새로운 대학을 설립하기 위해 1985년 5월 미국의 대표적인 연구중심대학이었던 칼텍을 방문하면서 구체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날 세계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으로 평가받고 있는 칼텍의 본래 이름은 ‘스룹공과대학’이었다. 당시에 이 대학은 한해에 약 10여 명의 엔지니어를 배출하는 건물 한 채뿐인 아주 작은 공업대학이었다. 하지만 이 학교는 태양의 자기장 발견으로 유명했던 천체물리학자 조지 헤일의 노력으로 세계적인 대학으로 탈바꿈되었다. 헤일은 자신이 건설한 윌슨산 천문대에서 물리학, 화학, 천문학 사이의 긴밀한 협동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기존의 스룹공과대학을 새로운 연구중심대학으로 개혁해나갔다. 1919년 MIT를 떠나 새로운 대학에 합류한 노이즈의 건의로 이 작은 공업학교는‘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즉 칼텍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됐다. 최고의 교수들을 영입하려는 헤일의 노력은 1921년 가을 마침내 결실을 보아 헤일, 밀리컨, 노이즈 등 미국 내의 최고의 석학들이 칼텍에 합류하게 됐다.
소수 정예주의를 표방한 칼텍은 짧은 시간 내에 최고의 교수진과 우수한 학생들을 모으는 데 성공하였다. 밀리컨은 부임한 직후인 1923년 칼텍 교수 신분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으며, 그의 제자 칼 앤더슨은 양전자를 발견하여 노벨상을 수상했다. 칼텍은 공학 분야에서도 괄목할 성장을 보였다. 유럽에서 건너온 카르만은 칼텍에 구겐하임 항공연구소를 설립했고,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이 연구소는 제트추진연구소(JPL)로 확대 개편됐다. 칼텍의 제트추진연구소는 미항공우주국(NASA)의 핵심 연구소로 선정되어 미국의 우주개발에서 커다란 역할을 수행했다.
1985년 칼텍을 방문한 故 박태준 설립이사장은 이 미국의 대표적인 연구중심대학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가 칼텍을 방문했을 때 칼텍의 보직 교수들은 칼텍이 미국에서도 매우 특별한 대학이기 때문에 칼텍보다는 버클리나 스탠퍼드 대학과 같은 다른 대학들을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자문했다. 하지만 설립이사장은 칼텍의 관계자들이 다른 대학을 참고하라고 말하면 말할수록 소수 정예를 내세운 칼텍에 대해서 더 많은 매력을 느꼈다. 포항공대의 설립 이념은 이런 과정을 통해 형성됐다.
칼텍 이전에 유럽에서도 소수 정예를 표방한 대학이 존재했었다. 1795년 중등 교육 기관에서 가르칠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고등사범학교(École Normal Supérieure)와 1794년 전문 기술교육을 목적으로 설립된 에콜 폴리테크니크(École polytechnique)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역사상 최초의 이공과대학이었던 에콜 폴리테크니크는 개교 당시 400명의 학생을 선발하는 소수 정예의 교육 기관으로 출발했다. 사디 카르노, 푸아송, 게이뤼삭 등과 같은 프랑스의 유명한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이 대학 출신이다.
개교 30주년이 지난 지금 포스텍이 세계 작은 대학 평가에서 프랑스의 명문 에콜 폴리테크니크를 앞질렀다는 것은 그야말로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된다. 물론 우리의 역량이 아직 칼텍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기에는 너무도 역부족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최근에는 산학 협동 분야에서도 우리대학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개교 이래 30년 만에 포스텍의 설립 이념에 명시된 과제가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는 것에서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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