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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동주'를 보고 느낀 윤동주의 고뇌와 부끄러움
[385호] 2017년 05월 03일 (수) 한태영 / 생명 16 .
우리나라 사람 중 윤동주라는 이름 석 자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손에 꼽을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암울했던 시기인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위대한 시인 중 한 명인 그의 시는 초·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많이 보았을 것이다. 그만큼 그의 시에는 우리를 감동하게 하는 수많은 요소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윤동주와 그의 시를 처음 접했던 것은 국어 교과서의 어느 한 페이지에서였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윤동주라는 사람과 그의 시에 마음을 쏟기보다는 내 시험 성적을 위해 선생님이 알려주는 시에 대한 판서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
그동안 윤동주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우연찮은 계기로 본 영화 ‘동주’는 그에게 큰 매력을 느낀 계기가 됐다. ‘동주’는 윤동주와 그의 친척, 송몽규의 삶을 재조명한 영화로 요즘은 흔히 볼 수 없는 흑백영화이다. 이 영화는 윤동주가 북간도에 살았던 시절부터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하는 시기까지를 필름에 담아내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인 시인으로서 윤동주가 겪었던 고뇌와 갈등, 그리고 시에 대한 열정을 실감 나게 그려내어, 교과서로만 보던 윤동주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물론 영화가 100% 사실은 아니지만, 윤동주라는 거인(巨人)을 충분히 느껴볼 수 있게 해준다.
이 영화에서 감명받은 점 중 하나는 시 뒤에 감춰져 있던 윤동주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윤동주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한다. 그의 고뇌는 순수시에 대한 고뇌와 일본 유학 생활에 대한 고뇌로 나뉜다. 그는 순수 예술을 옹호하는 사람으로서 시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의 벗인 송몽규는 문학의 순수성을 부정하고 도구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려 한다. 그런 송몽규의 태도 앞에서 윤동주는 순수한 시가 그가 추구하는 이상인 조선의 독립을 이루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되고 시의 무기력함에 대해 고뇌한다. 일본 유학길에 오를 때 윤동주는 ‘히라누마 도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다. 그는 창씨개명이라는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리는 선택을 하면서까지 일본 유학을 위해 이 이름을 발급받는다. 이 점에서 그것에 대한 회의,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으로서 일본인 이름을 가진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이후에 오랫동안 그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던 필연성을 드러내 준다. 이런 것들이 바로 시 뒤에 숨겨져 있어 미처 보지 못했던 윤동주의 모습인 것이다. 그의 인생을 이해하고 시를 읽어보면 그의 고뇌를 좀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두 번째로 주목해야 할 점은 마지막 장면의 후쿠오카 형무소에서의 윤동주와 송몽규의 태도 차이다.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송몽규와 윤동주는 일본 형사로부터 똑같은 조서를 받는다. 송몽규는 그 조서들에 모두 순순히 지장을 찍지만 윤동주는 그 조서를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송몽규는 조서에 지장을 찍으면서 그가 하지 못했던 일들을 사실화하고 이를 통해 그가 꿈꿔왔던 이상을 얻고자 한다. 윤동주는 송몽규처럼 앞장서지 못하고 그림자처럼 그의 뒤를 따라다녔다는 사실에 대해 부끄러워한다. 그의 부끄러움은 고뇌에 대한 결론이자 추구했던 이상과 현실 간의 괴리에 대한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윤동주의 시는 부끄러움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그를 무기력했던 식민지 지식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윤동주가 암울한 현실 속에서 시만 쓰기보다는 조선의 독립을 위해 치열하게 고뇌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상을 추구했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윤동주가 무기력했던 식민지 지식인이라기보다 자기 자신을 항상 성찰하며 누구보다 조선의 독립을 열망하고 이를 추구했던 사람이라 말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윤동주의 시를 읽는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이 그의 삶을 미처 알지 못한 채 그의 시를 읽는다. 물론 시를 순수하게 작품 자체만 보는 것도 좋다. 그러나 윤동주의 삶을 알고 그의 시를 읽으면 처절한 고뇌와 부끄러움, 그리고 부끄러움 속에서 반성하며 자신의 이상을 추구해 나가는 윤동주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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