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교환학생 '비정상회담'
우리대학 교환학생 '비정상회담'
  • 명수한 기자
  • 승인 2017.03.15 02: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항공대에 익숙해진 나, 정상인가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ntonio Kuenne(안토니오): 독일 출신입니다. 기계공학과이고 현재 교환학생으로 2학기 차입니다. 27살입니다.
Marko Kajzer(마르코): 독일 출신입니다. 컴퓨터공학과이고 이번이 교환학생 2학기 차입니다. 26살입니다.
Christoph Judmaier(크리스토프): 오스트리아 출신입니다. 1년간 이곳에 산업경영공학과로 찾아왔습니다. 이번이 교환학생 2학기 차입니다. 25살입니다.
 
우리대학에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안토니오: 교환학생이 좋다는 친구의 조언을 듣고 관심을 가졌다. 처음에는 일본학을 전공하는 동생의 이야기를 듣고 일본을 방문하려 했지만, 한국이 좀 더 서구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한국으로 왔으며 현재 포스텍과 함께하게 됐다. 서울대나 KAIST 등으로 갈까도 고민했지만, 이곳의 로봇공학 수준이 높다고 생각해서 왔다.
마르코: 다른 나라를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때에 참여한 한 프로그램에서 부산대학교에서 온 한국인들을 만났다. 그들과 한 달 정도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한국을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곳에 오게 됐다.
크리스토프: 교환학생으로 방문할 장소로써 주변 친구들과 같이 유럽을 선택하기보다는 좀 더 먼 세계를 경험하고 싶었다. 대만, 일본, 한국 등을 고려했었는데 대만은 친구들이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적다며 말렸고 일본은 그 나라 학생들을 이미 학교에서 많이 봤었기 때문에 한국을 택해서 포스텍에 오게 됐다.

한국 친구들과의 관계는 어떤가요?
안토니오: 한국 사람들은 다들 예의 바른 것 같다. 다이스에서 만난 친구들도 그렇고 주말에 서울을 갔을 때도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마르코: 다이스의 사람들은 정말 환상적이다. 우리가 어려움을 겪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카카오그룹에 얘기하면 한국인 친구들이 잘 도와주곤 한다. 사실 처음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길을 묻거나 했을 때 몇몇 사람들은 부끄러워하며 대답을 회피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많은 한국인 친구들이 교환학생들에게 살갑게 잘 대해줘서 고맙다.
크리스토프: 스스로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속한 산업경영공학과는 사람들이 다들 좀 더 열린 사고를 하고 있고 과 특성상 조 단위로 뭉쳐서 과제를 해결하는 일이 많다. 조원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그 과정에서 한국인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었다. 또 교수님들께서도 영어로 수업을 진행해주셨고 친한 친구들이 영어를 잘해서 의사소통 면에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타국에서 외국인으로서 느낀 불편함이 있나요?
안토니오: 서울에서 포항행 KTX를 타러 역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지나가던 분이 절 마치 외계인을 보듯이 빤히 쳐다봤다. 5분쯤 뒤엔 다른 사람이 똑같은 행동을 하고는 바닥에 침을 뱉고 갔다. 외국인이니 이런 일도 겪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마르코: 외국인으로서 한국인들과 만나면 매번 “와 멋지세요!”라던가 “와 잘생기셨어요!”란 말을 많이 들어서 기분이 좋다. 하지만 한국인 여성분들과 함께 길을 걸으면 별로 좋은 시선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포스텍에서만이 아니라 서울에서도 그런 일을 많이 겪었다.
크리스토프: 음식이 가장 힘들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음식들이 모두 너무 매웠다. 어떤 날은 한 치킨 가게에서 좀 매콤한 치킨을 먹었는데, 3일 정도 고생한 기억이 난다. 좋은 음식들도 많았지만, 아무래도 매운 음식이 많아서 좀 힘들었고, 또 산 낙지 같은 음식들은 적응이 어려웠다.

다이스(교환학생들이 거주하는 기숙사)에서의 생활은 어떤가요? 오래된 기숙사인 만큼 청결에 대한 지적이 많습니다
크리스토프: 저번에 노트북으로 방에서 작업하고 있었는데, 룸메이트가 자고 있어서 불이 꺼진 상태였다. 그때 뭔가 작고 검은 게 내 침대에 있는 걸 보고는 깜짝 놀라 다시 쳐다봤는데 이미 사라졌었다. 그땐 기분이 많이 좋지 않았다. 확실히 바퀴벌레가 좀 많은 것 같다.
안토니오: 태어나서 바퀴벌레를 처음 봤다. 독일에서는 대부분 기숙사로 독방을 사용했었다.
마르코: 나는 모국에선 셰어 하우스(Share House)에 살았었다. 주방과 거실을 공유하고 개인별 방이 있는 곳이다.
안토니오: 확실히 이전에 살던 방이 독방이어서 좀 더 넓고 깨끗했고 바퀴벌레도 없었지만, 내가 이곳 사람들을 좋아하고 기숙사비가 한 달에 10만 원 정도로 저렴해서 괜찮았다.

우리대학에 오고 나서 바뀌게 된 생각이 있나요?
안토니오: 다른 나라, 예를 들어 스페인의 친구 얘기를 들어보면 매일 수업이 끝나고 나서 파티를 연다고 한다. 포스텍에서는 아무래도 조금 거리가 먼 이야기다. 포스텍은 수업도 많고 과제도 많다. 아마 누군가가 “너도 파티를 하니?”라고 묻는다면, “그래, 1학점만 들으면 그럴 수 있을 거야”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곳의 로봇공학이 마음에 들고, 학생들에게 알찬 교육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좋다고 생각한다.
크리스토프: 유럽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이곳에 왔는데,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참여하는 학생들 대부분은 아마 외국에 가서도 파티를 열고 술 마시는 일정을 즐기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교수님께 한국에 간다고 했더니, 좋다고 하시며 카이스트와 포스텍 중 어디를 갈 건지 물어보셨다. 아마 교수님이 컨퍼런스에서 한국 교수님들을 만났던 적이 있으셨던 모양이다(웃음).

다이스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 하는 것으로 아는데 참여하시나요?
마르코: 금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날에는 다이스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 학기마다 새로운 내용으로 구성되는 만큼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하려 한다. 보통 과제나 공부 등의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고 나면 휴식을 취한다는 느낌으로 다들 참여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학기 시작 즈음에는 그렇다.
크리스토프: 지난 학기에 수업이 다섯 개여서 바빴지만 그래도 다이스 프로그램에는 참여했었다. 과제에 지치거나 여러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종종 있는데 가서 다함께 놀면 재미있고 스트레스도 풀린다. 과제에 지쳐있다가도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한국인, 외국인 친구들과 즐기고 나면 “다시 힘이 나네, 수업 가자”라고 말하게 된다.

우리대학의 연구와 수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마르코: 이곳의 한국인 학생들은 대부분 석박사 통합과정을 이수 중이던데 한국인들이 일을 많이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연구실에선 정말로 거의 쉬는 시간도 없이 항상 바쁘게 일하는 것 같다. 나는 랩 사람들끼리 같이 소풍을 가거나 하는 등, 연구 이외의 활동을 바랐는데 정말 과제와 일로 범벅된 하루를 사는 것 같았다.

교환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은 어떻게 즐기시나요?
크리스토프: 많은 외국인 친구들은 교내 동아리에서 함께하고 싶어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사진을 좋아해서 사진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교내 사이트 어디에도 연락할 방법이 나와 있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인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그 친구들이 다시 동아리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식으로 가입할 수밖에 없다. 연락할 방법에 대해 좀 더 쉽게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안토니오: 대부분의 동아리엔 한국인 학생들만 있지만, 댄스 동아리의 경우에 지난 학기에 교환학생이 들어갔다고 들었다. 가서 함께 춤추고 노는 모습이 즐거워 보였다.
마르코: 나는 동아리들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연락처나 메일 주소 등이 적힌 사이트가 교환학생을 위해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동아리 외 행사들도 마찬가지다. 나는 컴퓨터공학과라 Hackathon 대회에 관심이 있었는데 포스터엔 ‘해카톤’이라고 나와 있었다. 한국 친구들은 어떤 재미난 것들을 보여줄지 궁금해서 참여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신청을 해야 하는지 몰라서 기회를 놓쳤다. 정말 아쉬웠다.
인터뷰를 마치며
여러 이유로 유학생들은 대다수의 동아리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 실정이다. 유학생들이 동아리에 들어온다면, 교류의 폭이 넓어지는 등 한국인 학생들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유학생들은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동아리 지원체계가 구축되고 더 많은 교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결국, 양측이 모두 교류하기를 원하는데도 중간에 다리를 놓아줄 연결고리가 없는 것이 문제이다. 따라서 동아리를 포함해 많은 교류 기회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