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강행된 국정 역사 교과서, 드러나는 문제점
끝내 강행된 국정 역사 교과서, 드러나는 문제점
  • 김건창 기자
  • 승인 2017.03.0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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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1일, 교육부에서 국정 역사 교과서 최종본을 공개했다. 2015년 10월 12일 중학교 ‘역사’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의 발행체제를 민간 출판사에서 담당하는 검·인정 체제에서 국가가 직접 출판하는 국정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발표를 한 지 약 1년하고도 석 달 반여 만이었다. 그동안 국정 교과서 찬성 반대를 두고 숱한 논쟁이 있었고, 결국 그 결과물이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
막상 결과를 보니 내용에 문제 소지가 있는 경우가 눈에 띄게 많았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서는 총 653개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 △부적절한 서술 △편향적인 서술 △비문 등이 발견되었는데도 교육부는 지속해서 수정·보완하면 된다는 태도로만 일관하고 있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권 내에 마무리하려다 보니 너무 성급하게 교과서를 만든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역사 교과서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이 금성 출판사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좌 편향적 내용을 담고 있다며 대안 교과서를 출판한 바 있으며, 2013년에는 역사학계에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교과서’라고 평했던 교학사 역사 교과서 사태가 있었다. 앞선 두 교과서도 많은 논란을 낳았지만, 이번 국정 교과서 사태는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며 정점을 찍고 있다.
교육부는 국정 교과서를 추진한 이유로 △검정 교과서가 지속적인 이념논쟁과 편향성 논란을 일으켜왔고 △검정 교과서 집필진이 편향된 인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교육부가 수정명령을 하더라도 일부 집필진들이 거부함 등을 들어 추진하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교육부가 주장하는 취지 자체는 올바르고 공정한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 학생들이 어느 쪽에도 편향되지 않은 역사를 공부하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정 교과서는 제작 과정에서부터 홍역을 앓았다. 교육부는 집필진 신변 보호 등의 이유로 집필진 명단을 비공개했고, 심지어 교과서를 검토하고 수정·보완할 편찬 심의 위원회도 비공개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밀실 편찬이 아니냐 하는 반발을 낳았다. 이후 집필진의 명단이 공개됐으나 그중에는 우 편향적인 뉴라이트 학회의 회원, 친정부 성향의 학자, 역사 비전공자들이 포함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누가 쓰는지를 알면 교과서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기에 집필진의 공개는 관심을 집중시켜 논란을 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이러한 집필진에 의해 편찬된 교과서의 내용은 오히려 한쪽으로 치우치고 부실해질 수밖에 없었다. 다소 편향적인 검정 교과서 대신 중립적인 시각에서 올바른 교과서를 새로 편찬하겠다던 교육부와 정부의 주장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국정 교과서에서 논란이 된 것은 대부분이 근현대사의 서술이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예시로 국정 교과서에서 김구 선생이 반일 테러범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으며, 5·16 군사정변과 10월 유신을 정당화하는듯한 표현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서술은 독립투쟁을 비하하고 친일을 정당화하며 독재를 미화하는 것이라는 역사학자들의 평이 많았다. 또한 온라인 설문조사 시스템 두잇서베이가 전국 10~99세 남녀 3,976명을 대상으로 2016년 11월 29일부터 12월 6일까지 진행한 여론 조사 결과 국정교과서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편(64%)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7%) △보통(28%)으로 나오는 등 여론이 좋지 않았다.
교육부에서는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2016년 12월 27일, 국정 교과서의 사용을 1년간 유예한 뒤 검정 교과서와 혼용을 추진한다는 발표를 했다. 그러면서 일선 고등학교의 국정 교과서 보급을 위해 국정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에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다. 국정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연구학교로 지정해 1,000만 원 가량의 예산을 지원하고 교사들의 승진에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경북의 문명고만이 연구학교 공모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정부의 지원책이 효과를 발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교원대 김한종 교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파동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특정 의도를 가지고 역사교육에 개입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역사교육의 중심이 ‘국가’에서 ‘시민’이 돼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이렇듯 현재 다양한 단체와 역사학자들이 국정 교과서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반론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으며 여론도 좋지 않은 만큼 앞으로 이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