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시작된 전국적인 집회는 비슷한 인원이 모였던 과거의 시위와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유혈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던 과거에 비해 현재는 시위 참가자들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고 비폭력 평화 시위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국민이 정부에 대항해 대대적인 시위를 일으킨 사건은 바로 4·19 혁명이다. 당시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와 마산 앞바다에서 떠오른 김주열 군의 시신에 대해 시민이 강하게 반발하며 전국으로 시위가 확산됐다.
결국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냈고, 이는 시민이 이뤄낸 최초의 정권 교체였지만, 전국적으로 경찰과의 충돌로 185명의 사망자와 1,500여 명의 부상자를 냈다.
두 번째로는 언론과 국민 사이에서 현 시국과의 비교 대상으로 많이 언급되는 1987년 6월 항쟁을 들 수 있다. 1980년 5.18 민주화 운동 등을 탄압하며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 정권은 1987년, 국민의 대통령 직선제 개헌 요구를 무시하며 개헌 논의를 중단하겠다는 4.13 호헌조치를 발표해 민심을 자극했고, 마치 도화선에 불을 붙이듯 그해 초, ‘탁! 하고 치니까 억! 하고 죽더라’ 라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여론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전국 각지에서 정권에 저항하는 시위가 일어났고, 그 와중에 연세대학교 이한열 군이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숨지는 등 수많은 유혈 사태가 일어났다. 이 항쟁은 결국 노태우 후보의 직선제 수용 선언, 즉 6.29 선언으로 이어졌고, 국민이 군부 독재 정권에 저항해 승리한 기억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회자하고 있다.
두 항쟁 모두 국민이 박탈당한 권리를 되찾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사건들이지만, 시민의 시위 양상이나 정부의 대응은 많이 과격했다. 시민은 화염병이나 돌을 던지기도 했고, 경찰은 그에 대응해 최루탄을 발포하는 등 한 번 시위가 터졌다 하면 유혈이 낭자하기 일쑤였다. 그렇다면 현재의 평화적인 시위 문화는 언제부터 정착되었던 것이고, 왜 정착된 것일까?
현재 우리나라에 자리 잡힌 시위 방법은 촛불 시위이다. 본격적으로 촛불 시위가 정착된 것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미군 장갑차량에 여중생 두 명이 압사당한 미선-효순 사건 때, 한 네티즌이 두 여중생을 추모하자는 의미에서 촛불을 켜자고 주장하면서 많은 시민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이후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 2008년 광우병 사태 등 우리나라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생길 때마다 국민은 더는 쇠 파이프와 화염병이 아닌 촛불을 들고 거리로,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이러한 촛불 집회 문화의 정착과 국민의 시민의식이 과거에 비해 다소 성숙해짐에 따라 시위들은 비폭력적으로 변화했다.
지금의 시위 양상은 단순히 시민이 촛불을 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집회가 바로 그 예시이다. 기자는 지난달 19일, 광화문에서 열린 제4차 범국민행동 촛불 집회에 직접 다녀왔다. 이번 집회에서는 마치 문화제를 방불케 할 정도로 다양한 방식의 시위가 진행되었다. 사람들은 거리 행진을 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노래인 ‘하야가’를 부르기도 했고, 가리온, 전인권 등의 가수들이 무대로 나와 시민을 위로하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으며, 60만 시민의 촛불 파도타기는 장관을 이루기도 했다. 또한, 이번 사태를 패러디한 분장을 한 사람들과 자신만의 시국선언을 써서 붙이는 공간들도 있었다. 이런 모습들을 두고 ‘서울 하야 페스티벌’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달라진 시위 문화와 성숙해진 시민 의식 모두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어이다.
과거의 폭력적인 시위 문화에서 현재의 비폭력적인 시위 문화로 변화했다고 해서 국민의 뜻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4·19 혁명 때의 국민, 6월 항쟁 때의 국민, 그리고 현재의 국민 모두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마음만은 확실히 같다.
지난 11월 19일 전국적으로 약 100만 명이 거리로 나왔지만, 경찰에 연행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과연 이번 사태의 결과가 국민이 직접 평화적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한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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