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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의 발전과정과 필요성
[378호] 2016년 11월 09일 (수) 박성원 박사 /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 .
   
이공계 대학(원)생이라면 졸업하기 전 미래학 관련 서적은 한 권이라도 꼭 탐독하기를 권한다. 물론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에게도 미래학 서적을 읽어보라고 권하겠지만 특별히, 이공계 학생들에게 더 권하고 싶은 이유는 지금만큼 과학기술이 사회를 변화시켰던 때도 없었기 때문이다.
  통상 사회를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인구, 문화, 경제, 에너지(자원), 환경, 정치(지배 구조) 등도 꼽고 있지만, 과학기술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 과학기술은 앞서 든 6가지 변화의 동력(drivers of change)과 달리 사회를 무차별적으로 변화시키며 변화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특징을 갖고 있다. 스마트폰을 예를 들어보자. 어떤 나라는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다른 나라는 사용하지 않는 예가 있는가. 어떤 문화적 배경을 갖던, 역사가 어떻든, 어떤 언어를 사용하든, 자원이 있든 없든, 자연환경이 어떻든 스마트폰은 사용되고 있다. 또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우리 사회에서 무선 호출기(삐삐라고 불렀던)나 시티폰(발신전용 이동전화)을 사용할 수 있겠는가. 시티폰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다. 이처럼 기술은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며 특정한 방향으로 사회 구성원을 몰아간다. 방향이 한 번 정해지면 바꾸기란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이공계 학생들은 자신의 실험실에서 개발하는 기술이 사회에 등장했을 때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변화에는 긍정적인 변화도 있지만, 부정적인 변화도 있기 마련이다. 기술이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지만, 역으로 우리의 삶을 파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자라면 미래를 이해하려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논지에는 좀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지질시대(地質時代)의 관점에서 우리는 신생대 제4기 홀로세(Holocene)를 살고 있다고 간주해왔다. 그러나 지난 2000년 Paul J. Crutzen과 Eugene F. Stoermer는 국제지권생물권연구 뉴스레터에서 새로운 지질시대가 시작됐다며, 그 시대의 이름을 인류세(Anthropocene)라고 명명했다. 지구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최초의 존재가 태어났는데 그게 인간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핵폭탄 몇 개만 터뜨려도 지구 상의 모든 생명을 멸종시킬 힘을 가진 존재, 화석연료의 과다한 사용으로 기후에 막대한 영향을 줘서 생태계에 커다란 타격을 입히는 존재는 우리 인간이라는 이야기다(인류세를 제안한 Crutzen은 네덜란드의 대기화학자인데, 성층권 오존층이 파괴되는 메커니즘을 밝혀 노벨상을 수상했다).
  과거에도 우리는 기술의 파괴적 영향을 걱정했다. 그러나 기술의 파괴적 영향의 정도나 범위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크고 심각하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전대미문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고, 우리의 행동에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사실 미래학의 시작도 오늘의 우리 행동이 내일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자각에서 비롯됐다.
  미래학이 학문의 영역에 들어온 것은 1960년대부터다. 당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미래연구자들이 학술모임(World Future Society, World Futures Studies Federation)을 만들었고, 세계의 각 대학에서 미래학을 가르치기 시작했으며, 한국도 학회를 조직해 미래연구를 시작했다. 미래학계의 논문을 게재하는 Futures가 생긴 것도 60년대 말이고, 곧장 뒤를 이어 Technological Forecasting and Social Change(TFSC)라는 저널도 등장했다. Futures가 인문사회와 이공계를 망라하는 저널이라면 TFSC는 과학과 기술에 좀 더 초점을 맞춰 미래를 연구하는 저널이다(이곳에 실린 논문들도 한 번씩 읽어보길 권한다). 한국은 60년대 말 한국미래학회가 발족해 ‘미래를 묻는다’는 제목의 저널을 발행했으나 1988년 발간이 중단됐다. 이후 특별히 미래연구를 전문적으로 다룬 저널이 없다가 지난 1월 미래학회가 재탄생하면서 11월부터 미래연구라는 저널을 발간하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늦은 감은 있지만 지난 2013년부터 KAIST에 미래전략대학원이 창설돼 미래학을 학문의 영역에서 본격적으로 가르치고 있다(1960년대 이후 미래학이 일군 학문적 진전과 미래 도전과제에 대해서는 박성원(2016)을 참조).
  사회 변화에 대한 이론 연구와 다양한 미래예측 방법론의 창안과 실행, 경험이 쌓이면서 미래학자들은 미래학이 과학의 영역에 안착했다고 주장한다(박성원, 2016). 미래학은 어떤 집단을 실증적 분석에 기초해 연구하며, 미래 이미지나 비전을 연구한다는 명확한 학문적 개념이 있고, 인간을 모델로 연구하며, 데이터를 모으는 방법, 분석하는 방법, 이를 통해 전략을 도출하는 방법론이 있다(Blass, 2003). 어떤 학자는 미래학이 실증적 연구도 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가치와 미래상을 실현한다는 측면에서 디자인 과학(design science)으로 불려야 한다고도 주장한다(Niiniluoto, 2001). 또 미래학이 혼돈과 불안정, 불확실의 시대에 기계적 결정론을 넘어 카오스 이론(chaos theory), 진화 모델링(evolutionary modeling), 인공지능 시뮬레이션(artificial intelligence simulation), 시나리오, 참여적 미래연구 등으로 나아가면서 정책 결정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한다(Kristof, 2006).
  학자들의 미래연구는 1970년대 후반, 스웨덴 네덜란드 미국 등 정부의 미래연구로 확산되었고 1980년대 뉴질랜드 호주에 이어 1990년대 핀란드 독일 싱가포르 정부에서도 미래연구를 수행했다(박성원, 2016). 정부가 정책을 내놓기 전 미래연구를 수행했다는 것도 중요한 진전이었지만, 이들 정부가 미래연구를 제도화했다는 점이 더 중요한 진전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국회에서도 미래를 연구했다. 1974년 국회 개혁위원회(the Bolling Committee)는 미래 준비법을 통과시켰고, 1975년부터 모든 위원회(예산위원회 제외)가 미래를 예측해 안건을 상정하도록 했다. 위원회는 미래를 예상하지 않은 법안은 단견(短見)에 머물거나 미치는 효과가 일시적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Bezold, 1999). 우리 정부도 국회에 미래연구원을 설립해 법안을 만들 때 미래연구가 참조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국의 다양한 정부 출연연구소에서도 미래연구를 수행하는데, 필자가 속한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미래연구센터를 두고 다양한 미래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 미래창조과학부 산하기관인 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정기적으로 미래기술을 예측하며, 특정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이를 발표하고 있다.
  미래학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미래학은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창조될 수 있는 시공간이라고 주장했으며, 과거와 현재, 미래가 연결돼 있다는 전일주의적 시각을 발전시켰다. 또 미래라는 거울을 통해 끊임없이 “우리는 누구이며,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물어왔고, 미래연구를 통해 미래세대의 목소리를 듣고 현실 세계에서 반영하려고 했다. 현재와 미래를 잇는 징검다리를 만들어 제시함으로써 우리의 삶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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