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와 집단 양극화
SNS와 집단 양극화
  • 이호형 / 신소재 14
  • 승인 2016.10.1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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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양극화라는 말이 있다. 집단 구성원들이 서로 논의한 결과,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그들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한층 극단화된 결론을 도출하는 경향을 이르는 말이다. 특히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함께 논의한 후에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 같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공감이다. 집단 구성원의 견해가 서로에게 확증 받게 됨으로써 본인의 생각이 옳다는 자신감과 확신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SNS는 이러한 집단 양극화가 일어나기 아주 좋은 구조로 되어 있다. 가장 대중적인 SNS라고 할 수 있는 Facebook의 언론사 페이지를 예로 들어보자. 지면신문이나 인터넷신문과는 다르게 페이스북 뉴스 기사를 볼 때는 사람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으며 의견 교류가 매우 활발하다. 문제는 이 의견 교류가 같은 페이지를 구독하는 팔로워들끼리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만약 보수언론인 조선일보 페이지와 진보언론인 한겨레신문 페이지에 아예 똑같은 기사가 실렸다고 하더라도 지지를 얻는 댓글의 종류가 확연히 다를 것이다.
심지어 SNS를 통해 정보를 접할 경우, 부지불식중에 정보가 한쪽으로 편향될 가능성이 크다. Facebook 타임라인에 뜨는 게시물들은 무작위처럼 보이지만 대다수는 본인이 선택한 정보이다. 팔로우한 페이지의 게시물이 아니면 자동으로 타임라인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어떠한 페이지를 팔로우하는지에 따라 제공되는 정보의 종류가 달라진다. 하지만 자신과 다른 생각을 마주하는 것은 불편한 일이므로 본인과 맞는 성향의 페이지를 구독하게 되고, 그렇게 같은 성향의 구독자들끼리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집단 양극화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최근에 많은 사회적 갈등들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진보, 보수 개념의 정치적 갈등은 물론이고 금수저, 흙수저라는 신조어로 대변되는 계층 갈등, 그리고 최근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성별 갈등까지. 우리 사회는 전에 없이 다양한 갈등을 겪고 있다. 갈등이란 견해차가 있는 두 집단 사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한, 이러한 갈등들은 주로 SNS에서 일어나고 있다. 작금의 현실에서 집단 양극화 현상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이다.
물론 사회적 갈등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회의 곪은 부분을 드러내고 고칠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사회가 불필요한 대립구도에 빠지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대립구도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다소 불편함을 느끼더라도 자기가 속해있는 입장과 반대되는 정보도 접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옳고 그름을, 그리고 차이를 판단할 수 있다.
감탄고토(甘呑苦吐)라는 말이 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의미의 사자성어이다. 자신이 SNS에서 정보를 접하는 방식이 이와 같지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