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지진’을 아시나요
‘울산 지진’을 아시나요
  • 김휘 기자
  • 승인 2016.09.28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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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세월호 침몰로 국민이 정부의 무능함에 느낀 분노와 슬픔은 엄청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다시는 세월호와 같은 비극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고, 당해 11월 정부는 안전행정부의 분리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전부 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에 따라, ‘종합적이고 신속한 재난 안전 대응 및 수습체계 마련’을 목적으로 국민안전처(이하 안전처)를 신설했다.
올해 7월 5일 오후 8시 30분경, 울산 동구 동쪽 62km 해역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일어났다. 바다 밑에서 일어났기에 별다른 피해가 없었지만, 해당 지진은 당시 12년 만의 큰 지진이었다. 우리대학에서도 진동을 확실히 느낀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긴급재난문자는 지진이 일어난 지 17분 뒤에서야 발송됐다. 박인용 안전처장은 해당 지적에 대해 “지진 문자 매뉴얼을 조정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달 12일, 경주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본진은 관측 이후 최대 규모로, 그 진동은 전국에서 감지됐다. 사람들은 전에 없이 위기감을 느꼈고, 카카오톡과 전화 트래픽이 폭주했다. 하지만, 안전처는 미숙한 대처로 신속한 정보 전달에 실패했다. 긴급재난문자는 전진(前震)이 발생한 지 8분이 지난 뒤에나 발송됐고, 진도 5.8인 본진 때는 긴급재난문자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안전처 홈페이지는 지진 발생 후부터 2시간여 동안 먹통이었다. 안전처의 문자 송출 기준에서 지진은 여전히 제외되어 있었다. 다음날 서울 청사에서 열린 지진 관련 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안전처 대변인은 “기상청에서 지진 통보문을 받고, 저희가 분석을 해서 문자를 발송하느라 시간이 소요됐다”라고 말했다. 퍽이나 ‘종합적이고 신속’하다.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난 19일에도 비슷한 시각과 위치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다. 용량을 최대 80배 확장한다던 안전처 홈페이지는 또다시 먹통이 됐고, 긴급재난문자 역시 개선되지 않았다. 국민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할 곳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부산시가 12일 지진 이후 대응 체계를 갖춰, 19일 지진 때는 5분 뒤 시민들에게 문자를 발송하고 조금 뒤 행동 요령을 알린 것과 비교된다.
안전에 대해 무감각한 것을 시쳇말로 ‘안전불감증’이라 한다. ‘우리나라는 지진의 안전지대’라는 착각 속에 살았던 우리 국민의 안전불감증이 이번 지진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대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내진 설계도 되지 않은 학교 건물을 믿으라며 야간자율학습을 강행했고, 우리대학의 일부 대학원생들 역시 하던 연구를 계속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정부가 이보다 더 심각한 안전불감증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지진 발생 30분이 넘어 상황을 전달받은 국무총리실은 2시간 뒤에서야 공식 입장을 발표했고, 박 대통령은 여전히 침묵했다. ‘부처 신설이나 통폐합이 정부 혁신이라는 착시현상을 가져왔다’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분석이 참으로 공감되는 한 주였다. 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살기 위해 자신만을 믿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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