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반 컵의 차이
물 반 컵의 차이
  • 최태선 기자
  • 승인 2016.09.07 1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새 새 학기를 맞이하면서 설렘보다는 답답함이 느껴진다. 방학 중 집에서라면 부모님의 모닝콜을 듣고 먹은 맛있는 아침밥도, 어느 때나 눕고 낮잠을 즐겼던 시간도, 주말 저녁이면 가족들끼리 함께 보며 웃었던 코미디 프로그램도 포항으로 돌아오면서 모두 놓고 왔다. 이제 남은 것은 아침 9시에 무거운 눈꺼풀을 들고 찾아가야 하는 강의실, 매일 아침 운동으로 78계단을 오르는 일, 점심을 먹고 수업에서 졸까 봐 내 허벅지를 꼬집으며 잠과 싸우는 일 그리고 수업 시간 관계상 어쩔 수 없이 거르게 되는 끼니들뿐이다. 가끔 페이스북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접하고,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본다. 그러나 취미생활도 하는 동안 잠시 즐거울 뿐, 수많은 과제와 시험공부들이 다시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분명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고, 지금도 이따금씩 이런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이 내 개인만의 문제라면 정말 다행이다. 그러나 학생 중 일부는 개강하면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친구들과 포항은 정말 할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공감이 된다. 신입생들의 수강 과목을 조사한 이전 포항공대신문 기사를 봤을 때나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도 우리대학의 수업 과정이 상대적으로 어렵고 많긴 하다. 개강 며칠 전 캠퍼스 내에서 우연히 만난 전공 과목 교수님께서도 “이번 학기도 열심히 살아봐라. 힘들겠지만...”라고 격려를 해주신다. 확실히 이렇게만 바라보면 2학기라는 우리의 물 컵은 물이 반밖에 안 남아 있는 것 같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드는 우리에게 말하고 싶다. 컵의 물은 반이나 남아있다고.
다른 학생이 보기에는 우리의 컵은 물이 반 잔이나 남아있다. 우리나라 그 어디에서도 듣기 힘든 수준 높은 강의들을 원하는 만큼 들을 수 있고, 통나무집에서 친구들과 맥주 한 잔을 기울이며 방학 중 경험들을 나누기도 한다. 룸메이트가 깨워주긴 하지만, 잠을 자느라 결석하는 것은 내 책임이기 때문에 내 행동에 대한 책임과 시간 관리를 스스로 경험하는 소중한 사회 경험도 한다. 선배, 동기, 후배들을 삼삼오오 모아서 죽도시장이나 이동으로 맛있는 식사를 하러 가기도 하고, 6인 팀플레이 게임을 할 때도 다 같이 모여 게임을 어떻게 진행해나갈지 의논하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평소에 갖고 싶었던 옷, 신발도 나 스스로 과외를 하면서 장만해본다.
물은 때때로 반 잔 그 이상 있는 때도 있다. 평소에는 날이 더워서, 멀어서 또는 귀찮아서 미뤘던 운동을 기숙사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것 같은 체육관에 가서 하게 된다. 또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집에서는 못 해봤을 춤, 운동, 악기를 연습하기도 하고, 비슷한 취미를 가진 친구들끼리 그 누구보다 가까운 자리에서 의견을 나눈다.
세상을 바꾸는 방법은 간단하다. 나 스스로가 변하면, 내가 바라보는 세상도 달라진다. 우리가 평소에 갖던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우울하게 시작한 개강이 기대되고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2학기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 특별한 것이 필요하지 않다. 다만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카메라 렌즈만 조금 돌려주면 된다. 물은 여전히 반 컵이나 남아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