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기획] 캠퍼스 국제화로 가는 길
[주제기획] 캠퍼스 국제화로 가는 길
  • 이정묵 / 기계 교수
  • 승인 2001.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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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구성원 적극 동참 위한 공감대 형성 필요]
- 세계 수준 도약 위해선 성공적으로 추진되어야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국제화의 움직임이 피부에 와 닿는다. 아마도 급속히 밀려오는 지식 정보사회화의 큰 물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물결은 대학계에도 밀려와, 요즘 언론매체에서는 대학들의 국제화 계획을 심심찮게 보도하고 있다. 한 예로, 포항공대의 2003년부터 대학원 전면 영어강의 실시계획 이라든가, 서울대가 앞으로 교수의 10%는 외국인 교수를 채용한다던가, 연세대, 이화여대 등이 어떤 국제화 제도를 실행할 계획이라든가 하는 보도들 말이다.

대학교육이란 보다 넓고 깊은 학문의 탐구에 있다 하겠으니 대학의 문호는 항상 국제적으로 개방되어 있어야 마땅한 일일 것이다. 따라서 대학의 국제화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거론한다는 자체가 이상한 일 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여러 언론매체가 대학의 국제화 계획을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나라 대학들의 국제화가 아직 미흡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 대학의 문호는 초창기부터 국제사회에 개방이 되어왔다. 그래서 국내대학 중에서는 국제화에 있어 어느 정도는 선도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국제화의 정도가 정말 만족할만한 수준인지는 한번 살펴 볼만한 일이 아닌가 싶다. 우리 대학에 유학이나 교육을 목적으로 온 외국인 학생이나 교수가 그들이 추구하는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만큼 제반 여건이 구비되어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조금은 깊이 없는 판단인지는 몰라도, 필자의 느낌으로는 아직도 개선되어야 할 사항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개교 한지도 15년이 되는 우리 대학이다. 국제화의 선도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대학이라면, 지금부터라도 한 단계 높은 국제화를 시도해야 할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

국제화의 첫째 요건은 바로 외국인들과의 의사소통의 능력을 키우는데 있다 하겠다. 우리 나라 대학생들이라면, 기술된 영어의 해독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듣기와 쓰기, 그리고 말하기에 있어서는 특수한 수련 과정을 거칠 기회가 주어지지 못했던 학생들에게는 영어가 어렵게 느껴지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이런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우리 대학이 영어강의화를 계획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아마 한 대학으로서 학생들의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 택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중요한 국제화 계획이 제대로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대학구성원들이 충분히 그 목적과 필요성을 인정하고 동참하겠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고, 또 학생이나 교수가 영어강의에서 얻는 실익을 공감할 수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동안 학부학생들의 졸업 필수조건의 하나로 TOEFL 성적 550점 이상의 취득을 요구해 오고 있었다. 이미 학생들에게는 영어라는 어려운 관문 하나를 더 만들어 시련을 추가한 셈이다. 그러나 이런 관문의 설정은, 우리 학생들의 장래를 위해 설혹 쓴 약의 처방이 될지라도 그 효과가 크리라는 확신 때문에 결정이 되었다 생각한다.

이제, 우리 대학은 종전의 이공계 과목의 영어교재 사용 그리고 학부생의 졸업필수 조건인 일정수준의 TOEFL성적 요구에 추가하여, 영어의 듣기, 쓰기, 말하기의 능력 구비를 요구하는 단계에 와 있는 것 같다. 이는 대학의 국제화 노력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고 이의 성패여부는 학계의 큰 관심사가 되어지리라 예측된다. 그러나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추가적인 국제화 단계의 성공을 위해서는, 학생과 교수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수요건이고 이를 위해서는 교수들의 의견 수렴을 위한 토론의 장이 여러 번에 걸쳐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중요한 계획이 교수들에게는 아무 통고도 없이 불쑥 하루아침에 신문에 보도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교수의 한 명으로서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국제화는 불가피하게 닥쳐온 이 시대의 거대한 물결이다. 우리대학이 이 물결을 외면하고 방관하는 자세로 임한다면 국제일류 대학으로의 건학 이념은 구현하기 어렵다고 본다. 어쨌든, 우리 대학 구성원 모두가 어렵더라도 함께 노력해 극복해야 할 숙제인 건 사실이다. 우리는 이 대학을 지금까지 이끌어 오는데, 남이 하지 않는 수많은 제도를 개척하고 이를 실천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성취감과 긍지를 갖고 일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포항공대인에게는, 대학 당국이 사전에 적극적인 의견 교환을 통한 동참을 요청한다면, 어렵더라도 한번 더 도전해 볼만한 의욕과 능력이 있다고 본다. 그러니 우리들에게, 아쉽고 배제된 마음이 들지 않도록 대학의 행정을 맡은 동료 교수들이 각별한 배려를 아끼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강의를 영어로 해야 할 교수들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이러한 영어강의를 수강해야 되는 학생 입장에서는 두려운 느낌이 더 클 것이라 예상된다. 그러나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이공계의 젊은 세대가 국제무대를 외면하고서는, 전공 인으로서의 존재가치를 인정받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지금도 벌써 많은 기관이 채용조건으로 영어회화능력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도 바로 이러 경향의 반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그러니 학생들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물론 영어강의 만이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한 유일한 선택이라고 주장하는 건 결코 아니다. 어떤 선택이 가장 최적이겠는가는 좀더 검토해 결정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왜 자기 말을 두고서도 남의 말을 배워야 하나 하는 고민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오직 한글이 세계공통어로 대치될 만큼 우리 나라의 국력이 부강해지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가까운 시일에 실현될 수 없는 먼 장래의 꿈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나라가 일본의 식민지로서의 치욕을 겪은 원인이, 국제교류를 완강히 거부했던 대원군의 아집에 기인했었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우리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비관적인 견지 보다 낙관적인 견지에서 우리의 사고를 정리하는 게 현명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즉, 나의 의사를 외국인에게 이해시키고 이를 존중하고 따라오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영어 구사가 필요하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다.

끝으로, 우리 대학이 국제적으로 우수한 이공계 대학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 모든 계획이 순조롭고 합리적으로 추진되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