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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 다면상영 기술
영화 산업의 새로운 바람, 다면상영 기술
[373호] 2016년 05월 04일 (수) 노준용 교수/ KAIST 문화기술대학원 .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영화를 제작할 때마다 관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할리우드는 1900년대를 전후해서부터 특수 분장이나 카메라 트릭 등을 이용한 아날로그적인 특수 효과를 활용하여 영화 관람의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다가 1977년 개봉한 영화 스타워즈를 시작으로, 디지털 기반의 발전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활용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끊임없이 만들어 왔다. 재난, 대규모 전쟁, 동물, 로봇 등 다양한 소재를 매개로 하여 지난 40년 가까이 개봉된 여러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새로운 볼거리 소재가 점차 빈곤해질 무렵, 할리우드는 그 해결책으로 새로운 영화 관람의 형태를 제시하게 된다. 2009년 개봉된 영화 아바타를 시작으로 전 세계에 빠르게 보급된 3D 입체 영화가 바로 그것이다.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에 필요한 새로운 소재의 부족을 플랫폼의 변화를 통해 극복하려 했던 것이다. 기존에 사용된 소재, 또는 심지어 이미 개봉된 영화도 다시 깊이감이 있는 입체의 형태로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또 다른 방식으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입체 영화의 효과는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 했다. 영화를 관람하는 2시간가량 안경을 착용하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과 아무리 조심해도 영화 관람 시 일부 관객에게 시각적 피로감이 유발될 수 있다는 것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시각적 재미를 위해 입체감을 크게 주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어렵지 않으나, 장시간 큰 입체감을 경험할수록 어지러움 유발 가능성이 증가하게 되고, 반대로 시각적 피로의 유발 가능성을 최소로 하려다 보니 입체감을 크게 높일 수 없게 되어 관객을 실망하게 만드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결국,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 같았던 입체 콘텐츠 기술은 소비자에게 점차 외면받기 시작해 급기야는 삼성이나 LG 등 세계적인 가전제품 생산 기업들도 입체 시장에서 점차 발을 빼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입체 특수가 시들해지자, 할리우드는 다시 한 번 관객들에게 어떻게 하면 새로운 시각적 볼거리를 제공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고, 그 해결책 중의 하나로 새롭게 제시된 또 다른 영화 상영 플랫폼이 바로 스크린 엑스 기술이다.
스크린 엑스는 극장의 좌우 옆면에 영상을 투사함으로써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삼면의 영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면 영상 상영 기술의 범주에 해당한다. 다면 영상은 흔히들 특별 전시나 엑스포 또는 돔형 극장 등에서 여러 대의 프로젝터를 통하여 커다란 스크린이 만들어진 형태로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각이 있는 다면의 벽면이던, 구부러진 곡면이던 다면 영상은 스크린을 다양한 형태로 확장시켜 관객을 감싸면서 몰입감을 제공하기도 하고, 그 커다란 사이즈로 인해 임장감을 극대화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다면 영상의 경우, 하나의 상영 환경에 최적화되어 매번 독립적으로 설치되고, 표준이 존재하지 않아 설치 때마다 전문가의 수작업에 의존해 비용이 크게 발생하는 문제가 있으며, 여러 다면 상영 환경간의 콘텐츠 호환에 대한 해결책 또한 마땅히 제시되지 않고 있었다.
스크린 엑스는 일반적인 다면 영상 기술을 체계화시켜 작게는 우리나라 최대의 극장 체인인 CGV 극장 800여 개 관에, 크게는 전 세계 14만여 개의 극장에 값싸고 손쉽게 설치될 수 있도록 설계된 기술이다. 스크린 엑스 기술 개발 시 효율적인 대량 생산을 위해 고려된 제약 조건은 다음과 같다. 극장 옆면에 정면과 같은 말끔한 투사 스크린을 설치하거나, 벽에 부착된 스피커 등을 제거해서는 안 된다. 극장 고유의 느낌을 훼손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스크린을 곡면으로 바꾸거나 비상구의 위치를 바꾸는 등 이미 존재하는 극장들의 다양한 구조를 전혀 변화시켜서도 안 된다. 또한, 1억 원에 상당하는 정면용 메인 프로젝터와는 다르게 옆면에 콘텐츠를 투사하는 프로젝터들은 수백만 원대의 저가형이어야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한 극장의 설치비를 올리기 시작하면 전 세계 극장에 보급하기 위한 대량생산의 계획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약 조건을 만족하게 하면서도 옆면 영상의 품질이 정면과 크게 차이가 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영상의 퀄리티를 지상과제로 생각하는 할리우드 제작자들에게, 더 나아가 관객들에게 실망스러운 영상을 보여줄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러한 제약을 바탕으로 개발된 스크린 엑스는 다음과 같은 기술 요소들을 포함한다. 우선 에어컨의 바람이나 건물의 작은 진동에 의해서도 설치된 프로젝터들이 조금씩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투사된 영상들의 기하 왜곡을 없애주거나 여러 프로젝터들 간의 색감의 이질성을 없애주는 자동화된 캘리브레이션 기술이 필요하다. 여러 프로젝터가 같은 시간에 같은 장면을 보여 주어야 하기 때문에 동기화 기술도 필수이다. 또한, 정면뿐만이 아니라 좌우 면의 영상을 감상하기 위해 두리번거릴 관객들의 눈에 옆면으로 투사될 빛이 들어가지 않도록 각 극장의 관객석에 맞추어 영상 마스킹도 필요하다. 영상의 전송은 보안 유지를 위해 암호와 되어야 한다. 삼면에서 영상이 재생되기 때문에 관객의 위치에 따라, 그리고 다양한 구조를 가진 극장에 따라 콘텐츠가 왜곡되어 보일 수도 있고 일부만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어느 좌석, 어느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던지 왜곡이 최소화된 영상을 관객이 볼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 최적화 기술도 필요하다. 삼면에 해당하는 영상들을 효율적으로 촬영하고 저장하는 기술 또한 같이 개발되어야 한다.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발된 스크린 엑스 기술은 현재 CJ-CGV를 통하여 상업화되어 한국, 미국, 태국, 중국 등 국내외 100여 개의 상영관에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그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길이가 짧은 광고들을 스크린 엑스 형태로 수십 편 만들어 새로운 시각적 자극과 재미의 가능성을 확인한 후, 차이나타운, 검은 사제들, 히말라야 등 지금까지 3편의 장편영화를 스크린 엑스 형태로 제작하여 개봉하였다. 최근에는 할리우드의 영화나 애니메이션도 스크린 엑스 형태로 만들기 위해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스크린 엑스 기술은 2015년 창조 경제 3대 플래그십 프로젝트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스크린 엑스 기술은 할리우드를 비롯한 전 세계 영화 제작자들에게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기회를 제공한다. 공포영화의 경우, 귀신이 옆면을 타고 관객의 뒤에서부터 나타날 수도 있으며, 자동차 추격 장면에서는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가 관객들의 옆을 스치며 정면 스크린으로 질주해 들어갈 수도 있다. 그래비티와 같이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는 무한히 펼쳐진 공간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줄 수도 있고, 모비딕과 같이 거대한 고래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정면의 스크린보다 커다란 고래가 옆면으로까지 길게 펼쳐진 모습을 연출할 수도 있다. 주인공의 복잡한 심경을 표현하기 위해 각기 다른 내용의 정보가 삼면에 빠르게 보이며 장면 전환이 일어날 수도 있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삼면이 활용될 수도 있고 극적인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중요한 하이라이트에서만 삼면이 활용될 수도 있다. 좌, 우 옆면에는 정면을 보완하는 부수적인 정보만 보여줄 수도 있고, 정면만큼 중요한 정보가 보일 수도 있다. 스크린 엑스가 제공해주는 다양한 스토리텔링의 기법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영화감독이나 작가 또는 연출자의 몫이다. 그들의 창의성에 따라 다양하고 획기적인 새로운 볼거리의 기회가 영화 관람자들에게 주어지게 될 것이다.       
3D 안경이나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HMD) 등의 인위적인 도구의 착용 없이, 주변 공간을 활용하여 영상을 투사하는 다면 상영기술은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관객들에게 몰입감 있는 시각적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할리우드의 오랜 고민거리인, 어떻게 하면 새로운 시각적 자극을 관객에게 지속해서 제공해 줄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다면 상영 기술의 정형화와 규격화를 통하여 제시해 줄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영화를 제작하고 관람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한국에서 개발되어 할리우드를 비롯한 전 세계에 역수출되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점이 큰 의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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