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비인가 프로그램
문화 - 비인가 프로그램
  • 김윤식 기자
  • 승인 2016.05.04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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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공정성 훼손하는‘해킹 프로그램’
세계적으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의 최상위 등급에서 간간이 컨트롤이 이상한 플레이어들이 보인다. 일반적인 유저의 움직임과 다르게 자로 잰 듯한 움직임, 예측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계속 반복되는 회피 등 사람이라면 도무지 할 수 없는 플레이를 보인다. 바로 게임 해킹 프로그램 ‘헬퍼’를 사용하는 유저의 모습이다. ‘헬퍼’는 리그오브레전드의 클라이언트에서 데이터를 받아 분석하고, 이를 유저의 입맛에 따라 데이터를 입력해서 클라이언트로 보낸다. 이 과정이 사람의 머리가 아닌 컴퓨터의 연산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람이 플레이 할 수 없는 속도가 나온다. 문제는 5대 5로 진행되는 게임에서 팀에 헬퍼 유저가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서 게임이 결정되는 점이다. 게임을 망치는 헬퍼는 단숨에 리그오브레전드 플레이어의 핫이슈로 떠올랐고, 사람들은 헬퍼에 대해 격한 분노를 표출했다. 이러한 게임 해킹 프로그램은 온라인 게임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온라인 게임의 목적은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다. 1인칭 슈팅게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롤플레잉 게임 등 타인과의 경쟁이 재미요소가 되는 게임에 핵 유저가 있으면 플레이어의 원래 실력에 비해 훨씬 수준 높은 플레이가 가능하다. 우리나라 1인칭 슈팅게임으로 대표되는 ‘서든어택’의 경우, 적이 화면에 나타나면 자동으로 조준해주는 ‘에임핵’, 지형지물 너머로 상대편의 위치를 볼 수 있는 ‘월핵’등이 있었고, 올해로 13주년을 맞이하는 ‘메이플 스토리’의 경우, 플레이어가 없어도 지정된 명령에 따라 몬스터를 사냥하는 ‘매크로’, 아이템을 멀리서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자석핵’이 있었다. 대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는 맵을 환하게 밝혀주는 ‘맵핵’과 게임 중 상대편의 컴퓨터와 게임 간의 연결을 끊어버리는 ‘드랍핵’이 플레이어들의 골머리를 앓게 했다.
비인가 프로그램과 게임사의 전쟁은 누가 더 발전하는지의 싸움이다. 게임 개발사는 비인가 프로그램의 개발을 막기 위해 게임 서버에 전송하는 데이터의 패킷을 암호화하거나 패킷을 훔쳐 가는 것을 적발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비인가 프로그램의 실행을 막기 위해 게임 유통사에서 외부 보안 업체에 핵 방지 프로그램을 빌려다 쓰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게임사 대부분이 이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상당한 핵 유저를 적발하고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 플레이어의 기록을 조회해서 이상한 플레이 패턴을 보이는 유저를 제재하는 방식이 있다. 게임을 즐기다 핵유저로 고통받는 플레이어를 위해 개인 개발자가 핵 사용을 막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경우도 있다. 스타크래프트는 확장팩 브루드워를 마지막으로 게임사의 업데이트가 중단되었다. 게임사의 별다른 제재가 없으니 다른 플레이어와 경쟁하는 배틀넷에서는 핵사용이 끊이질 않았고, 결국 개인 개발자가 핵 사용을 막는 핵 디텍터를 개발해 플레이어에게 도움을 주었다.
게임사들은 게임 핵 개발을 제재하기 위해 법적 대응도 한다. 해외 게임 개발사인 ‘액티비전’은 ‘콜 오브 듀티’관련 핵 프로그램 제작자들을 강력히 법적으로 대응했고, 블리자드 등 다른 기업들도 핵 제작자들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했다. 특히 블리자드의 경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론칭한 이후, 사설 서버, 핵 프로그램 제작, 판매하는 그룹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승소했다. 개인 또는 영세한 규모의 팀 단위로 해킹 프로그램 제작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법적 조치가 갖는 효력은 앞서 말했던 제재 방식보다 대단했다. 소규모 그룹은 대기업과 다르게 법무팀이 없는 경우가 많고, 법정에서 패소할 경우 엄청난 배상액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레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사설 서버 제작 측은 게임 개발사 블리자드에 8,8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법원 명령이 떨어졌다. 국내 기업인 넥슨도 핵 제작자 또는 핵 유포자에 대해서 강력히 법적으로 대응하며, 소송 대상이 미성년자인 경우에도 강경히 대처하고 있다.
게임을 더 편히 즐기려는 유저를 악용하는 핵 개발, 유포자들과 이를 막으려는 게임사 간의 싸움은 창과 방패다. 핵 유저가 늘어날수록 유저들의 불만이 많아지고, 게임의 인기가 떨어지기 때문에 방패가 뚫리는 순간 그 게임은 망할 수밖에 없다. 모든 핵 유저나 제작자를 적발할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게임을 운영하는 마음가짐이다. 온라인 게임은 혼자 플레이하는 것이 아닌 다 같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악성 유저가 있다면 다른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손해를 보게 된다. 최근 라이엇 코리아는 앞서 말한 ‘헬퍼’에 대한 미온한 대처로 유저들의 반발을 샀다. 뒤늦게 핵 유저에 대한 대처를 했지만 유저의 신뢰를 이미 잃고 난 다음이었다. 게임사의 의무는 핵 유저를 재빨리 제재하고, 유저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그들의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다. 핵 사용이 제재되고 있지 않다는 배신감만큼 플레이어들을 게임한테서 멀어지게 하는 요소는 없다. 플레이어들도 게임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 비인가 프로그램을 쓰지 않아야 한다. 플레이어와 게임사가 깨끗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만 최고의 게임으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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