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행복하다
그래서 행복하다
  • 강한솔 / 생명 15
  • 승인 2016.04.06 1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너는 왜 공부를 하니?”
선생님은 교실 구석에서 문제지와 씨름하던 뿔테 안경의 내게 물었다. “생명과학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요!”반은 맞고, 반은 거짓인 답변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렇게 믿고는 싶었다. 우리 집은 평범했다. 내게 공부는 더 높은 성적을 받기 위한 도구였고 어머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은 즐겁지 않았다. 내 안에 나는 없었다. 나는 빈 껍데기였다.
좋은 대학을 가기에 생명과학은 꽤 좋은 선택지인 것 같았고 나는 생명과학을 좋아한다고 믿기로 했다. 하지만 대학에 왔을 때, 나는 길을 잃어버렸다. 스무 살이 되었지만, 난 누구고 왜 여기 왔는지, 뭘 하고 싶은지 자신을 스스로 설득시킬 수 있을 만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스낵바 돈가스의 크기가 줄어들었다고 불평이나 하던 나는, 여전히 소년일 뿐이었다.
대학생활은 안갯속의 마라톤이었다. 짜인 대로, 죽을힘으로 달렸지만, 길의 끝은 알 수도 없었고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느 여름, 포항시 축제에서 치어로 공연 퍼레이드를 하는 날이었다. 비가 내린 행사장에서 달고나를 팔던 중년의 행상인은 피곤한 듯 담배를 까맣게 태우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쑥스러움을 참고 먼저 인사했을 때, 당황한 듯 손을 덥석 잡은 아저씨는 멋쩍게 방긋 웃으셨고, 나는 울컥했다. 나를 위한 일이 아니었는데도 비할 수 없이 벅차올랐다. 스스로 용기를 냈고, 그 보람도 오로지 나만의 것이었다. 작은 용기가 큰 기쁨으로 전해진 그곳에서 나는 비로소 ‘나’였다.
“너는 왜 공부를 하니?”
이제, 나는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한다. 내 꿈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선물하는 일을 상상하고, 실현하는 것이다. 지금은, 대학 친구들에게 즐겁고 의미 있는 하루를 선물하는 데서부터 꿈을 빚고 있다. 동기 MT나 과 주점에서 다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포카전에서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사람들을 가슴 뛰게 만들어 줄 TEDx 파티가 되도록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실현한다. 수없이 많은 ‘하루’들을 모아 더 나은 세상에 조금 더 다가설 수 있다고 믿으며,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한다.
그래서 행복하다. 누군가의 하루에 기쁨을 더하는 일은 양성 피드백과 같아서, 나를 더 즐겁게 하고, 더 꿈꾸게 하기 때문이다.
행복할 것이다. 사람들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재미있게 사는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친구가 있고 재미있는 삶이냐고 물어보는 동생들이 있기에, 꽤 오랫동안 행복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